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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KS]염경엽 감독 키운 10년 전의 초라함

"정말 슬펐습니다."

지난 4일 한국시리즈 1차전을 앞두고 만난 넥센 히어로즈의 염경엽 감독은 문득 10년 전인 2004년 이야기를 꺼냈다.

당시 한국시리즈 우승팀은 현대 유니콘스. 현대는 사상 최초로 9차전까지 가는 명승부 끝에 삼성 라이온즈를 4승3무2패로 따돌리고 트로피를 품에 안았다.

넥센 히어로즈의 전신과 가까운 현대의 마지막 우승이었다. 그러나 유니폼이 아닌 양복을 입고 있던 염 감독에게는 썩 기분 좋은 기억은 아니었다.

염 감독은 "당시 운영팀에 있었다. 잠실에서 경기가 끝나자마자 우승 축하연을 준비하기 위해 행사장으로 이동해야 했다. 그런데 택시가 잡히질 않았다. 결국 비를 맞고 롯데호텔까지 뛰어갔다"고 회상했다.

이어 염 감독은 "플래카드를 달고 우승 동영상을 만든 뒤 한숨을 돌리는데 '대체 내가 지금 뭐하고 있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초라했다"고 덧붙였다.

2000년 은퇴 후 흔히 말하는 프런트로 변신한 염 감독은 현장 복귀에 대한 끈을 놓지 않았다. 바쁜 업무로 개인 생활은 생각조차 어려운 운영팀에 몸담고 있으면서도 야구 공부를 게을리 하지 않은 것은 언젠가는 자신이 희망하는 지도자로 나설 수 있다는 믿음 때문이었다.

그의 노력은 오래 지나지 않아 결실을 맺었다. 코치직을 역임하며 지도력을 키운 염 감독은 2012년 넥센의 3대 사령탑으로 부임했다.

염 감독은 "내 사전에 감독은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공부를 하면서 '수석코치를 하면 잘 할 것 같다'라는 생각은 했다. 감독을 하게 될 줄은 몰랐다"고 웃었다.

염 감독은 부임 첫 시즌인 지난해 팀을 첫 포스트시즌에 올려놓은 뒤 올해는 한국시리즈 무대까지 밟았다. 선임 당시 비난 여론이 찬사로 바뀐 것은 놀라운 일도 아니다. 지략이 뛰어나 이제는 '염갈량'이라는 기분 좋은 별명까지 생겼다.

한국시리즈에 임하는 염 감독과 넥센의 키워드는 '절실함'이다. 구성원의 일부에서 이제는 수장이 된 염 감독은 어렵게 잡은 기회를 반드시 살리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염 감독은 "10년 전에는 맡은 일만 열심히 했다면 지금은 수장으로 팀을 이끌고 있다. 이제는 승부욕이 생긴다"면서 후회 없는 시리즈를 펼치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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