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씩 움직이던 삼성의 '경영시계', 또 다시 경직?

  • 등록 2017.02.14 10: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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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부회장이 특검에 재소환됨에 따라 법원의 구속영장 기각 이후 조금씩 돌아가기 시작했던 삼성의 '경영시계'가 다시 경직될 전망이다.

뇌물공여 등의 혐의를 받고 있는 이 부회장은 13일 박영수 특별검사팀에 출석해 15시간30분이 넘는 고강도 조사를 받고 14일 새벽 귀가했다.

이 부회장의 특검 출석은 지난달 12일 첫 출석 이후 32일 만이며, 구속영장이 기각된 이후로는 25일 만이다. 이번 재소환은 영장 기각 후 진행된 3주간의 조사에서 추가로 확인된 부분에 대한 조사에 착수하기 위함이었다.

삼성은 이재용 부회장 재소환 이후 펼쳐질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 각종 그룹 현안들의 우선순위를 뒤로 미뤄놓고 있다.

그동안 삼성의 '경영시계'는 지난달 총수 공백 위기를 넘기며 숨통을 틔워 조금씩 돌아가는 모양새였다.

신규 사업진출, M&A(인수합병), 전경련 탈퇴, 미래전략실 해체 공식화 등 굵직굵직한 현안에 대한 결정이 속속 이뤄지기 시작한 것.

이 부회장이 지난해 12월 '최순실 국정농단 진상규명'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청문회에서 약속한 전국경제인연합회 탈퇴와 미래전략실 해체도 급물살을 탔다. 삼성은 이 부회장의 약속대로 전경련 탈퇴원을 공식 제출했고, 특검의 수사가 끝나는 대로 그룹의 컨트롤타워인 미전실을 해체하겠다고 공식 발표했다.

삼성은 다만 이 부회장을 비롯해 최지성 미전실 부회장, 장충기 미전실 사장 등 그룹 수뇌부에 대한 특검 수사가 진행 중인 만큼 그룹 개혁안 발표 시기를 미뤄놓은 상태다. 수사가 마무리되면 지연되고 있는 사장단 및 임직원 인사를 마친 다음 상반기 신입사원 공채가 진행될 예정이다.

삼성 관계자는 "일단 사장단을 비롯해 임직원 인사가 난 뒤에 조직개편을 할 수 있고, 그 이후에 세부적인 채용 계획 등이 확정될 것으로 보인다"는 반응을 보였다.

삼성은 또 그룹의 미래먹거리를 위한 M&A는 물론 새로운 시장파트너 확보에도 가속도를 올리려던 참이다.

지난 7일에는 미국의 대형 의료 유통업체인 '헨리 샤인'과 파트너십을 체결, 동물용 혈액검사기(체외진단기) 'PT10V'와 초음파진단기기 등 혁신적인 동물용 제품을 시작으로 반려동물 헬스케어 시장에 적극 진입하려는 행보를 보였다.

전날에는 사물인터넷(IoT) 분야 전문 기술을 가진 미국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 퍼치를 인수, 가정내 보안 플랫폼에 도전한다고 밝혔다.

삼성은 다만 그룹의 명운을 건 굵직한 M&A까지 시도하지는 못하는 모양새다.

삼성 한 관계자는 "지난해엔 미국 전장업체 하만을 비롯해 지난해 크고 작은 8건의 M&A를 성사시키며 활발한 인수 움직임을 보여왔다"면서도 "작년 11월말 퀀텀닷 원천 특허를 보유한 QD비전 인수를 마지막으로 약 3개월간 정체상태"라고 전했다.

이는 이재용 부회장이 청문회에 불려가고 구속 위기까지 몰리는 상황에서 최종 결정을 내리기 어려웠던 것으로 분석된다.

재계 고위 관계자는 "삼성 입장에서는 오너가 구속 직전까지 내몰린 위기에서 M&A 등 회사의 중추적인 최종 결정을 내리기 쉽지 않았을 것"이라며 "특검팀의 수사가 마무리된 이후에 경영정상화가 궤도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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