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이 7일 공개한 '공공기관 경영관리·감독실태'에서는 근무시간은 적은데 월급은 많이 받고 오래 다닐 수 있는 '신의 직장'인 금융공공기관의 방만경영 행태가 적나라하게 드러나 있다.
감사원은 이번 감사에서 13개 금융공공기관의 인건비 등을 4대 시중은행 및 4개 증권회사와 비교·분석했다.
그 결과 2013년 기준 금융공공기관의 1인당 평균 인건비(8954만원)는 민간금융회사(7335만원)와 비교해 1.2배 높았다. 비급여성 복리후생비도 평균 394만원으로 민간금융사(300만원)보다 31% 높은 수준이었다.
대표적인 예로 국책은행인 산업은행의 경우 1인당 평균 인건비가 8902만원으로 4대 시중은행 평균(7902만원)보다 12.6% 높았고 한국거래소는 1억1298만원으로 민간증권회사 평균(6770만원)보다 66.9%나 많았다.
감사 대상에 포함된 13개 금융공공기관의 수익은 2009년 6조2894억원에서 지난해 3조516억원으로 줄었다. 특히 예금보험공사의 경우 저축은행 사태 등으로 2011~2012년 대규모 적자가 발생했다.
이처럼 반토막난 수익에도 불구하고 금융공공기관들은 인건비를 계속 인상시켜 온 반면 민간금융사는 2011년 이후 인건비가 하락 추세에 접어들면서 그 격차는 2011년 700만원에서 지난해 1610만원으로 확대됐다.
근속연수가 길어질수록 인건비 격차는 더 확대됐다. 25년 근속 기준으로 수출입은행은 4대 시중은행 평균(1억1400만원)보다 38% 많은 1억5755만원을 지급하며 한국거래소는 1억4749만원으로 민간증권사 평균(9630만원)보다 53%를 더 준다.
평균 근속연수도 13개 금융공공기관은 25.9년에 달한 반면 민간금융사는 21.7년으로 평균 4.2년 길었다. 1일 근무시간은 4대 시중은행이 8시간 근무이지만 국책은행 등은 7~7.5시간으로 운영되고 있다.
감사원은 "독점에 의한 경쟁부재, 정부손실보전 등 더 좋은 경영환경과 짧은 근로시간, 높은 직업안정성 등 더 나은 근무여건에도 불구하고 정부의 인건비 인상률 가이드라인을 준수한다는 명목으로 인건비를 지속적으로 인상해 온 것"이라며 "그 결과 보수는 상대적으로 많고 민간금융사와의 격차가 확대되는 등 방만경영이 심각한 수준"이라고 꼬집었다.
감사원은 금융공공기관이 오래된 관행과 노사 합의에 따라 불합리할 정도로 많은 인건비를 책정했으며 여기에는 금융위원회의 소극적인 감독행태도 한 몫 했다고 진단했다.
이에 따라 모든 공공기관에 동일한 기준으로 적용되고 있는 총액인건비 인상률을 차등 적용하는 등 인건비 수준 자체에 대한 재검토와 정부의 적극적인 감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한편 금융공공기관 수준 만큼은 아니지만 에너지나 건설 등의 다른 분야 공기업들도 재무건전성과 수익성 악화에도 불구하고 인건비와 복리후생비를 꾸준히 올려 온 것으로 나타났다.
감사원에 따르면 이번 감사 대상에 포함된 20개 공기업의 총부채는 2009년 235조원에서 지난해 416조원으로 56% 증가했으며 같은 기간 3조5000억원의 당기순이익은 2조9000억원의 당기순손실로 돌아섰다.
그런데도 20개 공기업의 복리후생비는 1인당 평균 2597만원에 이르고 1인당 평균 보수는 꾸준히 증가한 덕에 지난해 7425만원에 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