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이 땀을 흘렸던 선배와 함께 하니 기분이 좋네요."
LG 트윈스와 NC 다이노스의 프로야구 준플레이오프 2차전이 열릴 예정이던 지난 21일 창원 마산구장. 엄청난 양의 비를 뿜어내는 하늘을 바라보던 LG 양상문(53) 감독은 문득 NC 김경문(56) 감독과의 추억에 젖어들었다.
한 학년 차이가 나는 두 사람의 첫 만남은 부산 대연초등학교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대구에서 부산으로 전학을 온 김 감독이 야구부에 입단하면서 인연이 시작됐다. 한솥밥 생활은 부산 동성중학교에서도 계속됐다.
양 감독은 "중학교 때부터 안경을 썼다. 원래 처음 안경을 쓰면 자주 잃어버리지 않나. 세수를 한 뒤 안경을 두고 올 때마다 김 감독님이 가져다줬다"고 회상했다.
이후 각각 부산고(양상문)와 공주고(김경문)로 진학하면서 몸은 떨어졌지만 우정만큼은 더욱 끈끈해졌다. "진학 당시 김 감독님이 '공주고로 오라'고도 했다"는 양 감독은 "그때는 서로 편지를 주고받았다"고 멋쩍게 웃었다.
꼬박 '김 감독님'이라는 호칭을 쓰던 양 감독은 옛 생각에 깊이 빠진 듯 '경문이형'을 혼용하기 시작했다.
양 감독은 "경문이형이 고려대에 입학을 하고 1년 뒤 나도 고려대에 들어갔다. 3년 간 형동생으로 잘 지냈다. 경문이형이 당시 몸이 좋지 않아 경기를 같이 뛰지는 못했다"면서 "OB에 입단하신 뒤에는 학교에 와서 고기와 옷을 사주시기도 하셨다"고 말했다.
'야구'라는 매개체 하나로 수십 년간 정을 나눈 두 감독은 이제 서로를 꺾어야 살아남는 처지가 됐다. 물론 냉혹한 현실을 떠나 꼬마 시절부터 봐왔던 형 혹은 동생과 가을야구를 주도한다는 사실만으로도 감격스러운 일이다.
양 감독은 "가을 운동장에서 땀을 흘린 존경하는 선배와 함께 하니 기쁘다. 가까운 형과 중요한 경기를 하니 예전 생각이 많이 난다"고 미소를 지었다. 이어 "기분은 좋은데 서로를 무너뜨려야 하는 현실이 안 좋기도 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