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한국시리즈에서 삼성 라이온즈의 잠수함 투수 심창민(21)의 어깨가 한층 무거워지게 됐다.
삼성은 지난 4일 홈인 대구구장에서 열린 한국시리즈 1차전에서 넥센 히어로즈에 2-4로 패배했다.
한국시리즈 1차전의 승패를 가른 것은 불펜이었다.
삼성이 막강한 불펜을 보유하고 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었지만 강력한 셋업맨인 안지만이 담 증세를 호소해 류중일 감독의 계획이 뒤틀렸고, 결국 아쉬운 결과로 이어졌다.
류 감독은 8회초부터 안지만을 마운드에 올리고 싶은 마음이었지만 7회 등판한 차우찬을 8회에도 마운드에 놔둘 수밖에 없었다.
차우찬은 8회 선두타자 박병호에게 몸에 맞는 볼을 던진 뒤 강정호에게 결승 투런포를 얻어맞았다.
자랑하던 불펜이 흔들려 1차전을 내준 삼성에서 잠수함 투수 심창민의 역할은 한층 중요해졌다.
심창민은 류 감독이 지난 3일 한국시리즈 미디어데이에서 마운드의 키플레이어로 꼽은 투수다.
류 감독이 그를 키플레이어로 꼽았을 때 다소 의아하다는 반응들이었다.
2012년 37경기에서 39⅓이닝을 던지며 2승 2패 1세이브 5홀드 평균자책점 1.83을 성적을 거둔 심창민은 지난해에도 50경기에서 50⅓이닝을 소화하며 14홀드 평균자책점 2.68을 기록, 삼성 '철벽 불펜'의 계보를 이어줄 핵심으로서 가능성을 보였다.
하지만 올해는 부진을 면치 못했다. 52경기에서 38⅓이닝을 던진 심창민은 평균자책점이 6.81에 달했다. 왼쪽 햄스트링 부상 탓에 2014인천아시안게임 휴식기 이후로는 경기에 나서지 못했다.
류 감독이 심창민을 키플레이어로 지목한 것은 상대가 넥센이기 때문이었다.
오른손 거포가 즐비한 넥센 타선은 옆구리 투수에 약점을 보여왔다. LG 트윈스와의 플레이오프에서도 넥센은 옆구리 투수인 우규민, 신정락에게 고전을 면치 못했다.
심창민은 올해 정규시즌에서 넥센을 상대로 강한 모습을 보였다. 시즌 평균자책점은 6점이 넘지만 넥센전 4경기에서 4⅔이닝을 던지는 동안 1점만을 내줬다. 유한준에게 홈런을 맞기는 했지만, 넥센의 중심타자 박병호와 강정호에게는 안타를 한 개도 허용하지 않았다.
1차전에서 팀은 패배했으나 심창민은 류 감독의 기대대로 좋은 모습을 보여줬다. 차우찬이 강정호에게 투런포를 허용한 직후인 8회 마운드에 오른 심창민은 1⅓이닝 동안 넥센 타선을 무안타 무실점으로 꽁꽁 묶었다.
한국시리즈 2차전에서도 양 팀 선발이 모두 탄탄한 만큼 불펜에서 승부가 갈릴 전망이다.
한국시리즈 1차전에서 차우찬이 좋지 않은 기억을 남긴 가운데 안지만의 몸 상태가 계속 좋지 않다면 심창민의 책임감은 그만큼 무거워진다.
심창민은 1차전을 앞두고 "한국시리즈 엔트리에 들지 못할 줄 알았다. 올해 성적이 좋지 않아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 감독님이 이름을 기억하시지 못할 정도로 존재감이 없다"며 넥센의 잠수함 투수 한현희와의 비교에 손사래를 쳤다.
그러나 그의 생각과는 달리 삼성 불펜에서 '영웅 잡는 사자' 심창민의 존재감은 한층 크게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