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의 올해 마지막 금리조정 회의는 기준금리를 현재의 수준인 연 1.50%로 동결하면서 마무리됐다.
이번 금리동결은 시장의 예상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당장 15~16일(현지시간)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인상이 예고되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가 열리는데다 국내 경제상황도 내수를 중심으로 완만하게나마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만큼 한은이 금리를 조정할 뚜렷한 명분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한은의 고민은 내년 초부터 깊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이 금리인상을 본격화하면 내외금리차 축소에 따른 외국인 자금유출 우려가 커지게 되면서 한은 뿐만 아니라 신흥국을 중심으로 각국 중앙은행들도 금리인상 시기를 저울질할 수 밖에 없다.
한은 금통위 정순원 위원도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그동안 '(금리를) 더 내릴 수 있나, 아니면 그냥 머물러야 하나'하는 고민에서 '언제쯤 올리지'라는 고민이 더 늘 수도 있다"는 견해를 밝히기도 했다.
물론 미국이 금리를 올리더라도 당장 한은이 금리를 올리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주열 한은 총재도 "미 연준의 금리인상이 한은의 금리인상과 바로 연결되는 것은 아니다"라는 입장을 누누이 강조해왔다. 섣불리 금리인상 시그널을 내비쳤다간 내수 회복의 불씨를 꺼트릴 수 있고, 부채 이자 상환에도 부담을 안길 수 있어서다.
하지만 내년에 미국의 금리인상이 점진적으로 이뤄진다면 한은도 금리인상 압박에 직면할 것으로 전망된다. 시장에서는 미 연준이 0~0.25%의 제로금리를 1년에 약 1%p 안팎으로 올려 향후 3년간 3.375%까지 끌어올릴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만약 미국이 이번 FOMC 회의에서 금리를 0.25%p를 올리면 우리나라 기준금리(연 1.50%)와의 격차는 1.0%p~1.25%p 수준으로 줄어들게 된다. 시장의 전망대로 미국이 내년 연말까지 금리를 1%p를 올릴 경우 내외금리차는 0.25~0.50%까지 축소되기 때문에 한은으로서는 큰 부담으로 작용할 수 밖에 없다.
하지만 국내 경제상황을 고려하면 시장의 추가 금리인하 요구도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우리나라의 수출은 부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데다 정부의 내수 활성화 정책이 끝나는 내년 초 '소비절벽' 현상까지 우려되고 있다. 정부와 한은을 제외한 민간 경제연구기관들은 내년 성장률을 사실상 2%대로 점치고 있는 등 경기 회복에 대한 부정적 전망도 높다.
신얼 현대증권 연구원은 "기준금리 인하에 대한 시장의 기대감은 일시적인 약화 국면에 있지만 언제든지 재부각이 가능하다"며 "대내외 경제 악재 속 국내 경제성장 동력의 약화로 상반기 내 추가금리 인하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한은이 추가로 금리를 내리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많다. 1200조원에 육박할 만큼 치솟을 대로 치솟고 있는 가계부채와 기업부채의 부담을 안고 금리를 추가로 내리는 것은 모험이라는 지적이다. 내년까지 금리동결 가능성을 높게 보는 이유 중 하나기도 하다.
조용구 이베스트투자 연구원은 "국내 3분기 GDP성장률이 1.3%로 집계되면서 잠정치 1.2%를 상회하며 추가 양적안화 가능성을 축소시켰다"며 "내년에도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이 약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결국 향후 금리조정 여부는 미국의 금리인상에 따른 국제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얼마나 확대될 지 여부로 갈릴 전망이다. 한은은 우리나라의 경우 기초경제여건과 자금 유출 대응능력이 다른 신흥국에 비해 차별화되는 만큼 금융 불안이 크게 확산될 가능성은 높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지만 취약 신흥국의 위기가 전이될 수 있는 점에는 우려의 시각을 갖고 있다.
이주열 총재는 "취약 신흥국의 경제불안이 확대돼 개별 국가의 리스크로 이어질 경우에 따르는 파급효과가 가장 우려된다"며 "한은이 금리를 결정하게 되면 미 금리인상을 따르는 것이 아니라 금리인상 이후에 나타날 국제 금융시장의 움직임, 신흥국의 경기 움직임 등의 요인과 그에 따른 경제상황 변화를 감안할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