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위안화의 국제통화기금(IMF) 특별인출권(SDR) 편입 결정이 한국 증시에는 악재로 작용할 공산이 크다는 분석이 증권가에서 나오고 있다. 부진한 중국 경제 상황을 감안할 때 위안화 절하 압력이 심해져 이것이 약세로 이어질 가능성이 적지 않다는 판단 때문이다.
무엇보다 2016년 증시 폐장을 한 달 앞두고 있는 가운데 2000선 돌파의 최대 걸림돌이 될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위안화는 기존 달러화, 유로화, 파운드화, 엔화와 함께 글로벌 5대 통화로 부상하게 됐다. 세계 2위 경제대국으로 성장한 중국이 미국 달러가 독주해 온 국제 화폐 질서를 새롭게 짤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한 것이다. 특히 신흥국 통화의 최초 편입이라는 점에서 상징적 의미성도 상당하다.
우리 증시에 미치는 영향은 호재보다는 악재로 작용할 공산이 높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중국 경제의 둔화를 우려한 중국 인민은행이 위안화 절하를 용인하게 되고, 위안화의 약세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경우 한국의 원화가치 역시 위안화와 동조 압력을 받게 될 수 있고, 이는 국내시장의 해외 자본유출 가능성이 커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SK증권 안수웅 리서치센터장은 "SDR 편입 이후 위안화 절하 압력이 심해진다면 우리 경제와 증시에 부담이 커질 수 있다"며 "중국 위안화 이슈로 연말까지 2000선을 넘기는 힘들 것 같다"고 말했다.
유진투자증권 이상재 연구원도 "위안화의 SDR 통화바스켓 편입이 위안화를 오히려 약세로 이끌 수도 있다"며 "중국경제가 당면하고 있는 자본유출 위험이 위안화의 SDR 통화바스켓 편입과 함께 추세적으로 완화되며, 중국 정부가 강력하고 탄력적인 통화정책을 펼칠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이럴 경우 원화가치는 위안화와 동조 압력을 받게 될 수 있다"며 "중국의 통화정책 변화로 인해 한국의 원화가치 역시 하락 압력이 작용할 수 있고, 이는 국내시장이 해외 자본유출 압력에 직면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고 밝혔다.
위안화와 원화의 상관관계가 올해 들어 크게 높아진 상황이다. 동시에 원화가치와 주식시장 등락이 높은 상관관계를 보이고 있다는 게 이 연구원의 설명이다.
삼성선물 전승지 연구원도 "SDR 바스켓 통화 편입은 단기적으로 위안화 강세 재료이나 선반영돼 온 측면이 있어 영향은 제한적일 수 있고, 그간 중국 외환당국이 이를 위해 위안화 역내외 시장를 통해 위안화 가치를 지지해온 만큼 점차 위안화는 강달러와 부진한 중국 경제 등을 반영해 약세 압력을 받을 가능성 높다"고 전망했다.
중국 A주의 MSCI 신흥시장(EM) 편입 가능성이 높아져 해외 자본의 중국 증시 유입과 한국 증시 유출로 이어질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신한금융투자 윤창용 연구원은 "위안화의 SDR 편입이 한국경제에 미칠 영향력은 긍정과 부정 요인이 혼재돼 있다"며 "중국은 위안화 국제화 진행 과정에서 한국을 주요 허브 중 하나로 활용할 수 있고, 중국 자금의 한국 금융시장 진출 가능성에 따른 직접적 수혜가 긍정 요인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위안화의 SDR 편입, 자유태환으로의 행보 속에 중국 A주의 MSCI 신흥증시 편입은 확실시된다"며 "MSCI 추종 자금의 대중국 유입 규모는 적게는 200억달러, 많게는 2000억달러 수준까지 예상되는데 한국의 경우 적어도 40억달러(5조원) 이상 자금이 유출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 자금이 국내 증시에 지난 2년간 매년 2조원 정도씩 순유입된 효과가 사실상 퇴색된다"며 "한국 증시가 MSCI 선진증시로 조기 편입되지 않는 한 충격이 불가피하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