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와이번스의 에이스 김광현(26)이 미국에서 새로운 도전을 시작한다.
김광현은 29일 서울 상암동 스탠포드호텔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더 큰 무대를 향해 첫 걸음을 시작한다. 메이저리그에서 내 가능성을 인정하고 합당한 대우를 해주면 감사한 마음으로 도전하겠다"면서 메이저리그(MLB) 진출을 공식화했다.
2007년 SK를 통해 프로에 데뷔한 김광현은 이달 초 인천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획득하면서 구단의 동의 아래 꿈의 무대에 도전할 기회를 잡았다.
유니폼이 아닌 산뜻한 정장 차림으로 등장한 김광현은 "나는 정말 운을 타고난 선수라고 생각한다. 데뷔부터 지금까지 SK와 희로애락을 함께하며 한국시리즈 3회 우승이라는 소중한 경험도 얻었다"며 "많은 분들의 관심과 지원 아래 메이저리그 진출이라는 어릴 적부터 꿈꿔왔던 희망을 이야기 하게 됐다"고 말문을 열었다.
김광현에게 메이저리거라는 꿈을 심어준 이는 '코리안 특급' 박찬호(41)다. 시대를 풍미했던 같은 좌완인 랜디 존슨(51)도 큰 영향을 끼쳤다.
김광현은 "초등학교 때 박찬호기야구대회에 나가면서 '나도 메이저리거가 돼 김광현기야구대회를 열면 어떨지 생각해봤다"면서 "랜디 존슨을 보면서는 큰 무대에서 뛰고 싶다는 꿈을 꿨다'고 회상했다.
김광현은 8년 간 국내 무대에서 뛰며 83승49패 평균자책점 3.30의 기록을 남겼다. 데뷔 2년차인 2008년 16승4패 평균자책점 2.39로 에이스 반열에 등극했지만 2011년과 2012년에는 크고작은 부상으로 각각 4승6패와 8승5패에 그쳤다.
물론 올해 화려한 재기를 알리기는 했지만 왼쪽 어깨 부상 전력은 미국행의 최대 변수가 될 전망이다. 이에 김광현은 "지난해와 올해 MRI 검사를 받고 몸 상태를 미국 의료진에 의뢰했는데 지난해와 올해가 큰 차이 없다는 답변을 받았다"면서 "아시안게임을 포함하면 올해 180이닝 가까이를 던졌는데 내년에도 그 이상을 던질 수 있다. 큰 도전을 할 수 있는 상태"라고 자신감을 보였다.
김광현이 꿈을 이루기 위해서는 포스팅시스템(비공개 경쟁 입찰)을 거쳐야 한다. 메이저리그 30개 구단 중 가장 높은 입찰 금액을 써낸 구단과 협상 테이블을 차리게 된다. SK가 포스팅을 수용하지 않거나 김광현이 구단과의 개인 협상에서 합의점을 찾지 못한다면 미국행은 없던 일이 된다.
"가고 싶은 팀은 딱 한 팀이다. 나를 진정으로 원하는 팀"이라는 김광현은 내심 내셔널리그 쪽에 마음을 두고 있는 눈치였다. 내셔널리그는 아메리칸리그와 달리 투수가 타격에 임한다. LA 다저스의 류현진(27)도 내셔널리그 소속이다.
김광현은 "현진이형이 치는 것을 보니 너무 부러웠다. 타격을 하면 부상 위험도 있겠지만 나는 치고 달리는 것을 정말 좋아한다"면서 "투수가 타석에 들어서면 내가 마운드에 올라 갔을 때도 편할 것 같다"고 속내를 드러냈다.
미국 진출을 도울 에이전트로 김광현은 멜빈 로만을 선임한 상태다. 로만은 스콧 보라스처럼 초특급으로 분류되지는 않지만 잔뼈가 굵은 인물이다. 야디어 몰리나(세인트루이스)도 로만의 고객 중 한 명이다.
김광현은 "가장 중요한 것은 나를 얼마만큼 챙겨줄 수 있느냐와 선수들과의 관계다. 돈이 문제가 아니다"면서 "계약이 끝나고 계속 안면을 쌓으면서 친한 미국 친구로 남았으면 좋겠다"고 희망했다.
2년 먼저 꿈을 이룬 류현진의 존재는 김광현에게는 든든한 버팀목이 됐다.
김광현은 "현진이형이 길을 잘 닦아놨다. 호투를 할 때마다 기쁘고 자랑스럽다"면서 "그 뒤를 따라 열심히 하겠다. 만일 미국에 진출을 한다면 현진이형에게 여러 조언을 듣겠다"고 말했다.
김광현은 기자회견 말미에 결혼 계획도 공개했다. 김광현은 "12월에 결혼을 한다. 아내와 함께 미국에 갈 것 같다"면서 "가장이라는 큰 임무를 맡게 돼 더욱 책임감이 생겼다"고 수줍게 웃었다.
기자회견에 동석한 임원일 대표이사는 "김광현이 SK 선수로 6년 간 한국시리즈에 올라 세 차례 우승한 공로를 인정했다. 합당한 대우를 받는다는 전제하에 메이저리그 진출에 동의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다만 합당한 대우에 대한 수준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마이크를 건네 받은 민경삼 단장은 "미국에서 김광현을 원한다면 합당한 선이 맞춰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정해놓은 금액은 없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