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의 끈질긴 추격과 그걸 따돌린 모비스의 침착함이 돋보인 멋진 한 판 승부였다.
모비스는 14일 창원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13~2014 KB국민카드 프로농구 LG와의 경기에서 종료 28.1초 전에 터진 양동근의 쐐기 3점슛에 힘입어 78-73으로 승리했다.
LG가 3쿼터 한때, 18점차(31-49)까지 뒤져 싱거운 승부가 될 것 같았다. 그러나 신흥 강호 LG는 달랐다.
50-61로 뒤지며 4쿼터를 시작했지만 양우섭을 앞세워 반격을 시작했고 4쿼터 종료 50.4초를 남기곤 문태종의 3점슛으로 71-73, 2점차까지 추격했다.
그동안 전세를 뒤집을 수 있는 힘과 지키는 힘이 약해 기복이 심하다는 평가를 들었던 LG였지만 4년1개월 만에 단독 선두에 오른 저력을 볼 수 있는 장면이었다.
김진 LG 감독은 "초반부터 적극적으로 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면서도 "선수들이 마지막까지 포기하지 않고 따라간 장면은 높이 평가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결국 마지막 순간에 경험의 차이와 여유로움에서 승패가 갈린 것 같다"며 "우리 팀은 성장하는 과정에 있다. 앞으로 더욱 기대가 된다"고 했다.
매서운 추격을 뿌리친 모비스의 안정감도 돋보였다. 모비스는 3쿼터 중반까지 LG를 압도했지만 4쿼터부터 밸런스가 무너졌다. 공격은 매끄럽지 못했고 수비에서도 실수가 연발, 오픈 찬스를 자주 줬다.
역전을 허용했다고 해도 이상하지 않을만큼 경기력이 급격히 떨어졌다.
주전 가드 양동근의 존재가 컸다. 양동근은 3쿼터 중반 위기에서 연속 5득점으로 분위기를 내주지 않았고, 종료 28.1초 전에는 2점차까지 쫓긴 상황에서 과감한 3점슛으로 승부에 마침표를 찍었다.
문태종의 3점슛으로 후끈 달아올랐던 창원실내체육관이 양동근의 3점슛으로 확 가라앉은 장면이다.
양동근은 마지막 장면에 대해 "2대2 플레이를 통해 해결하려고 했다. 수비자가 떨어져 슛을 던지겠다고 마음을 먹었다"며 "운 좋게 들어가 이길 수 있었다"고 했다.
고비에 대해선 "이겨서 다행이지만 LG의 분위기를 살려준 탓에 힘든 경기를 했다. (폭발력이 강한 팀은)초반에 분위기를 죽여줘야 하는데 그러지 못했다"고 했다.
유재학 모비스 감독도 "전반에 벌려 놓은 것을 모두 까먹었다. 양동근을 비롯해 수비에서 예전 같은 집중력이 나오지 않는다"며 "마지막 순간까지 어려운 경기를 한 게 아쉽다"고 했다.
그래도 승리에 의미를 뒀다. 모비스는 지난 12일 서울 SK에 60-75로 완패하는 등 최근 2연패로 분위기가 좋지 않았다. 유 감독은 "오늘 분위기를 바꾸는 데는 성공했다"고 했다.
뒷심 없다던 LG는 탄탄한 조직력의 상징인 모비스를 마지막까지 괴롭혔고 모비스는 침착하게 따돌렸다. 신흥 강호와 전통의 강호의 맞대결다웠다. 둘 다 윈-윈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