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대통령 파면'으로 막내린 박근혜 정부의 경제정책이 실패했다는 지적에 대해 "동의하지 않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유 부총리는 13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목표로한 지표에 미치지 못했기에 잘하지는 못했다고 생각한다"면서도 "상황에 따라 정책 목표를 달성하지 못한 것도있고, 목표한 바를 달성한 부분도 있다"고 항변했다.
유 부총리는 "공공부분 개혁의 경우 밖에서도 잘했다는 이야기가 나왔다"며 "4대 부분 개혁이나 경제혁신 3개년 계획도 방향 설정은 상당히 잘했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그럼에도 비판에 직면한 이유로는 세계경제의 침체 등 주변 환경을 꼽았다.
유 부총리는 "가장 큰 것이 외부요인이었다"면서 "경제 성장률의 경우에도 그 상황 내에서는 선방을 했다. 국제적으로 나쁘지 않은 평가를 한 것도 그런 차원에서 이해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지표로 봤을 때 아쉬운 것은 성장률과 청년 실업률이다. 가계부채 규모도 목표 이상 줄이지 못해 아쉬운 부분이다"면서 "좀 더 잘했어야하는데하는 반성은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유 부총리는 나날이 거세지고 있는 중국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관련 보복 조치와 관련해 확실한 증거가 불충분해 공식적인 문제제기는 어렵다는 입장을 되풀이했다.
유 부총리는 "중국의 조치들이 한국 정부가 사드 배치 결정을 내렸기 때문이라는 것(확실한 증거)이 아직은 없다"며 "(국제사회에) 제소를 하려면 증거나 근거가 있어야 하는데, 아직 그런 것을 가지고 있지 않아 그렇게 움직일 수 없다"고 말했다.
유 부총리는 "규범에 어긋나는 것은 당당하고 의연히 대처를 해야한다. 분명한 근거가 있는데도 우리가 가만히 있겠다는 것은 아니다"면서도 아직은 연관성을 입증할 만한 증거가 없다는 점을 토로했다.
유 부총리는 "국민들이 느끼는 것을 우리도 잘 알고 있다. 감정 상의 문제는 많을 것이라고 본다"면서도 "심증을 내리고 판결을 내리는 것은 아니다. 그렇게 할 수 없다는 것에 우리의 고민이 있다"고 부연했다.
대응책에 대해서는 "상황 전개를 예의주시하겠다"며 "필요하다면 관련 업계 지원방안을 강구하고, 중국과의 경제외교 노력도 강화하겠다"고 원론적인 수준의 입장을 되풀이했다.
유 부총리는 오는 17일과 18일 독일 바덴바덴에서 열리는 주요20개국(G20) 재무장관회의에 참석한다. 이 자리를 빌어 중국 당국과의 만남도 추진 중이다.
만남이 성사되면 사드 문제를 공식 항의하기 보다는 경제 관계의 독립성을 강조할 예정이다.
유 부총리는 "작년에 중국 전 재정부장을 만났을 때에는 다른 문제로 경제에 영향을 미치는 일이 없도록 서로 노력하자고 이야기했다"며 "이번에도 그렇게 접근할 수 있지 않을까 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중국 재정부는 한국의 기재부에 비해 권한이 상대적으로 적어 사드 문제를 풀어갈 적합한 상대가 아니라는 지적도 있다.
유 부총리는 "중국 재정부와 우리 기재부와는 위상이 다르다"면서도 "약국간 경제 관심사를 이야기하면서 사드와 관련해서 나름대로 이야기를 할 것이다. 업무상 제한이 있는 것은 현실적으로 맞지만, 한도 내에서 하는 것으로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유 부총리는 이번 출국 일정에서 스티븐 므누신 미국 재무장관을 처음으로 면담할 계획도 지니고 있다. 미국이 다음달 환율보고서를 통해 우리나라를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할 가능성이 있는 만큼, 유 부총리는 관련 사항에 대해 집중 해명할 것으로 보인다.
유 부총리는 "앞서 므누신 장관과 전화통화를 할 때에도 환율에 관한 이야기를 했고, 만나서 또 할 것이다"며 "우리가 작년에 관찰 대상국이 됐지만, 그것에 대해 충분히 설명을 하겠다. 환율보고서에 대한 우리측의 충분한 설명이 될 것이다"고 말했다.
그는 또 "한미 자유무역협정(FTA)도 상호 호혜적이라는 것을 강조할 것"이라며 "에너지와 일부 제조업을 중심으로 대미 흑자폭을 줄이는 정책을 취하겠다는 것도 적극 설명하겠다"고 덧붙였다.
유 부총리는 수출 회복 등을 감안해 "현재로서는 믹스트 시그널이 오고 있는 상황이다. 1분기 경기 지표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겠다"며 "3월 말까지 상황을 보면 어떻게 대처할지 판단이 설 것이다"고 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이미 현 경제팀의 추경편성이 물건너간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있다. 당장 두 달 뒤면 새로운 정부가 출범하기에 현 정부가 추경을 실시하기에는 시간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유 부총리는 "추경은 정부가 하자고 하지만, 국회가 동의를 해줘야 한다. 현실적으로 시간이 걸릴 가능성이 크다"며 "우리로서는 만약 해야하는 상황이라면 의견을 낼 수는 있다"고 말했다.
유 부총리는 인수위원회 없이 바로 출범하는 차기 정부를 위해 경제정책 계승을 위한 TF팀을 구성하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
유 부총리는 "(경제정책을)잘 정리해서 넘길 좋은 방법을 찾아보겠다"며 "태스크포스(TF)팀을 만드는 것도 해볼만 하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