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의 세계에 사사로운 감정이 개입될 수 없다. 아버지와 아들, 대학 선후배로 묶인 이들이 새 시즌 프로농구에서 라이벌로 격돌한다.
10개 구단 감독 및 선수들은 6일 서울 중구 소공동의 플라자호텔에서 열린 2014~2015 KCC 프로농구 시즌 개막 미디어데이에 참가해 저마다의 출사표를 던졌다.
특별한 인연을 지닌 이들이 새 시즌 프로농구에 풍성한 볼거리를 제공할 전망이다.
허재(49) 전주 KCC 감독과 장남 허웅(21·원주 동부)은 코트 위에서 적으로 만난다.
허웅은 지난달 진행된 2014 KBL 국내 신인선수 드래프트에서 1라운드 5순위로 동부 유니폼을 입었다. 당시 4순위 지명권을 가진 허 감독이 김지후(22)를 꼽으며 부자 상봉이 무산됐다.
처음 미디어데이에 참가한 허웅은 "오는 11일 KCC와 개막전을 하게 되는데 내게 출전 기회가 주어진다면 최선을 다하겠다"며 "(허 감독을)아버지가 아닌 상대팀 감독으로 생각하며 신인다운 패기를 보여주겠다. 절대로 지지 않을 것"이라고 선전포고를 했다.
허 감독은 "(허)웅이가 얘기한 것처럼 나도 원리 원칙대로 게임을 할 것"이라며 "지금까지 해왔던 대로 팀 디펜스에 신경을 써가며 최선을 다하겠다"고 아들과의 멋진 승부를 예고했다.
과거 허 감독과 한솥밥을 먹었지만 이제는 허웅의 선배가 된 김주성(25·동부)은 "어쩌다보니 내가 허재·허웅 부자의 중간에 끼게 됐다"며 "과거 허 감독님 밑에서 많은 것을 배웠다. 이번에는 내가 내가 (허)웅를 돕고 이끌어 줄 것"이라고 말했다.
문경은(43) 서울 SK 감독과 이상민(42) 서울 삼성 감독은 절친한 선후배가 아닌 적장으로 마주선다. 이들은 1990년대 연세대에서 함께 뛰며 대학농구 최고의 인기스타로 군림했다.
문 감독은 "개인적으로는 친한 선후배 사이지만 올 시즌에는 코트 위에서 6차례 대결을 펼쳐야 한다"며 "나도 감독 부임 첫 시즌에 30점 차 대패도 해보고 연패도 당해봤다. 개인적으로 이 감독이 잘됐으면 하는 마음이지만 우리와 만났을 때는 6전 전패를 하길 바란다"고 기선을 제압했다.
이 감독은 "문 감독이 이끄는 SK는 꾸준히 좋은 성적을 내고 있는 팀이다. 선수 구성도 좋다"며 "하지만 우리도 SK에 뒤지지 않는다. 비시즌 동안 많은 노력을 한 만큼 올 시즌 달라진 모습을 보이겠다. 절대로 쉽게 지지 않을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2014인천아시안게임에서 눈부신 활약을 펼치며 한국의 금메달 획득을 이끈 김종규(23·창원 LG)는 이날 가장 많은 견제를 받았다.
국가대표팀 사령탑이었던 유재학(51) 울산 모비스 감독도 "(김)종규가 국가대표팀 선수들 중 농구에 가장 많이 눈을 뜨고 재미도 붙인 것 같다. 이번 시즌에 큰 활약이 기대된다"고 평가했다.
프로농구 선후배들이 그와의 한판 승부를 기다리고 있다.
공익근무요원으로 2년 군복무를 마치고 돌아온 하승진(29·KCC)은 "2년 동안 농구에 굶주려 있었다. 그동안 못했던 농구를 이번 시즌에 맛있게 먹어보겠다"고 운을 뗀 뒤 "농구월드컵과 아시안게임 등을 통해 성장한 (김)종규의 모습을 봤다. 특히 외곽슛 능력이 좋아졌다. 발이 느린 내가 외곽슛까지 장착한 종규를 막지는 쉽지 않겠지만 코트 위에서 만나게 된다면 잘 막아보겠다"고 밝혔다.
신인 드래프트 전체 1순위로 고양 오리온스에 입단한 이승현(22)은 "대학 시절부터 (김)종규형과 많은 경기를 했다. 사실 신체 조건이나 실력 등은 형이 나보다 월등하다"며 "하지만 근성은 내가 앞선다. 이번 시즌 형에게 악바리 같은 모습을 보여주겠다"고 다짐했다
강적들로부터 도전장을 받게 된 김종규는 "아직 (하)승진이형과 직접 부딪혀 본 적은 없다. 형은 키도 크고 힘도 좋아서 일대일로 맞붙게 된다면 나 혼자 막기에는 무리가 있을 것이다. 조직적인 수비로 형을 막겠다"며 "(이)승현이가 슛·기술 등이 나보다 뛰어나다. 하지만 근성 부분은 아니다. 본인이 나보다 근성이 낫다고 했는데 내가 이번 시즌에 악바리 근성이 무엇인지 제대로 보여주겠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