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14일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낮췄다고 해서 금리까지 내려야 하는 것은 아니다"고 밝혔다.
이 총재는 이날 금융통화위원회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를 1.50%로 동결한 뒤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가 3.0%로 수정됐는데 경기여건이 바뀌면 전망 또한 바뀌는 것이 필연적인 결과"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지난해 성장률이 2.6%인 것을 감안하면 올해 성장률 전망치가 낙관적이라고 볼 수 없다"며 "성장률 전망에 경제적인 요인 이외의 것은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이 총재는 한국과 일본의 통화스왑 재개와 관련해 "우리나라 외환보유액, 경상수지 흑자 등 대외건전성을 감안할 때 구체적으로 검토하지 않았지만 향후 대내외 금융시장 전개방향에 따라 필요하다면 검토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오는 15일 유일호 신임 경제부총리와 만나 국내경제상황 흐름과 전망, 대외여건의 리스크 요인에 대한 시각과 대처방법에 대해 의견을 나눌 것"이라며 "상견례에 그치지 않고 경제상황에 대한 논의가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음은 이 총재와의 일문일답.
-연초 중국 금융시장 불안한데.
"중국의 금융 불황이 글로벌 금융시장에 큰 충격을 주고 있다. 중국 리스크가 새삼스러운 것은 아니지만 예상을 벗어나는 큰 폭의 변동을 나타내서 국제금융시장이 크게 반응한 것으로 보인다. 위완화는 중국 경제의 성장세가 둔화되며 떨어졌고 증시는 버블과 정부의 정책이 시장과 어긋나는 등 여러 가지 면이 복잡적으로 작용하며 폭락했다.
위안화가 변동하자 우리나라와 중국 간 밀접한 경제무역관계에 따라 원·달러 환율도 동조화 움직임을 보였다. 중국 당국이 외환시장을 안정시키려는 의지가 있는 것을 감안하면 급격한 변동이 앞으로는 완화될 것으로 기대한다. 그러나 중국 금융시장 불안이 미치는 효과가 크기 때문에 늘 예의주시하겠다."
-경제성장률 예측에 국제유가를 얼마로 전제했나.
"전망치를 낮췄다. 상반기 30달러대 후반, 하반기 40달러대 후반으로 봤다."
-15일 유일호 신임 경제부총리와 만나는데.
"상견례로만 그칠 수는 없지 않겠나. 국내외 불확실성이 높기 때문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를 두고 의견을 나누겠다."
-경상경제성장률 관리를 위해 공공요금 인상 등이 거론된다. 물가안정목표제와 배치되는 것 아닌지.
"한은 물가안정목표제의 개념은 중기적 시계에서 소비자물가상승률이 목표수준인 2%에 근접하도록 통화정책을 운용하겠다는 것이다. 정부의 경상성장률 관리 방안이 물가를 올려서 달성하겠다는 식은 아닐 것이다."
-일본과의 통화스왑은 고려 중인가.
"이 문제는 신중히 접근해야 한다. 우리나라 외환보유액과 경상수지 등 대외건전성을 감안할 때 이 문제는 구체적으로 검토하지 않고 있다. 앞으로 금융경제의 전개 방향에 따라서 필요하다면 검토할 계획이다."
-신임 경제부총리가 재정건전성을 강조하고 있는데.
"올해 정부가 총지출 증가율을 총수입 증가율보다 낮게 설정한 것은 앞으로 고령화에 따른 지출 증대에 대응하기 위한 것으로 이해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자료를 보면 한국 재정건전성은 대단히 양호하다. 재정 부문에서 대응 여력은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국제금융시장 변동성과 관련해 다른 신흥국과 긴밀히 협조하고 있나.
"개발도상국의 중앙은행 모임을 활발히 하고 있다. 신흥국 중앙은행 총재끼리 따로 모여서 각국 경제의 현황 사례 등에 대해 토론도 했다. 전체 중앙은행 회의에서 이머징 마켓의 공통된 생각도 전달할 계획이다."
