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그룹의 오너 3~4세들이 올해 정기 임원 인사를 통해 경영 일선에 전진 배치됐다.
이웅렬 코오롱그룹 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3세 경영인들에 이어 주요 대기업 그룹 곳곳에서 오너 3~4세 경영인들이 전면에 나서고 있다. 일부에서는 '부(富)의 대물림'이라는 비판도 제기되지만 상당수 국내 대기업들이 그만큼 깊이 뿌리를 내렸다는 뜻으로도 해석된다.
현대중공업은 올해 정기 임원인사에서 비상경영 구원투수 역할을 3세에 맡겼다. 한화·두산·금호아시아나그룹은 신성장동력에 3세들을 전진 배치했다. GS와 코오롱은 주력 계열사에서 경영 밑그림을 그리는 중책을 맡겼다.
현대중공업 대주주인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의 장남인 정기선 현대중공업 기획·재무 및 조선·해양영업총괄부문장은 전무로 승진했다. 상무에 오른 지 1년 만이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장남인 한화큐셀 김동관 영업실장은 입사 5년만에 전무가 됐다. 김 전무의 고속승진은 한화그룹의 미래성장전략과 궤도를 같이 한다. 한화는 그룹 차원에서 태양광 사업에 무게를 실으며 태양광 모듈 공급뿐만 아니라 태양광발전소 건설·운영으로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시내면세점 사업에 진출하는 두산그룹도 마찬가지다. 박용만 두산 회장 장남인 박서원 오리콤 부사장은 두산 면세점 전략담당 전무로 선임됐다. 두산은 최근 중공업은 물론 면세점을 통해 사업 다각화에 나서고 있다.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 장남인 박세창 금호타이어 부사장도 항공 정보기술(IT) 솔루션 회사 아시아나세이버 사령탑을 맡았다. 입사 13년 만이다. 그룹 핵심인 항공 업무를 보게 된 것이다.
GS그룹은 허준홍 GS칼텍스 법인사업부문장과 허윤홍 GS건설 사업지원실장이 전무로 올라섰다. 허준홍 부문장은 허만정 창업 회장의 장손이다. 허윤홍 실장은 허창수 GS 회장의 외아들이다.
허광수 삼양인터내셔날 회장 장남인 허서홍 GS에너지 부장도 상무로 승진했다.
코오롱은 4세 경영인 체제를 준비중이다. 이웅열 코오롱그룹 회장의 장남인 이규호 코오롱인더스트리 경영진단실 부장은 상무보로 승진했다. 코오롱은 이원만 창업주 이후 이동찬 명예회장, 이웅열 회장으로 이어지는 장자 승계 원칙을 이어가고 있다.
또 이서현 삼성물산 패션부문 경영기획담당 사장은 직급 승진은 아니지만 패션부문장(사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겸임했던 제일기획 경영전략담당 보직까지 내려놓고 패션 전문 경영인으로서 자리를 굳혔다.
신세계 이명희 회장의 딸이자 정용진 부회장의 여동생인 정유경 신세계백화점 부사장은 신세계백화점 총괄사장으로 승진했다. 6년 만에 '부'를 떼고 사장으로 승진하며 경영 전면에 나서게 됐다.
재계 관계자는 "장기 경기불황을 헤쳐나가기 우해 기업마다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고 있다"며 "3~4세 경영인들에게 신성장사업 발굴과 강화를 통한 내실 다지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