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우리 경제의 하방 위험이 높아졌다고 진단했다.
이 총재는 10일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를 마친 뒤 기자간담회에서 "세월호 참사 이후 위축됐던 소비가 아직 완전히 회복되지 못하고 있다"며 "향후 경제성장 경로에서 하방 리스크가 다소 커진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 총재는 이날 "지난 4월 1분기 경제성장전망을 내놓을 때와는 경기 인식이 바뀌었다"고 밝혔다.
그는 "지난 4월 1분기 수정전망을 내놓을 때는 미국 정책 불확실성과 같은 대외 리스크가 더 크다고 봤다"며 "하지만 이후 세월호 사고가 곧바로 터지면서 대외리스크는 많이 완화된 반면 국내 리스크가 커지는 양상"이라고 설명했다.
세월호 참사의 파급여파가 예상보다 큰 데다 그 기간 마저 길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세월호 여파가 경제지표로도 나타나고 있기 때문에 경기에 대한 인식은 종전과 다를 수 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다음은 이주열 총재와의 일문 일답.
- 최경환 경제부총리 후보가 인사청문회에서 우리 경제에 하방리스크가 많아졌다는 표현을 했다. 총재도 동일한 발언을 했는데, 두 사람의 경기상황 인식이 일맥상통한다면 앞으로 정책공조는 어떻게 이뤄지나.
"우리 경제에 대해 나와 최 후보자와 시각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정책공조는 한은과 정부가 각각 통화정책 결정과 거시 경제정책 수립이라는 고유의 기능을 수행하면서 전체적인 정책 효과가 극대화 되도록 조화롭게 운영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따라서 가장 먼저, 두 기관이 현재의 경재 상황과 앞으로의 경제 흐름에 대한 인식을 공유하고 차이가 있다면 함께 줄여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 총재는 지난 5월과 6월 금통위 회의 직후 "현재 금리수준(2.5%)이 경기회복을 뒷받침하는 수준"이라고 설명했는데, 그 판단은 아직도 유효한가. 7월 전망이 나왔는데 금리방향은 인상쪽으로 유지하고 있나.
"적정금리를 정확히 제시하기는 곤란하지만 현재 금리 수준은 실물경제 활동에 부합하는 수준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성장세가 최근 주춤한데다 올해 성장률 전망치도 하향조정했다. 이를 감안하면 종전까지는 2.5%의 기준금리를 완화적 기조라고 봤지만 지금은 완화 폭이 종전보다 줄어들었을 것이다"
-6월 금통위 당시 총재가 경기대응면에서 현재 한은이 보유한 대출정책을 경기상황에 따라 활용하기 위해 검토중이라고 밝혔다. 현재 어떻게 논의가 이뤄지고 있나.
"한은의 대출정책은 단기적인 부양보다는 경제의 성장 잠재력 확충이나 자금흐름을 개선하는 방향으로 사용하는게 바람직하다고 본다. 이를 위한 구체적인 방안은 강구하고 있다"
-하반기 경제성장 전망치를 0.2%포인트 내려 잡았다. 종전 전망치(4.0%)와 경제인식에 어느 정도 차이가 있는 것인가?
"오늘 내놓은 3.8%도 잠재성장률에 부합하는 수준이지만 우리 경제의 하방리스크가 좀 더 크다고 보고 있다"
-기재부와 한은이 경제에 대한 견해차를 지속적으로 좁히기 위한 노력을 하겠다고 했다. 이번 기회에 두 기관 간 만남을 공식적으로 정례화 하는 것이 어떤가.
"정부와 중앙은행이 경기 인식을 공유할 필요가 있기 때문에 만남을 갖는 것은 필요하고 바람직하다. 그러나 아직 정례화 여부는 고려하지 않고 있다"
-국내총생산(GDP) 마이너스 갭이 확대됐다. 일시적인 현상인가?
"지난 2분기에 성장세가 좋지 않았기 때문에 GDP 마이너스 갭이 확대됐을 수 있지만 앞으로는 그 폭이 줄어드는 방향으로 갈 것이다. 다만, 줄어드는 속도는 종전보다 완만질 것으로 본다"
-경상수지 흑자가 지속되면서 원화절상 압력과 통상마찰 우려도 나오고 있다. 올해 경상수지 흑자 규모는 어느정도 될 것으로 보나. 우리 경제규모 대비 과다한 수준인가.
"지난해 경상수지 흑자가 대략 800억 달러에 달했다. 이런 추세가 지난 5월까지 지속되면서 경상수지 흑자가 예상보다 더 많이 늘어났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 올해 경상수지 흑자 규모도 작년과 비슷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 정도 규모는 GDP의 6%에 달하는 수준이기 때문에 통상적인 기준 보다 높다. 흑자의 가장 큰 이유는 수출 호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세계 경제가 회복되고 국산제품의 비(非)가격경쟁력이 향상되면서 수출이 호조를 보였다.
