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유럽 정상회의(아셈·ASEM) 참석차 이탈리아를 방문 중인 박근혜 대통령이 16일 오후 리커창(李克强) 중국 총리와 별도로 양자회담을 가졌다.
최근의 남북관계 해빙모드와 관련해 리 총리는 "남북관계 개선을 지지한다"면서 긍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이날 오후(현지시간)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개막한 아셈 정상회의에 참석한 박 대통령은 제1세션과 2세션을 차례로 마친 뒤 국제회의장에서 리 총리와 회담을 가졌다.
박 대통령이 취임 이후 리 총리와 만난 것은 이번이 세 번째다. 지난해 6월 방중 당시 리 총리와 면담한 데 이어 같은 해 10월 브루나이에서 열린 동아시아(EAS) 정상회의를 계기로 별도로 만나 환담한 바 있다.
청와대에 따르면 이날 회담에서 리 총리는 "중국은 한반도의 안정과 평화통일을 지지하며 이를 위해 건설적인 역할을 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최근 북한 고위급 대표단 방남에 이은 제2차 남북 고위급 접촉 합의 등 남북관계 전환 분위기에 대해 "남북 접촉은 적극적인 의미를 갖고 있다"고 평가하면서 "남북관계 개선을 지지한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북핵문제에 대해서는 '한반도 비핵화'라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박 대통령은 '북핵불용'이라는 원칙과 함께 남북 접촉 계기 등을 활용해 북한의 비핵화를 위한 진정성 있는 태도를 촉구하고 있다는 점을 밝히면서 중국 측의 적극적인 협조를 요청했다.
이에 리 총리는 "한반도의 비핵화가 실현돼야 한다는 입장은 확고부동하며 중국은 핵 비확산 체제를 계속 수호하고 있다"고 말했다고 청와대는 전했다.
박 대통령은 한반도 통일기반 구축과 관련해서는 자신의 '작은통로론'과 함께 비무장지대(DMZ) 세계생태평화공원 구상에 대해 설명했다. 또 동북아 평화협력구상과 관련해서는 중국의 참여와 함께 지난 8·15 광복절 경축사에서 제안한 동북아 원자력 안전협의체 설립 제안에 대한 중국 측의 관심을 당부했다.
양측은 양국 간 현안인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등 경제 관련 사안에 대해서도 의견을 교환했다.
특히 한·중 FTA와 관련해 지난 7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방한 당시 합의한 FTA 연내 타결 원칙을 위해 노력하기로 했다. 상품·서비스·투자 등 주요 분야에서는 높은 수준의 개방을 이루자는 내용과 함께 통신·문화·관광 등 활발히 교류 중인 분야들이 포함된 포괄적인 수준으로 체결돼야 한다는 데 공감했다.
대신에 상품과 농수산물 개방수준 등 양국이 입장 차이를 보이고 있는 부분에 대해서는 연말까지 실무진들이 창의적인 대안을 모색하고 유연성을 발휘하도록 독려하기로 했다.
이 밖에도 박 대통령은 아직 미흡한 중국의 대(對)한국투자에 대한 관심과 지원을 리 총리에게 당부하는 한편 한국 기업의 중국 투자에 대한 투자승인, 공장이전 등에 대한 중국 측 지원도 요청했다. 지난 7월 정상회담에서 합의한 원·위안화 직거래시장 개설, 위안화 청산은행 운영 개시에 대해서도 양측이 긍정적인 입장을 표했다.
박 대통령은 또 이날 아셈 정상회의에서 자신이 제안한 복합교통물류네트워크 등에 대한 중국 측 참여를 요청하는 한편, 내년 4월 한국에서 열리는 세계물포럼에 리 총리의 참석도 요청했다.
한편 박 대통령은 이날 직접 중국어를 사용하며 리 총리에게 인사말을 건네는 등 친근감을 표하기도 했다.
박 대통령은 회담에서 우리말로 "첫 번째 만나면 알게 되고, 두 번째는 친숙해진다는 말이 있는데 세 번째 뵈니까 오랜 친구처럼 느껴진다"고 인사한 뒤 같은 내용을 중국어로 다시 언급하면서 인사를 건넸다.
또 "이번 인천 아시안게임에서 중국이 우수한 성적을 거둔 것을 축하한다. 중국의 역동적 발전상이 이번 아시안게임에서 잘 나타났다고 생각한다"며 "안정 속의 발전 기조 하에 강력한 경제개혁을 추진하고 계신 총리님의 리더십 하에 중국 경제발전이 지속되고 있다"고 전했다.
이에 리 총리도 "대통령님이 첫 번째 만나면 알게 되고, 두 번째 만나면 익히고, 세 번째 만나면 오랜 친구가 될 것이라고 말씀하셨다"며 "저도 대통령님이 중국 철학을 잘 알고 계신 것을 알고 있다"고 말했다.
리 총리는 이어 '첫 번째 만나면 셋까지 생길 수 있고, 셋은 만물을 낳는다(一生二, 二生三, 三生萬物)'라는 노자의 말을 들면서 "우리는 이미 세 번째 만났기 때문에 앞으로 우리 두 사람은 중·한 관계 발전에 있어서 더 많은 성과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날 회담은 앞서 열린 아셈 정상회의 제2세션이 지연되면서 당초 예정보다 10여분 늦게 시작됐다. 또 박 대통령의 입장 이후에 회담장에 들어선 리 총리도 "안녕하십니까"라며 한국어로 인사하기도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