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산 기준유 서부텍사스산중질유(WTI)가 7거래일 만에 반등에 성공했지만, 이번 반등이 원유의 단기 급락에 따른 저가매수세로 인한 일시적인 현상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WTI는 14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전 거래일(35.62달러)보다 0.61달러(1.71%) 오른 배럴당 36.23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 3일(41.08달러)부터 6거래일 연속 추락세를 기록하던 WTI가 소폭 반등하는 데 성공한 것이다.
하지만 파이낸셜타임스(FT)는 WTI가 장중 배럴당 34.53달러까지 폭락하면서 저가매수세와 헤지펀드 등 투기세력의 쇼트커버(손절매수)를 유도해 반등을 불러온 것으로 풀이했다. WTI의 35달러선이 무너진 것은 2009년 2월 이후 처음으로 시장에 큰 충격을 불러왔기 때문이다.
블룸버그는 이날 오후 3시5분 기준 NYMEX에서 거래된 WTI 계약건수는 총 159만6000건(15억9600만 배럴)으로 지난 100일 평균보다 43%나 급증했다며 "추측성 도박(Speculative Bet)"이라고 보도했다. 이는 35달러선 붕괴가 시장에 준 충격을 반증하는 수치다.
프라이스퓨처스그룹의 필 플린 수석연구원은 블룸버그를 통해 "시장에서 과잉판매가 일어났다"며 "이같이 쇼트커버가 많이 체결될 때일수록 격렬하고 갑작스러운 반동에 주의해야한다"고 말했다.
WTI의 가격을 장중 35달러 아래로 끌어내린 것은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감산합의 실패로 인한 글로벌 공급과잉의 여파가 시장에 지속적인 영향을 주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원유재고량이 2015년뿐만 아니라 2016년에도 계속해서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코메르츠방크의 칼스텐 프리츠는 "원유시장에서 침체가 침체를 키우고 있다"라며 "재고량과 매도량이 터무니없는 크기까지 부풀어 올랐다"고 말했다.
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인하가 확정시 되면서 유가하락에 추가압박을 가하고 있다.
오는 15~16일 열리는 연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7년 동안 이어온 제로금리 정책을 멈추고 9년 만에 처음으로 금리인상을 단행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투자자들은 시장 움직임에 예민하게 반응하고 있다.
모건스탠리의 애덤 슨 연구원은 "달러가 강세를 보이면서 유가를 더욱 누르고 있어 유가전망은 암울하기만 하다"고 밝혔다.
한편 미국 의회가 지난 40년간 유지돼 왔던 원유수출금지법안을 오는 16일 마감시한을 맞는 최종 예산안 심사에서 폐기하고 셰일오일을 기반으로 원유 수출을 재개할 수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WTI 가격의 반등을 이끌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상원내 다수의 민주당 의원들을 비롯한 반대론자들은 미국산 원유 수출이 허용될 경우 경쟁 과열로 오히려 정유업과 조선업에 타격을 입힐 것이며 원유 시추가 늘어날수록 환경은 파괴될 것이라고 반대하고 나서 원유수출법에 대한 논의만으로는 유가를 부양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