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캐나다 정유업체 하베스트(Harvest Trust Energy)를 부실 인수한 혐의로 기소된 강영원(65) 전 한국석유공사 사장의 무죄 판결에 강력 반발, 항소키로 했다.
서울중앙지검 이영렬(58) 지검장은 11일 서울 서초동 서울고검 기자실에서 항소 이유를 직접 밝히며 판결에 대한 불만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이 지검장은 "강영원 전 한국석유공사 사장은 석유개발회사 하베스트의 정유공장 인수 당시 나랏돈 5500억원의 손실을 입혔고, 결국 1조 3000억원이 넘는 천문학적 손실이 났다"며 "재판과정에서 위와 같은 손실이 발생한 사실이 인정됐는데 무리한 기소이고 형사책임을 물을 수 없다 하니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경영평가 점수 잘 받으려고 나랏돈을 아무렇게나 쓰고 사후에는 '경영판단'이었다는 이유로 처벌할 수 없다면 회사 경영을 제멋대로 해도 된다는 말인가"라며 "아무런 실사 없이 3일만에 묻지마식 계약을 하고 이사회에 허위 보고해 1조원이 넘는 손해를 입혔는데 이 이상으로 무엇이 더 있어야 배임이 될까"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제1심 판결처럼 경영판단을 지나치게 폭넓게 해석하기 시작하면 책임자에게 면죄부를 주게 된다"며 "그나마 유일하게 존재하는 검찰수사를 통한 사후통제를 질식시키는 결과가 된다"며 "단호하게 항소해 판결의 부당성을 다툴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부장판사 김동아)는 지난 8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배임) 혐의로 기소된 강 전 사장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강 전 사장은 검찰이 해외 자원외교 비리를 수사하며 에너지공기업 고위 관계자를 기소한 첫 사례다.
재판부는 "하베스트 인수는 한국석유공사법 상 해외자원개발사업의 취지에 부합한다"며 "당시 독점협상권과 관련해 기한 내 실사를 처리해야 할 사정이 있었고 인수 포기를 결정하는 것이 옳았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이명박 정부 당시 해외자원개발계획의 평가지표였던 '자주개발률' 달성과 관련해 정부기관장 평가를 잘 받고자 부실 인수를 했다는 검찰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검찰은 앞선 결심공판에서 "강 전 사장은 절차를 지키지 않고 독단적인 (인수) 결정을 내렸다"며 "배임으로 인한 피해 금액이 매우 커 국민경제에 심각한 피해를 불러일으켰다"며 징역 7년을 구형했다.
강 전 사장은 2009년 10월 캐나다 자원개발 회사 하베스트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부실 계열사인 노스아틀랜틱리파이닝(NARL·날)을 시장 평가액보다 높은 가격에 사들여 석유공사에 손실을 입힌 혐의로 기소됐다.
조사 결과 석유공사는 하베스트 인수 계약을 체결하며 날을 시장 가격보다 5500억원 높은 1조3700억원에 사들인 것으로 드러났다.
강 전 사장은 석유공사 창사 이래 최대 사업을 추진하면서 투자의 적정성과 자산 가치 평가 등에 대한 내부 검토나 검증을 제대로 하지 않고, 투자자문사가 하베스트 측이 제시한 수치를 원용해 만든 자료를 그대로 믿고 인수한 것으로 조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