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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L]'인간승리' 대런 플레처…맨유의 천군만마 되줄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16라운드 애스턴빌라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전이 한창 벌어지고 있던 15일(한국시간) 밤 영국 버밍엄 빌라 파크. 후반 25분께 3-0으로 앞서 있던 맨유가 교체멤버의 출전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이 모습을 본 관중석이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라이언 긱스(40)와 교체가 이뤄져 한 선수가 그라운드에 들어서자 맨유의 원정 팬들은 일제히 기립 박수를 치며 환호하기 시작했다. 애스턴빌라의 홈 팬들도 아낌 없는 박수를 보내며 그 선수를 환영했다.

그는 맨유의 미드필더 대런 플레처(29)였다. 한때 '맨유의 엔진'으로 불릴 정도로 경기마다 공수에서 왕성히 활동하면서 헌신적이고 이타적인 플레이를 펼쳐 알렉스 퍼거슨(62) 감독이 '맨유의 전성시대'를 여는 데 기여했던 선수다.

그러나 지난해 12월 26일 2012~2013시즌 EPL 19라운드 뉴캐슬과의 홈경기 이후 1년 가까이 그의 모습을 EPL에서 볼 수 없었다. 실력이 없어서 경쟁에서 밀린 것도, 경기 중 심각한 부상을 당해서도 아니었다. 몹쓸 병 탓이었다.

플레처는 지난 2011년 11월 원인 불명의 궤양성 대장염 진단을 받고 치료를 위해 1년간 그라운드를 떠났다. 지난해 11월 2012~2013시즌 13라운드 퀸즈파크 레인저스와의 홈경기를 통해 복귀한 그는 바로 그 자리에서 한 골을 터뜨리며 팀의 3-1 승리를 도와 팬들을 더욱 기쁘게 했다.

그러나 본인도, 팀도, 팬들도 병마를 물리친 것으로 알았지만 그렇지 않았다. 지난 1월 병의 재발이 확인되면서 다시 그라운드를 내려와 투병 생활을 시작했다. 발병 보다 치료하기 힘든 것이 재발인데다 그가 계속 모습을 보이지 않으면서 은퇴설까지 제기됐다.

그랬던 플레처가 맨유의 중원 사령관 긱스를 대신해 이날 그라운드에 선 것이다.

1년 가까이 그라운드를 떠나있던 플레처였지만 역시 명불허전이었다.

그가 힘든 투병 생활 속에서도 감각을 잃지 않기 위해 얼마나 피눈물 나는 노력을 펼쳤는가를 가늠하는 데에는 20여 분이면 충분했다. 그라운드를 종횡무진 누비면서 보여준 녹슬지 않은 볼 배급력과 후반 막판 헤딩골로 대표되는 감각적인 공격 시도는 전성기 시절 그대로였다.

실제로 플레처는 재활 기간 동안 맨유 유스팀과 계속 훈련하면서 경기력을 다졌다. 최근에는 2군 경기를 풀타임 소화하며 실전에 대비했다.

플레처의 복귀로 이번 시즌 9위로 추락하며 굴욕을 당하고 있는 디펜딩 챔피언 맨유는 천군만마를 얻게 됐다. 긱스의 노쇠, 지난 11월11일 아스날전에서 빚어진 마이클 캐릭(32)의 이킬레스건 부상, 톰 클레버리(24)의 경험 부족 등으로 인해 흔들리던 허리가 안정될 수 있다면 시즌 후반기에 비상을 꿈꿔볼 수 있기 때문이다.

한편 이날 맨유는 플레처의 복귀를 환영이라도 하듯 전반 15분과 18분에 연이어 터진 대니 웰백(23)의 멀티골에 후반 7분 클레버리의 골을 더해 애스톤 빌라에 3-0 완승을 거뒀다. 최근의 2연패와 3경기 연속 무승(1무2패)을 끊는 값진 승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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