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자본투자가 건설 투자에 집중돼 연구개발(R&D) 투자 비중이 높은 주요 선진국보다 경기순환속도가 느린 것으로 나타났다.
한번 지으면 수명이 오래가는 건물이나 사회기반시설 등은 기계, 소프트웨어류 보다 대체 주기가 길기 때문이다.
14일 한국은행과 통계청이 내놓은 '국민대차대조표 공동개발 결과(잠정)'에 따르면 1970년 이후 우리 경제의 자본스톡과 자본서비스는 유사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이는 자본스톡보다 자본서비스가 더 빠르게 증가하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주요 선진국과는 다른 양상으로 우리나라의 경기순환 속도가 선진국보다 느리다는 뜻이다.
자본스톡은 경제주체가 가진 건물, 토지 등 고정자산에 대한 현재 가격을 합친 것이다.
또한 자본서비스는 실제 생산 과정에서 쓰이는 자본의 투입량으로 수명이 긴 고정자산일수록 한번의 생산과정에 들어가는 물량은 적어진다.
예를 들어, 수명이 10년인 A라는 자산과 수명이 50년인 B라는 자산을 비교하면 한번의 생산과정에서 A가 투입하는 자본서비스는 10분의 1, B는 50분의 1 만큼 투입된다.
한은 관계자는 "자본서비스가 크게 증가하지 못하는 것은 우리 경제가 건설자산에 대한 투자 집중도가 여전히 높기 때문"이라며 "정보통신 분야에 투자가 많기는 했지만 건설, 인프라 투자에는 미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건설자산은 가격이 높기 때문에 자본스톡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크지만 수명이 길어 실제 생산과정에 투입되는 자본의 양은 적다.
때문에 기계, 소프트웨어, 연구개발(R&D)과 같이 수명이 짧은 자산의 비중이 높은 선진국과 비교했을 때 우리나라의 자본서비스 증가속도는 더딜 수 밖에 없다.
더 큰 문제는 자본서비스의 증가율이 외환위기를 거치며 크게 둔화되면서 2012년에는 4%에 그쳤다는 데 있다.
1993~1997년 평균 11% 속도로 증가하던 자본서비스가 2000~2004년에는 평균 5.5%, 2012년 4%까지 내려갔다.
한은 관계자는 "외환위기 이후 기업투자가 크게 위축됐기 때문"이라며 "글로벌 금융위기 등으로 기업의 보수적인 투자행태가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최근 R&D투자가 늘어나며 자본서비스 증가를 이끌고 있다"며 "완만하지만 우리경제가 성숙한 경제로 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자본서비스의 증가속도는 경기순환 속도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잠재성장률의 중요한 변수"라며 "앞으로 건설투자 집중도를 낮추기 위해 다양한 분야의 투자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