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세월호 참사 이 후 기업들의 안전 관리 비상

“주의를 한다고 했는데, 사고가 계속 일어나고 있다. 단순히 직원의 부주의가 원인이라고 할 수도 없고 안전교육 강화로 해결할 수 있다고 장담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한 중소기업 사업장에서 안전관리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이모 부장(50)은 “최근 사업장내 분위기가 상당히 얼어붙은 상태”라며 이같이 말했다.

세월호 참사가 안전불감증과 초기 대응 미흡 등 인재로 빚어진 사고로 드러나면서 기업 스스로 안전 관리에 대한 자각이 커졌다.

기업들은 한층 더 강화된 안전관리 방침을 세우고, 안전교육 시간을 늘리면서 대상 범위도 협력사 하도급 업체 전체로 확대했다. 특히 최근 산업 현장의 안전사고는 업종을 가리지 않고 발생하고 있다. 조선·해운·항공·철강·정유·화학·정보기술(IT) 등 전 산업 분야를 망라한다.

LG는 지난달부터 사업장의 소방안전 시설과 훈련 등을 일제 점검하고 있다. 안전관리 조직과 인원을 확충하고 안전 시설이나 장비를 보강하는 한편, 돌발상황 발생 시 신속한 대응과 작동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하고 있다.

LG관계자는 “각 사업장 시설 및 안전 관리 설비를 교체∙수리해 나가고 있으며, 위험·유독물질 방제 및 보호장비, 스프링클러 등 소방시설과 장비를 지속적으로 보강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지난해 초 발생한 삼성전자 화성공장 불산 누출을 비롯해 연이은 사고로 기업 이미지에 큰 타격을 입은 삼성은 올해 말까지 안전환경 분야에 약 3조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그룹 관계자는 “안전환경 컨트롤타워인 안전환경연구소의 조직체계를 기존 2팀에서 6팀으로 확대 개편하고 환경안전 전문인력도 300명 넘게 확충했다”고 밝혔다.

실제 대규모 방제훈련도 빠지지 않고 있다.

한국무역협회와 코엑스는 13일 트레이드타워(지하 2층, 지상 54층)와 아셈타워(지하 4층, 지상 41층)에 입주한 201개사 임직원 등 9000여명이 참여한 가운데 초고층건물 가상화재발생 비상대응 피난훈련을 실시했다.

CJ CGV는 오는 16일 CGV일산에서 화재 발생을 가정한 대규모 소방대피 훈련을 실시한다.

극장운영전문가 양성센터인 CGV 유니버시티와 일산소방서 주관으로, CGV 전 지점의 안전관리 담당자가 참여하는 대대적 합동훈련이다. 화재 발생을 가정한 관람객 대피 유도는 물론 소방대의 인명 구조 및 화재 진압 훈련이 함께 진행될 예정이다.

CJ CGV 영업지원팀 김인철 팀장은 “평소 주기적으로 안전관리 매뉴얼에 따른 방재 교육을 실시해 왔다”며 “사고 제로를 목표로 실제 사고가 발생했을 경우를 가정한 실질적인 훈련을 강화해 고객 안전에 만전을 기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안전관리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관련책임자의 직급도 상향 조정하고 있다.

지난달 화재 사고가 발생한 현대중공업은 각 사업본부 산하의 9개 안전환경조직을 대표이사 직속의 안전환경실로 개편하고 총괄책임자도 전무급에서 부사장급이 맡도록 했다.

아시아나항공도 지난해 12월 안전보안 부문을 본부급의 사장 직속 안전보안실로 격상하고 외부 전문가인 전일본공수(ANA) 출신 야마무라 아키요시 부사장을 영입했다.

지난해 9월 중국 우시공장 화재로 생산차질을 빚은 SK하이닉스는 올 초 조직개편을 통해 기존 환경안전팀을 본부로 격상시키고 본부장에 부사장을 선임했다.

오너들 역시 안전관리를 주문을 빼놓지 않는다.

구본무 LG 회장은 13일 여의도 LG트윈타워에서 열린 5월 임원세미나에서 세월호 사고를 언급하며 ‘기본’을 강조했다.

구 회장은 세월호 사고와 관련해 “소중한 생명들을 잃게 돼 안타깝고 무거운 마음”이라며 “사업에서도 안전과 품질에 있어 방심하거나 소홀한 점은 없는지 근본부터 제대로 점검해야 하고 무엇보다 기본을 철저히 지키는 문화가 중요하다. 경영진과 특히 최고경영자(CEO)들이 이를 책임지고 챙겨야 한다”고 말했다.

이상운 효성 부회장은 지난 7일 CEO레터를 통해 “평상시 위기의식 부재와 준비 부족이 큰 비극을 초래했다”며 “가장 큰 문제는 (세월호 참사와 같은) 최악의 사태가 일어났을 때 어떻게 행동해야 할 것인지에 대해 평상시에 전혀 준비가 돼있지 않았다는 점이다. 상시적인 위기의식을 가지고 평소 부단히 위기에 대비하지 않는다면, 정작 위기가 닥쳐왔을 때 제대로 대응하기 어렵다”고 상시적인 위기 의식을 강조했다.

기업들의 안전 조치가 갈수록 강화되지만 '현장과 무관한 내용'이라거나 '안전 알레르기'라며 불편을 호소하는 직원들도 눈에 띈다.

산업현장에서 크레인을 운전하는 김 씨는 “‘안전’이라는 단어를 하루에 수도 없이 듣고 있고, 교육시간도 늘었다.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당연히 받아들여야 한다. 하지만 모든 것이 상명하달식이라 강압적으로 느껴질때가 많다”며 “안전 매뉴얼이 새로 만들어졌다고 하는데, 여전히 현장 직원들의 상황을 100% 반영하지 못한 내용들이 많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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