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합복식 16강전에서 탈락한 한국 여자 탁구의 기대주 양하은(20·대한항공)이 실력 부족을 패인으로 꼽았다.
이정우(30·울산시체육회)-양하은 조는 30일 수원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14인천아시안게임 탁구 혼합복식 16강전에서 김혁봉-김정 조(북한)에 1-3(3-11 13-11 4-11 7-11)으로 패했다.
혼합복식은 한국이 남자 단체전과 함께 메달권 진입을 노리는 종목이다. 특히 노련한 왼손 펜홀더 전형의 이정우와 패기를 갖춘 오른손 셰이크핸드 양하은의 조합은 김민석(22·KGC인삼공사)의 부상으로 연습 기간이 짧은 김민석-전지희(22·포스코에너지) 조에 비해 높은 기대를 받았다.
첫 관문을 무사히 통과한 두 선수는 2013년 세계선수권 우승자인 김혁봉-김정에 막혀 중도 탈락의 고배를 마셨다. 양하은은 단체전 8강전에 이어 다시 한 번 북한 탁구의 위력을 절감했다.
양하은은 "생각보다 어려웠던 것은 아니었는데 확실한 작전이 없었던 것 같다. 전체적으로 많이 끌려간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패인을 분석했다.
첫 세트를 허무하게 내준 두 선수는 2세트를 듀스 끝에 따내며 흐름을 가져오는 듯 했다. 하지만 기세는 오래 가지 않았다.
양하은은 "(혼합복식에서는)여자볼을 칠 때와 남자볼을 칠 때가 한 번씩 바뀐다. 1,3세트에서 내가 남자 선수(김혁봉)에게 볼을 줬는데 그 선수가 정우 오빠를 묶어뒀다"며 "4세트에서는 무조건 이겨야했기 때문에 스스로 답답했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도 이기고 싶었는데 나는 우리가 불리하다고 생각했다. 상대가 워낙 빠른 선수들이고 우리도 연습을 많이 했지만 꾸준히 하지 않고 아시안게임만을 위한 것이었다"면서 "아쉬움도 있지만 내가 실력이 부족해서 그런 것"이라고 덧붙였다.
양하은은 이번이 두 번째 아시안게임이다. 2010광저우아시안게임에서는 언니들을 따라 출전에 의의를 뒀다면 이번 대회는 팀의 중심으로 나서는 첫 번째 무대다.
누구보다 자신의 역할을 잘 알고 있는 양하은은 철저한 준비로 최상의 몸 상태를 만들었다. 그러나 중요한 고비마다 반복되는 패배는 어렵게 올려놓은 컨디션을 망가뜨렸다. 핵심 선수로 많은 일정을 소화하는 것도 아직 20세에 불과한 양하은에게는 버거웠다.
양하은은 "지금도 컨디션이 안 좋은 편은 아닌데 계속 지다보니 감은 별로 좋지 않다. 첫 날에는 5경기를 소화하고 온 몸에 알이 배겼다"며 "힘 전달이 잘 안 되고 볼이 보여도 몸이 안 움직인다. 한 경기 한 경기 하기가 힘들다"고 털어놨다.
단체전과 혼합복식에서 기대 이하의 성적은 거둔 양하은은 아직 복식과 단식 경기를 남겨두고 있다. 양하은은 "잘 하고 싶었는데 안 된다. 이제는 좀 내려놓고 해야 할 것 같다"고 부담없이 경기에 임하겠다는 뜻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