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소비자의 날'을 맞아 해마다 특정 외국기업을 제물로 삼았던 CCTV의 소비자 고발 프로그램 '315 완후이(晩會)'가 롯데 등 한국그룹을 표적으로 삼지 않았다.
방송 직전까지 CCTV측이 롯데마트,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등 중국에 진출해 있는 우리 기업을 조명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제기되면서 재계의 긴장감은 최고조로 치닫기도 했다.
이에 이날 밤 사실상 중국에 진출해 있는 국내 기업체 관계자 전원이 초조하게 방송을 모니터링했다. 다행히 우려했던 상황이 발생하지 않아 가슴을 쓸어내릴수 있게 됐다.
앞서 중국 당국이 지난 10일 중국 각지에서 예정돼 있던 '반한 시위'를 원천 차단하는 등 '사드 보복' 숨고르기 조짐도 보인 만큼 이날 방송 내용도 이 같은 연장선상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이 이날부터 4박5일 일정으로 한·중·일 방문을 시작했고, 대통령 탄핵 결정으로 중국과의 사드갈등이 새 국면을 맞을 것이란 예상도 있는 만큼 중국 정부도 수위조절에 나선 것으로 해석된다.
특히 롯데그룹과 롯데마트 관계자는 이날 방송 직후 안도의 한숨을 내쉈다.
이날 '315완후이' 방송을 지켜본 롯데그룹 관계자는 "롯데나 우리기업이 대상이 안되어 다행"이라면서 "앞으로도 중국 당국 등으로부터 지적받을 만한 문제들을 미연에 차단, 관리하면서 장기적으로 중국 소비자들의 마음을 다시 돌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한중 양국에서 롯데마트가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을 내놔 가슴을 졸이며 방송을 지켜봤다"면서 "앞서 중국 당국에서 지적한 문제들은 이미 사안별로 대처를 마무리한 만큼, 앞으로도 사태를 예의주시하며 지금처럼 대응에 나설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315완후이' 방송에서는 ▲인터넷 이용한 거짓광고 ▲무자격 의료회사의 불법 개인정보 수집 및 상품 강매 ▲LED 스탠드 관련 피해사례 ▲사용금지된 올라킨독스 첨가한 사료 ▲일본 방사능오염지역에서 생산한 상품 사례 ▲인터넷, 전화 사용한 보이스피싱 등 사례 ▲나이키 신발 내구성 문제 지적 ▲보모 중계회사의 자격증명서 발급 논란 ▲스마트폰 홍체인식, 안면인식의 위험성 ▲휴대전화 충전기를 이용한 개인정보 해킹 위험성 ▲노령층을 대상으로 한 기능성 식품 사기 판매 등을 보도했다.
외국기업으로는 일본의 제과회사 가루비, 무인양품, 이온슈퍼와 함께 나이키를 다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