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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진술·증언으로 본 '만연한' 태권도 승부조작

지난해 5월 전국체전 고등부 서울시 태권도 대표선수 선발전에서 승부조작에 가담한 피의자들의 진술과 전직 태권도인들의 증언을 보면 태권도계에 승부조작이 만연해 있음을 알 수 있다.

승부 조작을 지시한 '윗선'이 누구인지 전혀 모르는 점조직 방식으로 이뤄지는데다 학연 등으로 엮어있어 내부 고발도 쉽지 않은 구조인 탓이다.

중학교 태권도 감독 송모(45)씨를 통해 서울시태권도협회 전무 김모(45)씨에게 승부조작 청탁을 한 충북의 한 대학교 태권도학과 교수이자 고교 핀급선수의 아버지인 최모(48)씨는 "태권도를 하는 사람이라면 자식과 제자를 위해 여러 가지 방면으로 부탁하는 게 현 상황이다. 지인을 통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 관례다"라고 진술할 정도다.

경찰은 최씨가 "(전씨와 같이) 제2, 3의 자살사건이 발생하지 않으려면 프로연맹과 같은 연봉제 상임심판 제도가 도입돼야 한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다른 피의자는 "서울시태권도협회 뿐 아니라 지방태권도협회에도 승부조작 건은 비일비재하다"면서 "학연과 지연을 통해 많이 이뤄지는 일명 '오다(Order)'는 주로 남녀 고등부 경기에 많다"고 전했다.

'오다'는 명령을 뜻하는 '오더'(Order)의 잘못된 표현으로, 특정선수에게 유리한 판정을 하라는 뜻으로 태권도계에 퍼져있다.

또 다른 피의자는 "태권도에 전자호구제가 도입된 후에는 심판이 특정선수에게 경고를 줘 도와주고 있다"면서 "일당 6만∼8만 원 정도 받는 심판이 눈 밖에 나면 심판으로 불러주지도 않고 어느 순간에 잘려 버려 소신 있는 판정을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전직 태권도인들을 통해서도 승부 조작에 관한 뒷얘기는 쉽게 전해들을 수 있었다.

서울시태권도협회 임원을 지냈던 오모씨는 "눈에 보일 정도로 심각한 승부 조작이 많아 내가 (몸담을) 단체는 아니라고 생각하고 나왔다"라고 말문을 튼 뒤 "한 사람을 몰아주기 위해 측근끼리 모여서 다른 학생에게 경고를 계속 주는 것을 직접 본 적이 있다. 그 장면을 보게 된 것도 '(승부조작이 있을 테니) 자세히 봐라'라고 귀띔해 줘서다"라고 말했다.

오씨는 "큰 대회의 경우 5000만원 이상의 금품을 주고받으며 (승부를 조작한다는) 소문도 파다하다"면서 "소신 있게 판정하는 심판은 다음 경기에 나오지 못하게 만드는 구조적 적폐를 바꿔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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