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종합]전두환 압류미술품 경매, 335점 37억원어치

전두환(82) 전 대통령 일가의 압류 미술품이 경매된다. 검찰이 압수한 전 전 대통령 일가의 미술품은 모두 605점이다. 

검찰은 이 작품들을 국내미술품 경매회사 서울옥션과 K옥션에 300여점씩 위탁했다. 이는 추징금 환수 절차의 하나다. 경매는 서울옥션과 K옥션이 두 차례에 나눠 진행한다. 첫 경매에 나오는 전 전 대통령 일가의 압류 미술품은 모두 335점이다.

경매는 K옥션이 먼저 시작한다. 12월11일 오후 4시 서울 강남구 신사동 K옥션 전시장에 ‘전재국 미술품 컬렉션’이란 제목으로 80점을 경매한다. 추정가는 17억원이다.

김환기, 이응노, 이대원, 변종하, 권옥연, 김종학, 오치균을 비롯해 육근병, 구본창, 이석주, 권여현, 주태석, 박종배, 노상균, 류인 등의 작품이 나온다. 외국의 데이미언 허스트, 프랜시스 베이컨의 작품과 김대중·전두환 전 대통령의 글씨도 포함됐다.

최고가는 김환기의 ‘24-VIII-65 사우스 이스트’(178×127㎝)다. 1965년 뉴욕시대 작품으로 추정가 4억~8억원에 책정됐다. ‘전재국 미술품 컬렉션’의 프리미엄을 고려한다면 작품들은 시세보다 30~40% 저렴하다.

같은 날 오후 5시에는 ‘겨울경매’를 한다. 박수근 ‘노상의 사람들’(3억8000만~6억원)과 유영국 ‘작품’(1억9000만~2억8000만원)을 비롯해 장욱진, 천경자, 유영국, 게르하르트 리히터, 구사마 야요이 등의 작품으로 꾸민다.

K옥션은 이와 함께 12월 13~17일 ‘전재국 미술품 컬렉션’ 2차 매각 온라인 경매를 한다. 100여점을 선보일 예정이다.

서울옥션은 12월18일 오후 3시 평창동 서울옥션 본사에서 ‘전두환 전 대통령 추징금 환수를 위한 특별경매’란 제목으로 경매한다. 155점이며, 추정가는 20억원이다.

전 전 대통령 일가 소유의 압류미술품은 특정한 장르나 시대, 형식에 얽매이지 않은 방대한 컬렉션이다. 고미술과 근현대미술, 해외미술 등을 망라한다. 외국에서 활발하게 거래되는 도자기 인형도 포함됐다.

압류미술품 특별경매는 미술 시장에서 거래가 원활히 이뤄지고 있는 주요 작가의 작품과 미술사적 의의가 있는 작품, 젊은 작가들이 제작한 최근작, 기타 작품으로 나눴다.

압류미술품 중 최고가는 조선시대 화가들의 화첩이다. 추정가가 5억~6억원에 달한다.

전두환 전 대통령 집안에서 오랫동안 소장한 것으로 알려진 이 화첩에는 겸재 정선의 그림 5폭, 현재 심사정 그림 3폭을 비롯해 관아재 조영석, 표암 강세황, 호생관 최북, 북산 김수철 등 모두 9명의 작가가 그린 총 16폭의 그림이 담겨있다. 

조선 후기인 18~19세기에 걸친 대가들의 작품을 담은 이 화첩 속에서 돋보이는 작품은 겸재 정선의 ‘계상아회도(溪上雅會圖)’다

우뚝 솟은 산과 굽이쳐 흐르는 계곡의 모습을 시원한 구도로 풀어낸 작품이다. 너른 바위에 모여 앉아 경치를 감상하는 인물들과 나귀를 타고 이들을 찾아가는 또 다른 인물을 그린 이 작품은 겸재 특유의 필치와 화법이 드러나는 수작이라고 서울옥션 측은 설명했다. 

