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품목의 가격 인상을 예고했던 치킨 프랜차이즈 BBQ가 일주일도 안 돼 꼬리를 내렸다. 세무조사까지 들먹이며 가격 인상을 막겠다는 정부의 강력한 의지를 파악해서다.
정부의 태도와 여론 악화로 가격 인상은 유보됐지만 정부가 시장에 개입해 가격 결정을 가로막는 것이 타당하냐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15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BBQ측은 조류인플루엔자(AI)로 인한 닭고기 값 상승을 이유로 치킨 가격을 인상하기로 결정하거나 발표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다만 최근 IT 환경 변화에 따라 배달앱 주문비용이 생겨났고(마리당 900원) 인건비 상승으로 배달대행수수료가 신규 증가(마리당 3500원)하면서 수익성이 악화됐다는 설명이다.
BBQ 관계자는 "최근 2개월여 동안 전국 가맹점주 간담회를 했는데 가격 인상에 대한 강력한 요청이 있었다"며 "가격 조정을 내부적으로 신중히 검토하고 있는 중"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그러나 AI 파동으로 닭고기 가격이 상승해 정부의 물가 안정정책에 어려움이 따르고 있다"며 "정부의 물가안정 정책에 적극 협조하겠다"고 말했다.
BBQ가 사실상 인상 방침을 정했는데도 이 같이 백기를 든 이유는 "유통질서를 문란하게 한 업체는 국세청 세무조사, 공정위 불공정 거래행위 조사를 의뢰하겠다"고 정부가 강수를 뒀기 때문이다.
업계 1위인 BBQ가 가격을 올리기 시작하면 다른 업체들도 뒤따라 가격 인상이 이뤄질 것이란 예상에 여론도 급속도로 악화되면서 결국 정부 방침에 적극 협조하겠다며 당장 인상하겠다는 방침은 철회했다.
가맹점이 본사에 지불하는 고정비를 조정하지 않고 가맹점 수익성 악화를 소비자에게만 전가하는 것이 아니냐는 비난도 이 같은 결정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해석된다.
정부 개입으로 치킨값 인상 해프닝은 뒤로 미뤄졌지만 그렇다고 정부의 이번 행동이 적절했는지 여부는 또 다른 문제다. 시장에서 이뤄져야 할 가격 결정이 정부에 의해 왜곡됐다는 점에서다.
이 같은 시선을 의식한 듯 김재수 농식품부 장관도 이날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농식품부 장관과 농식품 중소기업인과의 정책 간담회'에 참석해 "시장에서 가격을 조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를 강력하게 압박했던 기존 입장에서 한 발짝 물러선 것이다. 김 장관은 이 자리에서 "정부가 규제를 휘두르는 시대는 지났다"며 업계를 압박한 주체가 농식품부가 아닌 양 '유체이탈' 화법을 쓰기도 했다.
이에 대해 농식품부 관계자는 "당초 담합이나 매점매석 등 시장을 왜곡하는 것은 불공정 행위인 만큼 문제가 있으면 관계부처와 협의해 필요한 조치를 하겠다는 취지였다"며 "시장에 인위적으로 개입한다는 뜻은 아니였다"고 해명했다.
이 관계자는 "농식품부는 규제 권한이 있는 부처가 아니기 때문에 우리가 얘기한다고 (업계가)말을 듣고 그런 것은 아니지 않느냐"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