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년층 일자리는 부족한데 비정규직 근로자가 늘고 있는데다, 노동시장이 중·고령화되면서 근속연수에 따라 임금을 높게 주는 금융 기업들의 연공형 임금체계의 개편은 불가피하다는 지적이다.
5일 한국금융연구원의 주최로 서울 명동 YWCA에서 열린 '은행의 바람직한 성과주의 확산 방안' 세미나에서 권순원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는 "양질의 일자리 유지, 청년층 채용 확대, 고령 근로자들의 고용안정을 동시에 모색할 수 있는 유력한 해법은 직무의 상대적 가치와 성과를 기준으로 임금체계를 개편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권 교수에 따르면 금융권은 대부분 호봉제를 도입하고 있다. 금융 산업의 호봉제 도입 비율은 91.8%로 전체 산업의 호봉제 도입 비율(60.2%)보다 약 30% 가량 높다.
특히 은행 산업은 '연공형 호봉제'에 직무 성과급이 일부 결합된 '혼합형 호봉제'를 활용하고 있다. 그러나 연공형 호봉제가 기본급의 87.5% 차지하고 있어 실제 성과에 따라 호봉이 상승하는 경우는 25% 정도에 불과하다. 성과급 자체도 개별 성과급 제도가 아니라 집단 성과급 성격을 띠고 있다.
금융 및 보험업의 경우도 호봉급 비중이 63.7%로 높은 편이다. 직능급(36.6%)과 직무급(35.1%)의 비중도 적지 않지만 기본급 체계에 직능·직무급을 전면 적용하는 곳은 희박한 상황이라는게 권 교수의 설명이다.
금융 산업의 임금 수준도 다른 산업에 비해 높은 상황이다. 전체 산업의 임금 수준을 100으로 놓고 볼 때 금융 산업은 지난해 기준 139.4%로 나타났다. 금융권 근로자들이 40% 정도 임금을 더 받고 있는 셈이다.
호봉이 늘수록 임금 상승률이 높아지다 보니 전체의 임금 수준이 다른 산업에 비해 올라간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해 기준 시중은행 7곳의 일반 직원은 6만6192명으로 나타났는데 이중 책임자급 인원은 4만185명으로 약 60%에 달했다.
반면 금융권의 신규채용 비율은 다른 산업에 비해 낮은 편이다. 금융 산업의 경우 근속년수 '1년 미만' 비중은 지난해 기준 8.0%에 불과해 전체 산업에서 1년 미만 근로자가 차지하는 비중(14.0%)을 하회하고 있다.
권 교수는 "연공형 호봉제는 서비스 시장과 노동 시장의 전반적인 변화를 고려할 때 지속 가능성이 매우 낮다"며 "우리나라 노동시장의 중고령화, 비정규직 근로의 확산, 청년층 일자리 공급의 축소 등을 고려할 때 현재의 임금체계 개편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아울러 "연공형 호봉제는 임금의 하방 경직성이 강하고, 변동성이 약해 급변하고 있는 금융 시장 환경에 대응하기 어렵다"며 "따라서 직무와 성과를 중심으로 임금체계를 개편하고, 기업은 중고령 근로자들이 수행할 수 있는 직무를 적극적으로 개발해 공급하는게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