현재 심사정의 ‘송하관폭도(松下觀瀑圖)’는 근경의 바위와 굽이친 소나무, 쏟아져 내리는 폭포를 배경으로 이를 바라보는 선비의 모습이다. 

서울옥션 측은 “시원하면서도 세심한 필력과 인물묘사가 돋보이는 가운데 문인화의 깊이가 느껴지는 이 작품에는 표암 강세황의 평이 곁들여져 작품의 가치를 더한다”며 “이 작품들은 최근 미술시장에 나온 작품 중 단연 돋보이는 수작”이라고 전했다.

이 외에도 민화 책가도, 괴석 화접도, 곽분양행락도 병풍 등의 고미술품이 경매로 함께 진행된다.

전 전 대통령이 오랜 기간 자택에 걸어둔 이대원의 120호짜리 ‘농원’은 추정가 3억~4억원이다. 1987년에 제작됐다. 이 작품은 전 전 대통령의 자택에 걸려있었으며 시공사에서 이대원의 전 작품을 연도별로 정리해 2008년 발행한 ‘이대원’ 화집의 1권 도록 표지에 사용했을 정도다.

오치균의 풍경화를 비롯해 변종하, 김종학, 권순철, 최영림의 유화 등 한국 근현대미술 주요작가들의 작품이 포함됐다. 배병우, 구본창 등 한국을 대표하는 사진작가들의 작품들도 함께 경매된다.

외국 작가 작품은 미국 신표현주의를 대표하는 데이비드 살르의 유화와 이탈리아 트랜스 아방가르드 대표작가인 밈모 팔라디노의 작품을 비롯해 중국작가 장샤오강, 영국 표현주의의 대가 프랜시스 베이컨의 판화 등이 있다.

또 한국 현대미술사의 허리와도 같은 역할을 하는 중요 중견작가들의 작품도 많다.

이는 ‘아르비방’ 작가군으로 ‘생동하는 미술’이라는 뜻을 담은 ‘아르비방(Art Vivant)’은 전두환 전 대통령의 장남 전재국씨가 운영하는 시공사에서 1994~1996년 출간한 55권에 달하는 한국화가 화집 시리즈다.

미술의 대중화를 위해 기획된 ‘아르비방’은 당시 독특한 작품세계를 선보이며 10년여간 국내외에서 활발한 작품 활동을 벌여온 주요 중견 작가와 그 작품들을 소개하는 책이다. 작가의 대표작을 시기와 경향, 장르에 따라 소개하고 있다. 일본 등 국제무대에 이들을 알리고자 작품평을 영문으로 수록하고 작품 제작과정과 전시장 전경 등을 컬러 사진으로 넣었다.

‘아르비방’ 시리즈는 생존 작가의 화집을 시리즈로 구성한 최초의 예이기도 하다.

이번 경매에는 당시 아르비방에 소개된 작가들인 권여현, 김근중, 조덕현, 정경연, 형진식 등의 작품과 도록에 수록됐던 작품들이 나온다. 국대호, 이우림, 이길우 등 근래 개인전을 진행하며 활발하게 활동하는 작가들의 작품 등도 함께한다.

스페인의 수제 도자기 인형 전문 브랜드인 야드로(LLADRÓ) 도자기 컬렉션도 주목된다. 이번 경매에 출품되는 야드로 도자기 중 눈에 띄는 것은 ‘에인절 오브 더 미러(Angel of the mirror)’다. 레전드 컬렉션에 속하는 작품으로 천사의 모습을 한 도자기 인형에 금과 은을 입히고 눈은 다이아몬드로 만들었다. 흑요석으로 만든 거울을 들고 있는 형태로 제작됐다.

서울옥션 측은 “야드로 도자기 인형 중에서도 고급 라인에 속하는 작품”이라며 추정가 1000만원에 책정했다. 이 외에도 크리스마스 산타, 엘리자베스 영국 여왕, 종교 도상을 담은 작품 등 다양한 주제의 작품들이 새로운 주인을 기다린다. 작품 판매 금액은 추징금 환수로 사용된다.

서울옥션과 K옥션은 나머지 작품 300여점을 내년 초 경매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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