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반위, 적합업종 법제화 '반대'…전문가 "대기업 위반, 어찌하나"

  • 등록 2015.12.18 12:0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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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반성장위원회가 중소기업계에서 추진하고 있는 적합업종 법제화에 대해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에 따라 향후 법제화 논란은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중소기업 적합업종 제도는 지난 2011년 동반성장위원회가 중소기업의 사업 영역을 보호하기 위해 제조업 82개 업종을 지정하면서 시작됐다.

동반위는 중소기업 적합업종 제도에 맞춰 대기업에 시장 진입 자제, 사업 철수 등을 권고할 수 있다. 현재는 제조업 55개, 서비스업 18개 등 73개 업종이 적합업종으로 지정돼 있다.

하지만 적합업종 제도는 민간자율규범이라는 한계로 합의사항에 대해 대기업이 이행하지 않더라도 이를 제재할 강제수단이 없다.

이 때문에 중소기업계는 적합업종 제도의 법제화를 통해 사업 영역을 보호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법으로 적합업종을 지정해 대기업이 중소기업의 영역에서 사업을 펼칠 수 없도록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이 같은 중소기업계의 요구에 대해 적합업종 지정을 주요 업무로 삼고 있는 동반위가 브레이크를 걸고 나섰다.

안충영 동반성장위원장은 지난 17일 서울 구로구 롯데시티호텔에서 열린 '동반위 5주년 간담회'에 참석, 적합업종을 법제화 할 경우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상생할 수 없다는 입장을 내놨다.

사실상 적합업종 법제화에 반대한 셈이다.

안 위원장은 "상생법 입법 취지는 대기업과 중소기업, 공익대표 등이 모여서 적합업종 품목에 대해 서로 협의를 하자는 것"이라며 "이는 민간 자율에 입각해 영역을 구분하자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안 위원장은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합의한 내용을 준수하면 그것 자체로 생명력이 있다고 볼 수 있다"며 "법제화가 될 경우 대기업은 중소기업과의 기술 공유 등을 신경 쓸 이유가 없어지게 된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적합업종을 상생협약으로 유도하는 이유는 현행법에서 정한 '3년 플러스 3년 뒤 일몰' 방식이 아닌 6년 이상 상생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라며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합의를 하면 6년이 아니라 계속 공동 노력할 수 있고 해외도 같이 진출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나아가 "적합업종이 법으로 지정될 경우 자유무역협정(FTA) 국가들에게 진입 장벽을 치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이는 국제적인 논란의 대상이 될 수 있다. 또 한국이 선진국형 개방통상국가라고 하는 국가적 목표에도 부합되지 않는다"고 분명히 했다.

동반위 측에서 적합업종 법제화에 대해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할 경우 국회에서도 적합업종 법제화 추진을 할 명분이 사라진다. 사실상 적합업종 법제화 작업이 중단될 공산이 크다.

그렇다면 전문가들은 적합업종 법제화에 대해 어떤 견해를 가지고 있을까.

지난달 26일 동반성장위원회 회의실에서 '동반성장의 나아갈 길'이라는 주제로 열린 전문가 좌담회에서 전문가들은 다양한 의견을 펼쳤다.

이날 좌담회는 곽수근 서울대 교수를 좌장으로 김세종 중소기업연구원 원장, 서양원 매일경제 국차장, 이근 서울대 교수, 이정희 중앙대 교수, 홍정호 중소기업중앙회 부장 등이 참여했다.

김세종 중소기업연구원 원장은 대기업이 생계형 적합업종 사업을 펼치면 안된다며 적합업종 법제화에 앞서 동반위에서 문제점을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놨다.

김 원장은 "외국에서는 소상공인 사이에 경쟁이 없지만 대형마트는 치열하게 경쟁을 한다"며 "그런데 우리나라는 반대"라고 꼬집었다.

김 원장은 "대형마트는 경쟁이 없고 중소상인과 골목상권에는 치열한 경쟁이 있다"며 "이런 점에서 대기업은 생계형 적합업종에 대해 겸허하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적합업종은 고유업종과 달리 아주 제한적으로 움직인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며 "적합업종을 무력화 하려는 세력도 있다. 또 적합업종에 안주하려는 중소기업도 있다. 경쟁력 강화하는 입장에서 위원회는 적합 업종문제를 검토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적합업종 법제화를 추진하는 것보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협력관계 강화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서양원 매일경제 국차장은 "적합업종의 경우 규제를 최소화하고 불필요한 규제를 푸는 것이 옳은 방향"이라며 "이제 대기업과 중소기업은 갈등 관계를 청산하고 협력하는 관계로 발전해야 한다. 이를 확산하기 위해서는 우수 사례를 발굴해 많은 사람이 공유하도록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적합업종의 경우, 대기업들이 소상공인이 하는 일에 침범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본다"며 "특히 골목상권과 경쟁하는 것은 대기업이 지향해야 할 모습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비판했다.

서 국차장은 "대기업과 중소기업은 사업영역을 나눠서 경쟁하지 말고 애플사와 같이 시장을 창조하는 노력이 필요하다"며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시장을 두고 갈등할 것이 아니라 함께 시장을 만들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정희 중앙대 교수는 적합업종 법제화를 추진하더라도 모든 품목을 적합업종으로 지정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하며 대안을 고려해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교수는 "적합업종 실무위원회를 이끌면서 느낀 점은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서로 상반된 시각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라며 "먼저 전제가 돼야 할 것은 적합업종은 중소기업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는 점"이라고 선을 그었다.

이 교수는 "일부 거론되는 법제화를 할 경우에도 모든 품목을 지정할 수 없다"며 "만약 적합업종 제도를 법제화 한다면 그것이 지금의 대안이 될 수 있는지를 철저히 검토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그는 또 "만약 그렇지 않다면 다른 대안은 무엇이 있는지도 생각해봐야 한다"며 "동반위는 중소기업의 경쟁력을 올리는 방향을 생각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적합업종 법제화를 적극 추진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홍정호 중소기업중앙회 부장은 "적합업종 분야를 살펴보면 두부, 단무지, 떡, 메밀가루 등이다. 이는 글로벌한 항목이 이니다"며 "적합업종 분야는 각계 전문가가 모인 실무위원회에서 시장상황을 고려해 지정했다. 하지만 대기업은 약속을 하고도 약속을 지키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각을 세웠다.

홍 부장은 이어 "대기업은 버티기, 시간끌기, 합의내용에 대한 불성실한 이행으로 약속을 지키지 않는다"며 "동반위는 대기업의 위반 사실을 알지만 이행을 유도하는 장치가 없기 때문에 법제화 논란이 나오게 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적합업종은 동반위가 실무위, 각계각층의 의견수렴, 현장방문 등 엄격한 심의와 평가를 통해서 정해진 것"이라며 "적합업종 기간이 지난 업종이나 품목들이 향후 어떻게 경쟁력을 가질 수 있을 지 어떻게 경쟁력을 강화해나갈 수 있을 지 등에 대해 고찰해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양한 의견이 제기되자 좌담회 좌장을 맡은 곽수근 서울대 교수는 적합업종 법제화에 대해 동반위의 분명한 입장을 촉구했다.

곽 교수는 "적합업종에 대한 법제화가 논의되고 있는 것은 누군가의 요구가 있기 때문"이라며 "적합업종 법제화를 추진할 경우 사회적 비용이 발생하는 부분에 대해 동반위가 논리적으로 설득해야 한다. 동반위는 법제화에 대응을 분명한 메시지로 전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조종림 kimm1728@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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