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기세포 신화' 라정찬 前회장 집유…상당 혐의 '무죄'

  • 등록 2015.11.24 10:4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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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기세포 신화로 명성을 떨치다 2013년 주가조작 혐의로 구속돼 결국 재판에 넘겨진 라정찬(51) 알앤엘바이오 전 회장이 1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 받았다.

검찰은 기소 당시 라 전 회장에게 10여개에 달하는 혐의를 적용했다. 하지만 이중 100억원대의 배임 혐의 등 상당 부분에 무죄가 선고돼 적지 않은 파장이 예상된다.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1부(부장판사 위현석)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및 횡령, 증권거래법 위반, 자본시장법 위반, 약사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라 전 회장에게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고 24일 밝혔다.

재판부는 "라 전 회장의 횡령·배임으로 인한 피해 금액이 상당히 거액"이라며 "횡령금 중 일부가 라 전 회장의 워런트 행사비용 등으로 사용됐다"고 지적했다.

다만 "라 전 회장이 피해금액 중 일부를 알앤엘바이오에 변제해 피해가 회복됐다"며 "관세법 위반과 약사법 위반 혐의의 경우 줄기세포 치료제에 대한 명확한 규정이 없는 상태에서 발생해 그 동기에 참작할 만한 사정이 있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아울러 "라 전 회장이 횡령과 배임 범죄로 실제 취득한 이득은 크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며 "피해 금액 중 당상액이 알앤엘바이오의 연구활동과 계열사 지원 등을 위해 사용됐다"고 집행유예 이유를 밝혔다.

재판부는 라 전 회장의 혐의 중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특경가법)상 국외재산도피를 비롯해 특경가법상 일부 횡령·배임, 미공개중요정보 이용 자본시장법 위반, 줄기세포·기초세포 밀수출 및 허위 수출신고(관세법 위반) 혐의를 무죄로 판단했다.

특히 이중 2008~2010년 라 회장이 차명 보유한 알앤엘라이프 주식을 알앤엘바이오 명의로 고가에 매입한 혐의가 무죄 판단을 받으면서 총 212억에 달하던 배임액 중 절반 이상인 109억9059만원 상당의 배임 혐의가 사라졌다.

적자 상태인 베데스다병원에 적법한 이사회 결의를 치르지 않고 대여금 회수 조치 없이 59억원대의 자금을 대여해 배임을 저지른 혐의 역시 이유무죄 판단을 받았다. 결국 기존 배임 혐의 중 43억원 상당만 실제 배임액으로 인정된 것이다.

대여금을 가장해 청약 미달인 우리사주조합 주식을 사들여 알앤엘바이오 자금 13억여원을 횡령한 혐의 역시 유용될 여지가 없었다는 점이 참작돼 무죄 판단을 받았다. 이 때문에 총 175억원에 달하던 횡령액도 일부 감액됐다.

결국 수백억에 달하던 배임과 횡령 혐의 중 상당액이 무죄 판단을 받으면서 금액 규모가 작아진 점이 라 전 회장의 집행유예 판단에 주효하게 작용한 셈이다.

수사 과정에서 라 전 회장이 구속되는 데 가장 기여한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 역시 줄기세포 임상시험 업무정지 처분과 회계감사 의견거절 등 미공개 중요정보를 이용한 총 63억원대 손실회피 부분이 무죄 판단을 받았다.

유죄로 인정된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가 손실회피 등으로 인한 부당이득 측면이 아니라 보유주식변동상황에 관한 보고의무 위반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 대부분이 무죄가 된 셈이다.

다만 법인세 문제와 줄기세포 관련 법안 심사를 위해 총 5000만원의 뇌물을 각각 세무서 공무원과 국회의원 비서관에게 건넨 혐의(뇌물공여)는 자백을 통해 유죄가 선고됐다.

아울러 식품의약품안전청 허가 없이 난치병 환자 등의 줄기세포를 추출·배양하고 줄기세포치료제를 판매한 혐의(약사법 위반) 역시 유죄가 인정됐다.

라 전 회장이 운영해온 알앤엘바이오는 메디포스트, 차바이오앤과 함께 국내 줄기세포연구 대표 기업으로 꼽혀왔다.

배아줄기세포를 연구한 황우석 박사와 달리 성체줄기세포 부문에 주력했던 라 전 회장은 줄기세포 분야의 선구자로 여겨지며 국내 주식시장에 바이오 열풍을 일으키기도 했다.

그는 그러나 줄기세표 치료제의 불법 해외 원정시술로 논란을 일으켰고, 이 과정에서 국내의 시술 허가를 얻어내기 위해 정관계 인사들을 상대로 로비를 했다는 의혹도 불거졌다.

라 전 회장은 이후 미공개정보를 이용한 손실회피 혐의를 비롯해 거액의 횡령·배임 혐의에 휩싸여 2013년 6월 결국 구속됐다.

이 과정에서 알앤엘바이오 고문을 맡은 인물이자 라 전 회장의 정관계 로비 의혹 '키맨'으로 지목됐던 고(故) 김종률 전 민주당 의원이 수사를 받다 한강에 투신해 스스로 목숨을 끊는 비극도 일어났다.

검찰은 김 전 의원 사망 이후 라 전 회장을 주식회사외부감사법 위반, 뇌물공여, 자본시장법 위반, 약사법 위반 등으로 연달아 추가기소했다.
조종림 kimm1728@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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