-성장률과 물가 전망치 낮췄는데 기준금리 정책에 변화가 없는 이유는.
"성장률 전망을 낮추면 금리 조정하는 것 아니냐는 견해에 전혀 동의 안 한다. 경제여건 바뀌면 전망치 바뀌는 것은 어찌보면 필연적 결과다. 금리정책을 결정할 때 거시경제와 금융시장 리스크를 고려해서 종합적 영향을 보고 판단한다. 어느 한 쪽에 방점을 찍을 순 없다."
-한국과 미국 금리차 역전현상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나.
"외국인의 국내채권자금은 주로 만기 5년 이내 채권이다. 여기서는 아직 금리차가 상당폭 있다. 아직 우려할 상황 아니다. 앞으로 미국 금리인상과 중국 등 이머징마켓의 경제금융시장 변화에 따라 시장에도 분명히 영향이 있을테니 감안해서 주시하겠다."
-원·달러 환율이 위안화 환율에 동조화하는 것이 쏠림 현상의 원인이 되는 것 아닌가?
" 쏠림 현상은 보는 관점에 따라 다르다."
-위완화와의 동반 절하가 우리에게 나쁘지 않다는 평가도 있는데.
"동조화는 한·중관계의 긴밀도를 감안하면 불가피하다고 본다. 동반해서 움직이면 수출 면에서는 부정적 영향을 방지할 수 있다. 그러나 원화 환율도 급속히 변동하면 다른 쪽에 부작용 낳을 수 있다. 가장 우려되는 게 자본유출 압력이다. 동반하락에는 양면적인 효과가 있기에 어느 한쪽이 괜찮다고 말하기 어렵다."
-지난해 12월 증시에서 외국인 자금 많이 빠져나갔는데.
"외국인 투자자금이 빠져나간 것은 작년 6월부터다. 11월에 주춤하다가 12월에 확대됐다. 중국 증시 불안, 미국 금리인상, 국제유가 움직임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앞으로도 몇 가지 영향을 줄만한 요인이 있다. 가장 큰 것이 중국을 비롯한 신흥시장의 금융경제환경이 어떻게 바뀌느냐다.
다음으로 미국 통화정책 정상화 속도, 유가 움직임 등이다. 그에 따라 유출 변동성이 꽤 클 것으로 본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다른 신흥시장과는 기초경제여건이나 외환건전성 면에서 차별화돼 있다. 외국인 자금 흐름도 여타 신흥국과 차별적 모습을 보일 것으로 생각한다."
-낮은 물가전망치는 공급적 용인에 의한 것인가.
"올해 물가상승률은 상반기에 낮고 하반기에 여러 기저효과가 소멸되며 높아질 것으로 예상한다. 낮은 상승률은 유가 하락 등 공급적 요인이 크다. 통화정책대응이 필요한지는 물가 흐름을 한 번 더 보고 판단하겠다."
-지급결제비전 2020을 발표했는데.
"핀테크혁명이라고 해서 금융부문에 혁신적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이에 따라 지급결제시스템에 어떤 영향을 줄지 오래전부터 심도있게 고민하고 있다. 그중 하나가 발표한 내용이다."
-3% 성장 전망 너무 낙관적인 것 아닌지.
"경제적인 요인 이외의 것은 고려하지 않았다. 많은 기관들이 2%대의 비관적인 시나리오를 내놓고 있어서 3%가 낙관적인 전망이라고 느끼는 것 같다. 올해 세계경제 성장률과 교역 신장률 등이 지난해보다 높아질 것이라는 게 국제통화기금(IMF) 등 주요 전문기관의 일반적 전망이다.
이를 기초로 하면 우리 수출여건이 개선될 것으로 기대한다. 유가하락이 예기치 않은 부작용도 가져오지만 이에 따른 실질구매력 상승, 소비여력 증진 등도 감안했다. 지난해 성장률이 2.6%임을 감안하면 금년 성장률 3%가 낙관적이라고 볼 순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