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업계의 부실에 발목이 잡힌 수출입은행이 결국 재무건전성 개선을 위해 정부에 손을 벌려야 하는 처지에 내몰렸다. 정부는 수은의 자구적인 노력을 포함해 1조원 규모의 현물출자를 진행할 방침이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수은은 부실채권이 근래들어 수조원대로 폭증하고 있다.
우선 금융기관의 여신 중 3개월 이상 환수가 연체된 부실채권을 의미하는 '고정이하여신'은 지난 2006년 489억원에서 올해 7월말 기준 2조4437억원으로 4000% 늘어났다.
은행이 빌려준 돈 가운데 고정이하여신이 차지하는 정도를 퍼센트로 나타낸 '고정이하여신비율'도 역시 0.13%에서 2.04%까지 상승했다.
국회 기재위원회 오제세 의원(새정치민주연합)에 따르면 2011년부터 올해 7월까지 최근 5년간 수은이 대출이나 보증을 선 회사 중 법정관리에 들어간 곳은 무려 107곳에 이른다.
이들에 대한 여신은 ▲극동건설 1197억 ▲삼환기업 683억원 ▲우양에이치씨 522억원 등 1조3337억원 규모다. 이 가운데 311억원은 출자전환해 회사 지분으로 보유하고 있으며 358억원은 환수가 어렵다고 판단해 상각처리했다.
이덕훈 수은 행장은 9월 삼성중공업과 성동조선의 경영협약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고정이하 여신 2조8000억으로 8월 들어 고정이하여신비율도 1.98%까지 내려갔다"며 "충분히 커버할 수 있는 충당금을 이미 쌓고 있어서 기업이 크게 악화되지 않는 한 추가 손실은 없다"고 말했다.
고정이하여신비율 만큼 심각한 부분은 국제결제은행 자기자본비율(BIS)이다. 수은의 BIS비율은 10.01% 수준으로 국내 18개 금융기관 가운데 가장 낮다.
국내 전체 은행의 올해 6월 말 기준 BIS비율은 14.08%며 시중은행은 14.85%다. 특수은행의 평균 역시 13.08%로 수은보다 3.07%포인트 높다.
특히 금융권에서는 수은의 BIS비율은 이미 권고치보다 낮은 9%대로 내려 앉았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0.1%포인트 차이로 10%대에 닿은 점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며 "여신 제공 기업을 보수적으로 평가했을 경우 9%대에 머물렀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BIS비율은 자기 자본(자본금, 이익 잉여금, 자본 잉여금 등)을 대출과 외화 자산, 투자금 등이 포함된 위험 가중 자산으로 나눈 비율로 국제결재은행 바젤위원회에서 1988년부터 8% 이상을 권고하고 있다.
하지만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2010년 규제를 더욱 강화하는 조치(바젤 Ⅲ)를 내놓았다. 이에 따르면 BIS 기준을 8% 이상에서 단계적으로 10.5%까지 높이고, 보통주 자본비율 4.5%, 기본자본비율 6% 기준 유지를 권고하고 있다.
하지만 수은의 경우 하반기 기준에서 9%대의 BIS을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성동조선에 대해 단독 추가지원을 할 경우 8%대까지 떨어질 가능성도 존재한다. 이미 국제결제은행의 새로운 기준에도 못미쳐 재무건전성에 빨간불이 들어와 있는 형국이다.
수은은 성동조선과 관련해 채권단에 4200억원의 추가 지원을 요청한 가운데 이것이 뜻대로 되지 않을 경우 또다시 단독으로 성동조선을 지원해야 할 가능성이 높다. 이 행장도 지난 국감에서 단독지원 가능성을 묻는 기재위 의원들의 질문에 부정하지 않았다.
수은이 또 성동조선을 지원할 경우 이 회사에 대한 의결권을 80% 정도 보유하게 된다. 이 경우 수은 회계기준에 따라 성동조선이 포함된 연결재무제표를 작성해야 하는데 , 이 경우 BIS비율은 8%대로 떨어진다.
보통 BIS비율을 높이기 위해서 증자를 통해 자기자본을 확충하거나 위험도가 높은 대출을 줄여야 한다. 하지만 수은은 자기자본 확충을 위해 뛰고 있다.
이 행장은 "BIS비율 하락은 10년새 수은의 여신이 굉장히 빠른 속도로 증가한 반면 자본금은 상대적으로 늘어나지 못했기 때문"이라며 "성동조선과 직접적인 관계는 크지 않다"고 주장했다.
이어 "수출지원 등 수출입은행의 기능을 잘 수행하기 위해서는 자본금을 충원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부분"이라고 호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