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역사상 두 번째로 포스트시즌 경기가 이틀 연속 비로 순연된 가운데 선수들은 각자 다른 반응을 내놨다.
전혀 신경이 쓰이지 않는다는 선수도 있었고, 다소 걱정을 하는 선수도 있었다.
준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대승을 거둔 LG 트윈스와 대패한 NC 다이노스 선수들의 반응도 달랐다.
21일 마산구장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LG와 NC의 준플레이오프 2차전은 계속해서 내리는 비 탓에 이틀 연속 순연됐다.
포스트시즌이 이틀 연속 순연된 것은 1996년 10월2일과 3일 한화 이글스와 현대 유니콘스전 이후 18년 만이자 통산 두 번째다. 공교롭게도 당시 경기 또한 준플레이오프 2차전이었다.
분위기를 완전히 탔던 LG에서는 걱정을 하는 선수들도 있었다. LG의 경우 지난 15일 대구 삼성전부터 원정길에 올랐는데 비 때문에 더욱 길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4차전 선발로 내정됐다가 계속되는 비에 중간계투로 나설 확률이 높아진 LG의 신정락은 "어제 쉰 것은 좋았다. 그런데 오늘 왠지 몸이 무겁다. 내일도 이럴 것 같아서 조금 걱정된다"고 밝혔다.
시즌 중 부진하다가 준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4타수 3안타로 맹타를 휘두른 브래드 스나이더는 "어제 오늘 경기가 취소됐는데 타격감이 가라앉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 아쉽다"고 털어놨다.
오지환은 조금 달랐다. 크게 신경쓰지 않았다. 그는 "원정길이 길어지고 있는데 어려운 부분은 잘 모르겠다. 다 같은 조건이니 재미있게 했으면 좋겠다"고 크게 신경쓰지 않는 모습이었다.
NC 선수들은 대부분 크게 신경쓰이지 않는다는 반응이 지배적이었다.
박민우는 "빨리 하고 싶은데 계속 미뤄지니 기분이 이상하다"면서도 "사실 언제 해도 크게 상관이 없다는 생각이다. 굳이 오늘 해야 한다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고 전했다.
포수 김태군도 "언제하든 큰 상관없다. 날씨가 이러면 안하는 것이 차라리 낫다"고 했다.
나성범은 "언제 하든지 상관없다. 언제 하든지 선수들은 준비가 돼 있다. 비 때문에 못하는 것은 어쩔 수 없다"면서도 "오늘까지 취소돼 더 좋은 것 같다. 생각할 시간도 벌었다. 하루 더 쉬는 것이 낫다는 생각이 든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1차전 대패를 떨쳐버렸는지에 대해서는 반응이 갈렸다. 1차전에서 4-13으로 대패한 NC는 사실 비로 경기가 순연되면서 충격을 잊어버릴 수 있는 시간을 벌었다.
김태군은 "1차전에서 크게 져서 분위기가 가라앉았을 것이라고들 하는데 전혀 그렇지 않다. 1차전이 끝난 후 라커룸에서 선수들끼리 눈만 마주치면 웃었다. '확실히 포스트시즌이 쉽지 않구나'라는 생각을 하면서 웃은 것"이라며 충격을 떨치고 말고의 문제가 아니라고 잘라 말했다.
준플레이오프 1차전 가운데 자신의 타석만 다시 봤다는 박민우는 "이제 생각이 잘 나지 않는다. 아쉽게 졌으면 미련도 남고 후회도 남을텐데 실책이 나오고, 크게 져서 오히려 더 편안하다"고 담담하게 답변했다.
반면 나성범은 "1차전 생각이 계속 난다. 보이지 않는 실수도 해 기억에 많이 남는다. 처음 포스트시즌을 하는 것인데 '뛰는 야구'라는 우리 팀의 색깔을 하나도 보여주지 못했다. 그래서 아쉽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선발 (이)재학이도 많이 봤지만 1차전처럼 무의미하게 무너진 적은 없었다. 좋은 투수라고 생각했는데 그 때만큼은 조금 그랬다"며 "LG가 준비를 잘하고 들어왔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고백했다.
그래도 이틀 쉬면서 좋아진 것은 사실이라고 말한 나성범은 "처음에 안 떨릴 줄 알았는데 막상 경기에 들어가니 관중들이 더 열성적으로 응원해 나도 모르게 붕 떴다. 긴장이 안 될 수가 없었다. 나 같은 경우는 포지션도 변경돼 긴장감 속에서 경기에 임했다. 하지만 이제 분위기도 알았다"며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