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데일리 강철규] 중국을 국빈 방문 중인 이재명 대통령은 5일 한중 기업인들과 만나 "한중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가까운 이웃"이라며 한중 관계 발전을 위한 실질적인 경제 협력을 당부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오전 베이징에 위치한 중국의 국빈관인 조어대에서 대한상공회의소, 중국국제무역촉진위원회가 공동으로 개최한 '한중 비즈니스 포럼'에 참석해 양국의 경제 협력 확대 방안을 논의했다.
이 대통령의 첫 중국 국빈 방문을 계기로 열린 이번 한중 기업인 행사는 9년 만에 이루어진 것으로, 우리 경제사절단 161개사 416명과 중국측 기업인 200여명 등 총 600여명이 참석했다. 중국에서는 허리펑 경제 담당 부총리가 정부 대표로 참석했다.
포럼 기조연설에서 이 대통령은 한중 협력의 미래로 상품과 사람의 이동을 넘어 기술과 가치, 문화와 신뢰가 함께 흐르는 '벽란도 정신'을 언급했다.
이 대통령은 "고려의 벽란도는 국제 교역의 중심지로 송나라와의 해상 교류가 집중적으로 이루어졌던 항구였다"며 "푸른 물결이 넘실되는 '나루'라는 뜻의 이름처럼 벽란도는 단순히 물건을 사고파는 공간을 넘어 양국의 사람과 기술, 사상과 문화가 오가던 교류의 장이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고려와 송나라는 교역과 지식 순환을 통해 자국의 발전과 문화적 성숙을 도모했고, 외교적 긴장과 갈등이 있었던 시기에도 벽란도를 통한 교역과 교류는 중단되지 않았다"면서 "오늘날 우리가 다시 주목해야 할 지점도 바로 이 '벽란도 정신"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제조업이라는 단단한 고려지 위에 서비스와 콘텐츠라는 색채와 서사를 담아서 새로운 가치를 함께 써 내려가자"면서 "성과가 양국의 발전과 지속 성장으로 이어지는 협력의 구조를 함께 만들어가자"고 했다.
양국의 공감대가 실질적 성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민간 차원의 교류와 협력이 중요하다며 기업인들을 향해서도 제조업 분야의 혁신과 협력, 문화 교류 확대 등을 당부했다.
포럼에 앞서 이 대통령은 주요 한중 기업인들과 사전 간담회를 열어 양국 기업의 사업 현황과 협력 방향을 청취하고 협업 확대를 주문했다.
이 자리에서도 이 대통령은 "한중은 같은 바다를 같은 방향을 향해 함께 항해하는 배와 같은 입장"이라면서 "서로의 움직임을 의식하면서 한편으로는 협력하고 또 한편으로는 경쟁하며 성공적인 항해를 이끌어 왔다. 산업공급망 간 연계로 서로 발전에 도움을 주고 글로벌 경제를 선도해 왔다"고 평가했다.
이어 "글로벌 경제 통상 환경이 더 이상 과거처럼 정해진 흐름 그대로 쉽게 따라갈 상황은 아니다. 기술은 빠르게 방향을 바꾸고 공급망은 예측하기 어려워졌다"며 "이제 새로운 항로를 향해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한중 관계의 전면적 복원 공고화를 위한 제조업 및 서비스·문화 분야 교류 비전을 제시했다. 이 대통령은 "한중 교역액은 3000억달러 수준에서 정체돼 있어 새로운 시장 개척이 필요하다"며 "생활용품, 뷰티 식품과 같은 소비재와 영화, 음악, 게임, 스포츠 등 문화콘텐츠 등이 새로운 돌파구가 될 것이고, 인공지능은 제조 서비스업 등 각 분야에서 협력의 폭을 넓히고 깊이를 더해줄 것"이라고 제안했다.
이 대통령은 "사람 간 사이도 마찬가지지만 다른 점을 찾자면 끝없이 무너지고 같은 점을 찾아내면 끝없이 가까워질 것"이라며 "한중은 시진핑 주석 말처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가까운 이웃으로서 서로에 도움이 되는 우호적 관계를 경제적 측면에서도 만들어가는 좋은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허리펑 부총리는 이날 오후 예정된 한중 정상회담을 거론하며 "양국 관계가 서로 신뢰하고 발전하는 관계로 나아가길 바란다"면서 "중국과 한국의 기업들이 왕성한 협력과 깊이 있는 교류로 협력의 잠재력을 발굴하자"고 밝혔다.
허 부총리는 "양국은 전략적동반자 관계를 안정적인 관계로 유지하며 1992년 수교이래 양국 각 분야 교류협력이 공동번영을 실현해 왔다"며 "중한 관계가 시대 발전에 흐름에 맞춰 양국 국민 이익에 부합하고 세계 평화와 안정 발전 번영에 기여하고 광범위한 협력과 국제 협력의 본보기가 됐다"고 평가했다.
이어 "400개가 넘는 중한 기업들이 비즈니스 포럼에 참여해 왕성한 협력을 보여주고 깊이 있게 교류해 협력의 잠재력을 발굴해 새로운 단계로 올라가도록 하겠다"고 했다.
이날 포럼에는 양국 대표 기업인이 대거 참석했다. 우리 측은 문재인 전 대통령 시절인 2019년 12월 한중일 정상회의 이후 6년여 만에 방중 경제사절단을 꾸렸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최태원 SK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등 4대 그룹 총수를 비롯해 장인화 포스코그룹 회장, 허태수 GS그룹 회장, 손경식 CJ그룹 회장, 구자은 LS홀딩스 등이 경제사절단에 포함됐다.
특히 패션그룹 형지의 최병호 회장, SM엔터테인먼트 게임업체 크래프톤의 김창한 대표 등 K-콘텐츠 관련 주요 기업 대표들도 동행해 눈길을 끌었다.
중국 측에서는중국국제무역촉진위원회(CCPIT) 런홍빈 회장을 비롯해 석유화공그룹, 에너지건설그룹, 금융그룹 등 국영 기업인들과 TCL과기그룹, 베터리 CATL 등 첨단산업 분야, 문화 콘텐츠 텐센트, 통신 장비 ZTE 등 소비재·콘텐츠 분야의 대표 기업인 11명이 참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