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두환 전 대통령의 사돈기업인 동아원그룹 이희상 회장이 위기에 놓였다
실적악화에 따른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계열사와 자산을 잇따라 매각하는 가운데 300억원대의 채무에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으로 뒤숭숭한 분위기다.
2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동아원은 재무구조 개선 및 경영정상화를 위해 산업은행과 '채권금융기관 공동관리(워크아웃)' 신청을 결의했다.
이번 조치는 동아원의 이사회 결의에 따른 것이다. 기업구조조정촉진법상 채권금융기관 등의 공동관리절차에 해당된다.
동아원은 향후 구체적인 진행사항 확정 시 재공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동아원 측은 304억원 규모의 회사채 원리금 상환해야 했지만 유동성 위기로 이를 막지 못했다.
동아원은 자회사의 매각 등을 통해 자금을 마련할 방침이었지만 시간적인 제약으로 자금조달에 차질이 발생했다고 공시했다.
앞서 지난 18일 동아원은 회사채 원리금 303억9750만원을 갚지 못했다며 필요한 경우 채권금융기관의 공동관리절차(워크아웃)를 받을 수 있도록 협조를 구하겠다고 밝혔다.
업계는 동아원의 워크아웃 상황은 문어발식 확장이 위기를 초래한 것으로 분석했다. 기존 제분사업과의 시너지보다는 다소 연관성이 떨어지는 와인, 고급수입차, 패션업 등으로 무리하게 확장한 탓이다.
실제 이 회장은 '페라리를 끌고 와인을 즐기는'오너로 유명하다. 그의 그런 취미 때문인지 동아원그룹은 페라리를 독점 수입하는 FMK를 인수하는가 하면 미국 와이너리 등을 인수·설립하기도 했다.
선친이자 창업자인 고(故) 이용구 회장이 한국제분을 통해 제분업계에 자리를 잡았다면 이 회장은 그 이상으로 다양한 업종에 진출했다.
문제는 성과다. 그나마 최근 매각된 FMK가 최근 수입시장이 급증하며 2013년부터 수익을 냈지만 와인사업의 실적은 아직까지 처참하다. 와인수입 계열사 나라셀라가 지난해 연결기준 16억원의 영업이익을 내며 전년 대비 흑자전환했지만 미국 와인계열사 KODO은 좀처럼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다.
지난해 청산을 결정한 이탈리아 패션의류 계열사 모다리슨의 철수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업계 관계자는 "사업간 시너지를 내기가 쉽지 않은 이종 사업에 진출하면서 안정적인 수익을 내 온 제분업까지 위기를 맡게 된 것으로 보인다"며 "계열사의 부실이 전이 될 수도 있는 상황에서 어떻게 위기를 돌파할지 주목된다"고 말했다.
특히 계열사 동아푸드가 이번 워크아웃의 핵심으로 보는 시각이다.
2002년 설립된 육류 유통기업인 동아원푸드는 이명박 전 대통령이 한미FTA 를 타결한 후 당시 비난의 대상이 된 미국산 소고기 수입유통에 적극 나섰다.
한국제분의 100% 자회사인 동아푸드의 지난해 매출은 379억원, 영업손실은 9억원이었다. 같은 기간 순손실은 동아원그룹의 당기순손실의 10% 이상에 달하는 83억원으로 적자기업으로 그룹의 애물단지로 전락했다.
단기차입금만해도 341억원으로 한 해 매출에 달한다. 동아푸드의 부채는 동아원 주력 계열사인 한국제분과 동아원이 지급보증을 하고 있다.
금융투자업계는 동아푸드의 누적된 적자와 얽히고 섥힌 연대보증이 동아원그룹 부실의 근간으로 꼽고 있다.
동아원 측은 "경영권 이전을 수반한 제3자배정 유상증자 방식의 M&A를 통해 사채를 상환할 계획이었지만 시간적 제약으로 인해 자금 조달에 차질이 발생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