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AI 챗봇 '이루다' 개발사에 1억330만원 과징금 등 부과

  • 등록 2021.04.28 15:0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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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차별 논란 AI 챗봇 '이루다' 개발사 과징금 처분
정부 AI 기술 기업의 개인정보 처리 제재 첫 사례
개인정보위 "이용자 개인정보 수집 목적 벗어나"

 

[파이낸셜데일리 이정수 기자]  정부는 28일 성희롱과 차별·혐오 논란을 일으킨 인공지능(AI) 챗봇 '이루다'의 개발사 스캐터랩에 1억330만원의 과징금과 과태료 등을 부과하고 시정조치를 명령했다.

개인정보보호위원회(위원장 윤종인·이하 개보위)는 이날 오전 10시 정부서울청사에서 제7차 전체회의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을 심의·의결했다. AI 기술 기업의 무분별한 개인정보 처리를 제재한 첫 사례다.

'이루다'는 20대 여대생을 캐릭터로 한 대화형 AI 챗봇으로 성희롱 발언, 소수자에 대한 차별 및 혐오 발언, 개인정보 침해 문제 등 논란에 휩싸여 출시 20일 만인 지난 1월12일 서비스를 중단했다.

또 '이루다' 서비스의 개인정보유출 피해를 주장하는 이용자들도 개발사인 스캐터랩를 상대로 2억원의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개보위 조사 결과에 따르면 스캐터랩은 자사의 앱 서비스인 '텍스트앳'과 '연애의 과학'에서 수집한 카카오톡 대화를 지난해 2월부터 올해 1월까지 페이스북 이용자 대상의 챗봇 서비스인 '이루다'의 AI 개발과 운영에 이용한 것으로 확인됐다.

 

스캐터랩은 '이루다' AI 모델 개발을 위한 알고리즘 학습 과정에서, 카카오톡 대화에 포함된 이름·휴대전화번호·주소 등 개인정보를 삭제하거나 암호화하지 않고, 약 60만명에 달하는 이용자의 카카오톡 대화문장 94억여 건을 이용했다.

또 '이루다' 서비스 운영 과정에서 20대 여성의 카카오톡 대화문장 약 1억건을 응답 데이터베이스로 구축하고, '이루다'가 이 중 한 문장을 선택해 이용자에게 응답할 수 있도록 운영했다.

특히 스캐터랩은 '이루다' 개발·운영 과정에서 이용자의 카카오톡 대화를 이용하기 위해 '텍스트앳'과 '연애의 과학' 개인정보처리 방침에 '신규 서비스 개발'을 포함시켰다.

개보위는 이에 대해 "이용자가 로그인함으로써 동의한 것으로 간주하는 것만으로는 이용자가 '이루다'와 같은 '신규 서비스 개발' 목적의 이용에 동의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어 "신규 서비스 개발이라는 기재만으로 이용자가 '이루다' 개발과 운영에 카카오톡 대화가 이용될 것에 대해 예상하기도 어렵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용자의 개인정보 자기결정권이 제한되는 등 이용자가 예측할 수 없는 손해를 입을 우려가 있다"면서, 이용자의 개인정보를 수집한 목적을 벗어났다고 판단했다.

아울러 개보위는 스캐터랩이 코드 공유·협업 사이트인 깃허브(Github)에 지난 2019년10월부터 올해 1월까지 이름 22건과 지명정보 34건, 성별, 대화 상대방과의 관계 등이 포함된 카카오톡 대화문장 1431건과 함께 AI 모델을 게시했다고 밝혔다.

개보위는 깃허브에 공개된 정보에 대해 "불특정 다수에게 제공하면서 '특정 개인을 알아보기 위해 사용될 수 있는 정보'를 포함했다"며, 개인정보 보호법 28조의2를 위반한 것이라고 했다.

김종윤 스캐터랩 대표는 이날 전체회의에 참석해 "'이루다' (딥러닝) 학습 과정에서 개인정보와 관련한 많은 이슈를 만든 점에 대해 물의를 일으켜 죄송하다"며 "개인정보 이해가 부족한 점에 대해 책임을 통감한다"고 밝혔다.

김 대표는 "처음부터 엄격한 규제를 적용하면 많은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면서 "한국 AI 발전에 있어 걸림돌을 만드는 거 아닐까 하는 고민도 있다. AI는 이제 시작하는 초기 단계 기술이라 본다. 토론과 합의를 통해 함께 사례를 만들어나가는 게 좋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윤종인 개보위 위원장은 "이번 사건은 기업이 특정 서비스에서 수집한 정보를 다른 서비스에 무분별하게 이용하는 것이 허용되지 않고, 개인정보 처리에 대해 정보주체가 명확하게 인지할 수 있도록 알리고 동의를 받아야 한다는 것을 분명히 하였다는 점에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윤 위원장은 "본 건에 대한 처분 결과가 AI 기술 기업이 개인정보를 이용할 때에 올바른 개인정보 처리 방향을 제시하는 길잡이가 되고, 기업이 스스로 관리·감독을 강화해 나가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이정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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