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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줄리언 어산지 영화 ‘제5계급’ 한국개봉 안갯속…왜?

폭로전문 사이트 ‘위키리크스’의 창립자 중 한 명이자 대변인인 줄리언 어산지(42)를 다뤄 화제가 된 영화 ‘제5계급’(감독 빌 콘돈)의 국내개봉 일정이 미정이다. 

영국드라마 ‘셜록’의 셜록 홈스 역으로 한국에서도 팬층을 쌓은 베네딕트 컴버배치(37)가 은발로 염모하고 어산지로 분해 기대를 높인 이 작품은 당초 11월 개봉할 예정으로 홍보를 시작했다. 그러나 여러 사정으로 연내 개봉은 불가능하게 됐다. 여차하면 극장에 걸리지 않은 채 IPTV 시장으로 직행할 수도 있다. 

‘제5계급’의 배급사인 소니픽쳐스릴리징월트디즈니스튜디오스코리아 측은 29일 “아무래도 블록버스터가 아닌 작은 영화여서 경쟁작 등을 고려해 내년 초 개봉을 예정하고 있다”며 “아직 결정된 것은 없지만 바로 IPTV 서비스를 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11월에는 한국영화의 입김이 셌고, 12월에는 가족단위 관람영화가 주를 이루는만큼 연말에 개봉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판단을 내렸다”는 것이다. 

지난달 영국과 북아메리카에서 먼저 개봉했지만 부진한 흥행성적과 평단의 박한 평을 받은 것도 개봉 연기에 영향을 미쳤다.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세 번 상영됐을 때는 반응이 꽤 괜찮았지만 해외에서 성적이 그다지 좋지 않았고 주제나 스토리가 대중적인 영화는 아니므로 아무래도 세심하게 개봉시기를 조율할 수밖에 없다”는 해명이다.

‘제5계급’은 줄리언 어산지와 그의 동료 다니엘 돔 샤이트 베르크(다니엘 브륄)가 정부와 대기업의 비밀을 폭로하는 내부고발자들을 위한 소규모 플랫폼을 운영하다가 위키리크스를 창설하고 갈라서기까지의 시기를 주로 다뤘다. 미국의 이라크 전쟁기록, 외교문건, 스위스 비밀계좌 등 각국의 기밀들이 공개되면서 벌어지는 파장이 그려진다. 

‘로얄 어페어’, ‘안나 카레니나’에 나온 스웨덴 여우 알리시아 비칸데르(25)가 출연하면서 어산지가 스웨덴에서 여성 두 명을 성폭행한 혐의로 피소된 사건도 담기는 것 아니냐는 예측을 낳았지만, 그 부분은 마지막 자막으로 짧게 언급된다. 스웨덴으로 송환돼 미국으로 넘겨지는 것을 우려한 어산지는 지난해 9월 런던 주재 에콰도르 대사관으로 피신, 현재까지 망명을 요구하며 이곳에 머무르고 있다. 

한편 어산지는 이 영화에 극도로 반발하고 있다. 대본을 접한 후 “위키리크스와 위키리크스 스태프들의 정직성을 공격하는 프로파간다 영화”라며 “거짓말은 또다른 거짓말을 낳는다”고 비난했다. 급기야는 컴버배치에게 “자신을 지키려는 정치난민을 비방하고 소외시켜 위험한 상황에 몰아넣고 있다”는 내용의 e메일을 보내 출연을 재고해달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제작사인 드림웍스픽처스나 배급사인 월트디즈니스튜디오 등이 어산지나 위키리크스에 아무런 자문을 하지 않은 것도 그의 분노를 샀다. 어산지는 “이들 조직이 아무런 대가도 치르지 않고 생존 중인 사람들, 생존 중인 정치난민, 미국에서 큰 재판에 얽혀있는 사람들에 대한 영화를 만들겠다고 단순하게 결정하다니 한심하다”고 일갈했다. 

어산지의 반격은 영화 흥행에 찬물을 끼얹는데 한몫했다. 영미권 개봉 직전 위키리크스 사이트에 이 영화의 시나리오라는 각본을 공개하며 “사실을 가장한 픽션”이라는 딱지를 붙였다. 10월11일 세계최초 영국에서 개봉하는 날에 맞춰 자신이 제작한 다큐멘터리 ‘미디어스탠’을 무료로 풀기도 했다. 2010년 11월 세계를 떠들썩하게 만든 ‘케이블게이트’, 위키리크스가 미국의 기밀 외교문서를 대량유출한 사건을 담은 약 1시간35분 분량의 영상이다. 어산지는 “이번 주말, 네 시간과 돈을 할리우드 프로파간다 영화에 쓰는 대신 친구들과 함께 ‘미디어스탠’을 보는게 어떨까?”라는 보도자료도 배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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