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고속 성장을 의미하는 '바오치 시대'가 25년 만에 막을 내린 가운데 국내 유통업체들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특히 유커(중국인 관광객·遊客)들의 의존도가 높은 백화점이나 화장품, 관광업계에서는 혹여 '유커들이 발길을 돌리지 않을까'하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20일 중국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지난 19일(현지시간) 지난해 전체 중국의 국내총생산(GDP)이 전년보다 6.9% 성장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중국 정부 성장률 목표인 7%도 달성하지 못한 것으로, 1989년 톈안먼(天安門) 사태 여파로 성장률이 3.8%에 그쳤던 1990년 이후 25년 만에 최저치다.
이런 중국 경기 둔화는 자연스럽게 중국인 관광객을 상대로 한 국내관련 산업에도 영향을 미친다.
한국관광공사가 발표한 지난해 방한 관광객은 1323만1651명으로 2014년보다 6.8% 감소했다. 방한 외국인 관광객 감소는 2003년 이후 12년만이다.
지난해 1∼5월 누적 관광객 증가율이 10.7%를 기록할 만큼 관광객이 꾸준히 증가했지만, 메르스 사태로 6∼8월에는 관광객이 40% 감소하는 타격을 입었다.
실제로 지난해 6월 방한 유커 수는 전년보다 약 45.1%, 7월에는 전년보다 약 63.0%, 8월에는 전년보다 32.2% 각각 감소했다.
여기에 일본과 대만의 관광시장의 성장세가 이어져 유커를 둘러싼 경쟁이 치열하다. 특히 방한 유커 감소가 문제이지만 방일 유커의 증가세가 훨씬 컸다.
일본 법무성 발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외국인 입국자는 총 1968만8179명으로 전년대비 554만명(39.1%) 늘며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한국여행업협회 관계자는 "여행은 개인의 삶의 질 측면에서 수요하는 부분으로 경제 성장률 둔화보다 환율 등 이슈 영향이 크다"고 밝혔다.
이어 "지난해 해외여행을 한 중국인 1억2000만명 중 상당수가 홍콩, 마카오 등 역내 관광을 하는 것으로 판단한다"며 "지난해 메르스 등의 영향으로 중국인 관광객이 줄었던 만큼, 올해는 이를 적극 유치하는데 힘쓸 전망"이라고 말했다.
유커의 영향력이 날로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면세점과 백화점 업계에서는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 6~7월 메르스 여파로 한국을 찾은 유커들이 급격히 줄어들자 백화점과 면세점 매출이 전년대비 절반 수준까지 떨어졌다. 롯데백화점 본점의 경우 지난 6~7월 중국인 매출이 전년대비 30%까지 하락하기도 했다.
백화점 업계 관계자는 "현재 유커들이 많이 들어올 시기가 아니라 큰 영향력은 없지만 2월 춘절 시기에 상황을 지켜본 후 대비책을 세울 계획"이라고 말했다.
시장 주도세력으로 급부상한 뷰티업계도 유커들의 움직임을 주시하고 있다.
특히 아모레퍼시픽의 화장품 사업부문 매출은 가운데 면세점 비중이 20.6%를 기록, 방문판매(16.0%)와 백화점(8.8%) 매출을 크게 웃돌았다. 면세점 비중이 20%를 넘어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해외법인 매출(24.4%)을 빼면 지난해 국내 매출 가운데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수치다.
LG생활건강 역시 마찬가지다. 화장품 부문 매출 가운데 면세점이 차지하는 비중은 15.3%로, 전년(5.9%) 대비 2배 이상 늘었다. 같은 기간 백화점 판매 비중은 9.2%에서 8.1%로 역신장했다.
아모레퍼시픽 관계자는 "중국 경제 성장률은 둔화하고 있지만 중국 내 화장품 산업은 지속적으로 규모가 성장하고 있다며 "중국인들의 가처분 소득 또한 늘어나고 있어 화장품 수요는 꾸준히 늘어날 것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