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심한 가뭄으로 배추 농가가 울상을 짓고 있다. 타들어가는 농지에 배추를 심어봤자 고사할 것이 뻔해 모종조차 심지 못할 판이다.
11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강원 강릉 및 평창 지역 강수량은 5월 한달 간 각각 평년 대비 6.1%, 22.1% 수준에 그쳤다. 강원지역은 고랭지 무·배추, 감자 등의 주산지로 이 지역의 가뭄은 식탁 물가 상승에 직결되기 쉽다.
배추 등 밭작물들의 파종과 정식이 지연되면서 8월 말 출하되는 물량분의 공백은 물론 벌써부터 김장철 배추 가격 상승이 우려되고 있다.
가뜩이나 올해 배추값은 지난해에 비해 천정부지로 뛴 상태다. 배추값은 5월 중순 1만2000원(10㎏ 기준)까지 올랐다가 정부의 수급 조절로 6000원대 중반까지 떨어져 안정되는 추세를 보였다.
그러나 6월 들어 다시 오르기 시작하면서 9일 기준 7700원까지 오른 상태다. 지난해 2900원, 평년 3500원에 비해 두 배 이상 비싼 가격이다. 가뭄이 심해져 농사에 차질이 생기면 가격은 오름 추세를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물 부족으로 고랭지 배추의 경우 4단계 계획면적 2551ha 중 641ha(18%)에서 정식이 지연되고 있다. 파종 및 정식이 완료됐더라도 1210ha에 달하는 배추밭에서 생육 지연(5~10일)이 발생하고 있는 상황이다.
농림부 관계자는 "가뭄이 1~2주 더 지속되면 배추 수급 문제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며 "이러다간 몇 년 전처럼 올 김장철 배추가 한 포기 만원에 달하는 사태가 올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정승룡 농촌진흥청 연구관은 "배추를 여름철에 먹기도 하지만 일년 중 고르게 출하되려면 봄, 여름, 가을 모두 배추를 심어야 한다"며 "고랭지에서 재배되는 배추의 일부가 김장철에 소비되기 때문에 봄 가뭄에 정식 시기를 못 맞추면 아무래도 가격이 올라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에 농식품부는 예산 252억원을 확보해 양수기 1600여대와 급수차 590대를 동원하는 등 급수대책을 추진 중이다. 상황이 심각해지자 10일 이동필 농림부 장관까지 나서 강릉의 고랭지 채소 산지를 방문했다.
문제는 대관령 등 고랭지 재배 지역의 경우 물을 대기가 힘들다는 데 있다. 모종 시기를 놓치면 수급 문제가 발생할 뿐 아니라 작황도 부진할 수 있다.
정 연구관은 "대관령 같은 경우 산비탈에 심기 때문에 물을 대기가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다"라며 "옮겨심는 시기를 놓칠 경우 생육이 불량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경우 비싼 돈을 주고 배추를 사 김치를 담궈도 맛이 떨어지는데다 김장이 쉽게 물러질 수 있다는 것이다.
정부는 가뭄이 해소될때까지 용수개발사업비(가용액 64억원)를 추가 지원하고 정식·파종 지연 면적에 대한 관수장비와 급수차를 추가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