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들의 투자자 성향 평가 기준이 제각기 달라 불완전판매의 원인으로 작용한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증권사 등 금융투자업자는 일반투자자에게 투자권유를 하기 전 자체적으로 마련한 '투자권유준칙'에 따라 '투자자 정보 확인서'를 받아야 한다. 이는 투자자의 투자목적, 재산상황 및 투자경험 등의 정보를 파악하는 일종의 설문지다.
5일 뉴시스가 국내 11개 주요 증권사의 '투자자 정보 확인서'의 작성 항목 및 배점을 비교·분석해 본 결과 항목 수가 적게는 8개에서 많게는 12개까지 차이가 났다.
각 증권사들은 '투자자 정보 확인서'의 항목마다 점수를 매겨 총점을 산출하고 투자 권유를 할 수 있는 금융상품의 기준을 정하는데, 세부 항목에 대한 배점 기준 역시 다른 것으로 나타났다.
예를 들어 '기대 수익 및 감내 손실'과 관련된 항목에서 한 증권사는 ▲투자 수익을 고려하나 원금 보존이 더 중요 ▲원금 보존을 고려하나 투자 수익이 더 중요 ▲손실 위험이 있더라도 투자 수익이 더 중요 등 3가지로 분류했다.
반면 다른 증권사는 ▲무슨 일이 있어도 투자원금 보전 ▲10% 미만까지 손실 감수 ▲20% 미만까지 손실 감수 ▲기대수익이 높다면 위험이 높아도 상관 없음 등으로 보다 구체적으로 명시했다.
'소득 수준' 역시 한 증권사는 월소득 기준으로 ▲100만원 이하 ▲200만원 이하 ▲300만원 이하 ▲400만원 이하 ▲400만원 초과 등으로 나눠 배점했다. 다른 증권사는 연소득 기준으로 ▲3000만원 미만 ▲3000만원~6000만원 ▲6000만원~1억원 ▲1억원~2억원 ▲2억원 이상 등으로 나눠 점수를 매겼다.
일부 증권사는 금융지식 관련 항목에서도 '투자지식이 거의 전무하고 금융투자회사 임직원의 도움 없이는 스스로 투자판단을 내릴 수 없을 정도'를 '낮은 수준'으로 규정하고 있다. 반면 다른 증권사는 '주식과 채권 차이를 구별할 수 있는 정도'를 '낮은 수준'으로 분류하는 등 기준이 다른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증권회사가 다른 방식으로 투자자 성향을 조사하기 때문에 같은 투자자를 대상으로 한 위험 성향 분류 결과 역시 다르게 도출됐다.
투자자를 ▲만 30세 ▲월소득 300만원 ▲투자예정기간 1~2년 ▲전체 금융자산의 10% 미만 투자 ▲1년 미만 주식 투자 경험 ▲시장수익률 기대 ▲일부 손실(10%) 감내 가능 등의 조건으로 설정해 투자자 성향을 분석한 결과 A증권사는 '위험중립형'으로, B증권사는 '적극투자형'으로 각각 다르게 분류됐다.
대부분의 증권사는 '위험중립형' 투자자에 대해 BBB-~BBB등급 이상 회사채를 권유할 수 있다. '적극투자형' 투자자에 대해서 일부 증권사는 회사채 투자 권유 가능 상품에 제한이 없다. 또 권유할 수 있는 주가연계증권(ELS)의 원금보장 범위 역시 '위험중립형'에게는 대부분 원금 부분보장이지만, '적극투자형'에게는 원금비보장 ELS를 권유할 수 있다.
각 증권사마다 동일 투자자를 대상으로 한 위험 성향 분류가 큰 차이를 보인다면 투자자 보호는 뒷전으로 밀릴 수 밖에 없다.
금융투자협회 관계자는 "2009년까지 투자자 성향 분석 기준이 일원화 돼 있었다"며 "각 회사별 사업전략 및 고객 베이스에 차이가 있기 때문에 효율적인 평가를 위해 제도 개선을 통해 자율화 된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 2010년부터 투자권유제도 개선방안에 따라 기존 5단계의 투자성향 분류(안정·안정추구·위험중립·적극투자·공격투자)가 3~7단계 등으로 확대됐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동양 사태의 후속 조치의 일환으로 금융투자업자들이 자본시장법에 근거한 투자권유준칙을 준수하고, 적합 상품을 권유하는 지 등에 대해 점검하고 있다"며 "점검 과정에서 부족한 점이 있다고 판단된다면 개선 등을 권고할 수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