하지만 일각에서 얘기하는 수입이 줄어서 생긴 불황형 흑자는 아니다. 수입증가세가 낮은 이유는 경기불황이 아니라 원자재 가격 하락에 따른 것이기 때문이다. 가격요인을 제외하고 물량기준으로 본다면 올해 1~5월 수입물량은 4% 이상 증가했다. 앞으로 내수가 활성화 된다면 수입 수요도 늘어나면서 경상수지 흑자규모가 줄어들 것이다"
-오늘 나온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의사록에는 오는 10월 양적완화 축소를 종료하겠다는 입장이 명시되어 있다. 이에 따라 금리 인상에 대한 논란이 증폭될 텐데 한은은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미국 연준이 양적완화 축소를 10월에 종료해도 금리 인상 시점을 늦추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따라서 국제금융시장의 불안정성이 예상보다 많이 줄었지만 매입 자산의 재투자 등을 고려한다면 변동성이 커질 수도 있다. 이 점이 한은의 통화정책 운용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에 면밀히 살피고 있다"
-총재가 우리 경제에 하방리스크가 커지고 있는 발언을 했기 때문에 일부에서는 금리 인하의 기대감이 커졌을 수 있다. 이에 대한 견해는.
"금리를 인하하든 인상하든 효과와 함께 비용이 수반된다. 금리를 내리면 분명히 부동산 등에도 분명히 영향을 미칠 것이다. 긍정적인 면과 부정적인 면을 종합적으로 보고 거시경제측면에서 금리 조정 여부를 결정할 것이다"
-하성근 금통위원이 얼마전 학계에 우리나라도 아베노믹스와 같은 정책을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의원들도 아베노믹스가 필요하다는 언급을 했는데 어떻게 생각하나.
"아마 하 위원은 통화정책을 염두에 둔 것은 아니고 전반적인 경제 틀을 새로 짜자는 차원에서 발언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후보자가 인사청문화에서 "우리나라 경제가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을 닮아간다"고 얘기했는데, 동의하나.
"일본식 경기침체와 디플레이션에 대한 우려는 지난해부터 제시됐다. 하지만 현재 우리경제가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의 상황처럼 될 가능성은 낮다. 최 후보자의 발언은 '그렇게 되면 안된다'는 경각심을 주기 위한 표현으로 이해한다"
-주택담보대출(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을 완화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LTI와 DTI가 주택거래를 제약하는 측면도 있지만 가계의 재무건전성과 은행의 자산건전성 측면에서는 필요하다고 본다. LTI와 DTI를 조정할때는 이런 점을 종합적으로 조절해서 판단해야 한다"
- 총재가 취임 초에는 한은의 역할을 강조했던 것과 달리 오늘은 전체적인 정책 효과가 극대화되도록 한은과 기재부가 고유의 기능을 다하는게 정책 공조라고 말했다. 총재의 한은 독립성에 대한 견해는 과거와 같은가.
"정책공조에 대한 인식은 취임 당시와 같다. 한은과 기재부가 고유의 기능은 존중하되 정책 방향 자체가 어긋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기 때문에 경제상황에 대한 인식을 공유하고 간극을 줄이자는 것이다."
-총재의 경기인식도 취임 초와 많이 변한 듯 하다.
"3개월 전과 비교해 경기인식은 바뀌었다. 4월 1분기 수정전망을 내놓을 때는 국내 리스크 보다 대외 리스크가 더 크다고 봤다. 그 때는 국제금융시장에서는 미국 연준의 금융정책에 대한 불확실성이 남아있었고 우크라이나 지정학적 위험도 사그라들지 않았다. 하지만 그 이후 세월호가 곧바로 터지면서 대외리스크는 많이 완화된 반면 국내 리스크는 커졌다. 세월호 참사의 파급여파가 예상보다 크고 오래가고 있기 때문이다. 또 이같은 여파가 경제지표로도 나타났다. 따라서 경기에 대한 인식은 종전과 다를 수 밖에 없다"
- 오늘 총재가 세월호 참사로 인한 내수 위축을 지적한 것과는 달리 지난 5월에 발표한 지역경제보고서에서는 세월호 여파가 완화됐다고 밝혔었다.
"세월호 참사가 발생하고 나서 한 달 동안 급격히 내수쪽이 침체됐었다. 지역경제보고서 작성시점은 5월 하순께이기 때문에 시간이 흐르면서 내수부진의 정도가 그전보다 조금 완화됐던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