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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리그]레오 잡는 시몬, 등장 즉시 '술렁'

소문만 무성하던 OK저축은행의 외국인 선수 로버트 랜디 시몬 아티스(27·쿠바·등록명 시몬)의 감춰뒀던 실력이 공개되자 V-리그 판이 술렁였다.

지난 2년 간 V-리그를 호령했던 삼성화재의 레오(24·쿠바)도 시몬 앞에서는 기를 제대로 펴지 못했다.

시몬은 21일 안산 상록수체육관에서 열린 NH농협 2014~2015시즌 V-리그 남자부 OK저축은행과 삼성화재의 경기에서 양팀 합쳐 가장 많은 43점을 폭발시켰다.

시몬의 트리플 크라운 맹활약에 힘입어 소속팀 OK저축은행은 세트스코어 3-1(25-23 25-18 26-28 25-19) 승리를 거뒀다.

V-리그에 첫 모습을 드러낸 시몬은 서브에이스 6개, 블로킹 3개, 후위공격 13개로 트리플 크라운을 달성하며 존재감을 뽐냈다.

센터 출신의 시몬은 라이트 공격수 임무를 처음 맡고도 역할을 완벽히 소화해 냈다. 206㎝ 115㎏의 탁월한 신체조건에서 뿜어져 나오는 강타는 위력적이었다.

직선과 대각선을 번갈아 찌르는 퀵오픈 공격과 번개 같이 솟아올라 내려 꽂는 중앙 속공에 상대 블로커들은 넋을 놓았다. 승부처에서 선보인 대포알 같은 서브는 리시브 라인을 무너뜨렸다.

경기 전부터 '레오 대항마'로 평가받으며 기대감을 높였던 시몬의 실력은 듣던 것 이상이었다.

상대적으로 레오가 저조했던 것이 시몬의 활약을 더욱 돋보이게 했다. 매 경기 50%가 넘는 성공률에 30~40점씩을 거뜬히 해내던 레오는 이날 시몬 앞에서 침묵했다.

레오는 이날 26득점(공격성공률 45.28%)에 그쳤다. 30점 대 미만에 머문 것도, 50% 이하의 공격성공률도 흔히 있는 경우는 아니다.

고비처마다 시도한 레오의 공격은 번번이 시몬의 손 끝에 걸렸다. 시몬이 버티고 있는 블로킹 라인에 평소와 달리 강타 대신 연타 처리가 많았다.

삼성화재 신치용 감독은 "레오가 시몬에게 기 죽은 것이 아니라 컨디션이 좋지 않았다. 히팅포인트가 전혀 안 맞았다"고 평가했다.

기회때마다 블로킹에 가담한 시몬은 센터 출신답게 고감도 손맛을 자랑했다.

시몬은 2세트 11-10에서 레오의 오픈 공격을 돌려세웠고, 4세트에서는 두 번이나 블로킹으로 잡아냈다. 14-11에서 시간차 공격을, 20-15에서 회심의 백어택을 상대 코트 안쪽에 떨궜다.

팀 승리 뿐 아니라 상대 외국인 선수와의 맞대결에서도 완승을 거둔 시몬은 예상과 달리 덤덤했다.

그는 경기 후 "팀 승리가 먼저다. 오직 승리에 중점을 뒀다. 시즌이 많이 남았기 때문에 더 노력해야한다. 컨디션 안 좋을 때를 대비해 극복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앞으로도 더 많이 노력하겠다"고 자만을 경계했다.

자신에게 몇 점을 매길 수 있냐는 질문에 그는 "스스로 점수를 매기는 것은 너무 어렵다"면서 " 아시아 무대의 첫 도전에 적응이 필요했는데 옆에서 선수들이 격려해줬다. 정신적인 면 등 여러가지 면에서 도와줘서 잘 적응할 수 있었다"며 겸손함을 보였다.

주 포지션과 관계 없이 뛰고 있는 것에 대해 그는 "우리 팀 색깔은 빠른 공격, 빠른 배구를 하는 것이다. 팀은 내가 라이트를 뛰면서 또 다른 공격 옵션이 생겼다. 팀에 플러스가 되는 것에 만족한다"고 했다.

그는 최고의 외국인 선수 레오를 능가한 것에 대해서는 "상대가 레오든 아니든 모든 외국인 선수에 대해 평가하고 싶지 않다. 상대를 존중한다. 레오 말고도 다른 팀 외국인 선수들도 강하기 때문에 계속 훈련해야 한다. 포지션을 변경으로 어려움도 있지만 그것을 극복하는 것이 프로의 모습이라 생각한다"고 했다.

김세진(40) 감독은 "시몬 때문에 난리가 난 것으로 안다. 주변에서 좋은 선수라 평가해주시니 감사할 따름이다"면서 "워낙에 국내 선수들이 수비를 잘 해주다보니 덩달아 시몬이 살았다. 우리 선수들이 리시브만 안정적으로 받아준다면 (시몬이) 대놓고 때려도 상대가 잡기 쉽지 않다"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적장인 신치용(59) 감독도 "시몬은 역시 위력적이었다"며 그의 실력을 인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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