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런던올림픽 이후 한국 레슬링의 대들보로 자리매김한 김현우(25·삼성생명)가 2014인천아시아경기대회에서 역대 세 번째 그랜드슬램에 도전한다.
김현우는 오는 30일 인천 도원체육관에서 열리는 2014인천아시안게임 레슬링 남자 그레코로만형 75㎏급에 출전한다.
김현우가 이번에 아시안게임 정상에 오른다면 박장순(46) 국가대표 자유형 감독과 심권호(42) 대한레슬링협회 이사의 뒤를 이어 레슬링 그랜드슬래머가 된다.
레슬링에서의 그랜드슬램은 올림픽·세계선수권대회·아시안게임·아시아선수권대회를 석권하는 것을 말한다.
한국에서는 박장순 감독(1990베이징아시안게임·1992바르셀로나올림픽·1993토론토세계선수권·1996샤오샨아시아선수권)과 심권호 이사(1994히로시마아시안게임·1995애틀랜타세계선수권·1996애틀랜타올림픽·1996샤오샨아시아선수권)가 앞서 그랜드슬램을 달성한 바 있다.
심 이사는 1996년 애틀랜타올림픽 이후 이 체급이 사라지자 체급을 54㎏급으로 올린 뒤, 1998년 테헤란세계선수권부터 다시 차례로 4개 메이저 대회를 모두 석권해 두 체급에서 그랜드슬램을 이뤘다.
김현우는 심권호 이후 끊긴 남자 레슬링 그레코로만형의 계보를 잇고 있는 가뭄의 단비 같은 존재다.
런던올림픽 남자 그레코로만형 66㎏급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며 이름을 떨친 김현우는 지난해 세계선수권에서는 한국 레슬링에 14년 만에 첫 금메달을 선사했다. 올림픽 퇴출과 번복의 아픔을 겪으며 침체기를 보내던 한국 레슬링에 큰 힘이 됐다.
강원도 원주 출신의 김현우는 평원 중학교 시절 레슬링과 처음 인연을 맺었다. 초등학교 때 배운 유도 덕분에 빠르게 적응했고 각종 대회를 휩쓸며 두각을 나타냈다.
2003년 주니어아시아선수권에서 정상을 차지하며 국제대회 첫 금메달을 목에 건 김현우는 2006년 주니어세계선수권에서 은메달을 따내는 등 일찌감치 세계 무대에서도 실력을 인정받았다.
2010년 시니어 무대로 올라오자마자 태극마크를 달며 기대를 모았던 그는 5월에 열린 아시아선수권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며 정상급 실력을 확인했다.
하지만 김현우는 그해 열린 광저우아시안게임에서 2회전 탈락의 고배를 마셨다. 앞서 열린 세계선수권에서 거둔 충격의 2회전 패배의 분위기가 이어졌다.
당시 한국 레슬링은 세대교체 과정에서 '노골드'의 수모를 당했다.
국가대표로 나선 첫 해에 세계 레슬링의 높은 벽을 실감한 김현우는 이듬해인 2011년 월드컵 대회 은메달과 세계선수권 동메달을 차지해 66㎏급에서 새로운 바람을 불러일으켰다.
김현우는 마침내 2012년 런던올림픽에서는 시상대 가장 높은 곳에 섰다. 2004아테네올림픽 이후 8년 만에 나온 올림픽 금메달의 주인공이 됐다.
경기 도중 입은 부상 투혼을 극복하고 차지한 그의 금메달은 많은 이들에게 감동을 선사했다.
체급 변경 뒤 곧바로 적응을 마친 그는 힘과 체격이 월등한 외국선수들에게 전혀 밀리지 않고 지난해 아시아선수권과 세계선수권을 잇따라 제패했다.
특히 세계선수권 결승에서 꺾은 로만 블라소프(러시아)는 2011년 세계선수권과 2012년 런던올림픽 금메달리스트로 74㎏급에서 최강자로 군림하던 선수여서 더욱 고무적이었다.
올림픽에서의 영광 뒤 2년이 흘렀다. 스스로도 노련미가 쌓였다는 김현우는 여전히 자만을 경계하고 있다.
그는 11일 열린 레슬링 미디어데이에서 "런던올림픽 때는 국제대회 경험이 적어서 긴장을 많이 했는데, 이제는 자신감이 많이 생겼다. 자만에 빠지지 않으려고 경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나 자신에게만 집중하려고 한다. 부상만 조심하면 금메달은 알아서 온다고 생각한다"며 금빛 전망을 내놨다.
그는 "감독님께서 '이제야 레슬링에 눈을 떴다'고 했다. 개인적으로도 게임을 즐길 수 있는 여유와 노련미가 생긴 것 같다"고 말했다.
최근 영화 '명량'을 보고 깊은 감동을 받았다는 그는 "영화 속 이순신 장군의 가르침이었던 '필사즉생 필생즉사'를 보고 깊은 감동을 받았다. 죽을 각오로 하다보면 반드시 좋은 결과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