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개장 첫날 중국 증시의 폭락사태를 계기로 중국 경제의 펀더멘탈에 대한 근본적인 회의가 제기되고 있다. 각종 경제지표들은 중국 경제의 침체를 예고하고 있다. 중국시장의 자본은 달러와 엔 등 안전자산으로 빠져나가고 있다.
영국 가디언은 5일(현지시간) 중국 정부가 주식시장을 안정시키기 위해 긴급 개입에 나섰지만 이런 인위적 개입이 오히려 자본이탈을 부추기고 있다고 보도했다.
중국 증시는 5일 진정세로 돌아섰다. 중국 인민은행이 역환매조건부 채권(역RP) 발행을 통해 1300억 위안(약 23조3500억원)의 유동성을 시중에 투입하는 등 긴급 시장개입에 나섰기 때문이다. 또한 중국 증권감독관리위원회는 이날 비공식적으로 중국증권거래소를 통해 상장 기업들에 새 규제가 도입되기 전까지는 주요 주주들이 보유 지분을 매각하는 것을 금지하는 규제가 유효하다는 점을 전했다.
중국 당국의 개입 덕에 이날 중국증시의 상하이종합지수는 전날보다 0.26% 하락한 3287.71로 거래를 마감했다. 선전성분지수는 전장 대비 1.36% 내린 1만11468.1로, 중국판 나스닥으로 불리는 차이넥스트는 전장 대비 2.99% 하락한 2416.73으로 거래를 마쳤다.
그러나 각종 경제 지표들은 중국의 경기 침체가 당국의 땜질 개입으로 해결될 수 없음을 보여주고 있다. 경제전문지인 차이신은 5일 중국철도청의 자료를 인용, “지난해 중국 철도의 화물운송 규모가 전년 대비 10.5% 정도 줄었다. 이는 사상 최대의 감소폭”이라고 보도했다. 2014년에도 중국의 철도운송 화물량은 전년대비 4.7% 떨어졌지만 지난해 그 하락폭이 두 배 이상 늘어난 것이다.
중국의 12월 차이신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48.2을 기록했다. 이는 시장 예상치인 48.9를 밑돈 수치다. 전월의 48.6보다도 떨어졌다. 중국의 경기가 계속 위축세를 보이고 있음을 나타내고 있는 것이다.
중국 경제에 대한 불안감을 초래하는 또 다른 요인은 은행권의 대규모 악성채무다. 중국 정부는 2008년 리먼브러더스 파산으로 시작된 금융위기 당시 대규모 부양책을 폈다. 중국 정부는 4조 위안에 달하는 거액을 시장에 풀어 대형 인프라 건설 등 개발 사업을 권장했다. 이에 지방정부와 국유기업들은 무분별하게 대출을 받아 사업을 벌였다. 그 결과 은행권은 대규모 악성 채무를 지게 된다. 은행권의 악성채무는 지금까지 남아 있는 중국 경제의 고질 중 하나다.
중국 경제에 대한 근본적인 회의는 2016년 개장 첫날 중국 증시의 폭락 사태로 더욱 깊어졌다. 일본 도쿄 IG증권의 시장 분석전문가인 주니치 이시카와는 “일본경제가 예상치보다 빠른 페이스로 성장을 하고 있고, 그에 따른 경상수지 흑자를 보이면서 엔화 가치가 오르고 있다”며 “중국 리스크는 이런 엔화의 상승을 떠받치는 층을 하나 더 늘렸다”고 말했다. 유로 대비 엔화 지난해 4월 이후 최고치를 나타내고 있다. 달러대비 엔화는 지난해 10월 이후 가장 비싼 값이다.
세계2위 경제규모를 자랑하는 중국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지난해 7% 밑으로 떨어졌다. 일부 경제 전문가들은 지난해 중국의 GDP성장률이 당국의 발표보다 훨씬 낮은 3% 이하로 떨어졌을 것이라고 믿고 있다.
상하이 소재 헤지펀드인 붐트렌드 매니지먼트(BoomTrend Investment Management)의 공동 대표인 사무엘 치엔은 가이언과의 인터뷰에서 “경제는 취약한데도 주식가치는 여전히 고평가 돼 있다. 위안화 가치는 하락하고 있다. 시장의 침체는 벌써 시작됐어야 하는 일”이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