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업 감사를 통해 자본시장의 건전성을 확보해야 할 공인회계사들이 오히려 자신의 지위를 사적 이익 도모에 활용했다는 점에서 사회적 비난이 적지않을 것으로 보인다.
서울남부지검 금융조사2부(부장검사 이진동)는 피감 회사의 공시 전 실적정보를 누설하거나 이를 이용해 주식 및 선물거래에 나선 공인회계사들의 집단적 비리를 수사, 이들 중 13명을 사법처리했다고 19일 밝혔다.
검찰은 특히 학연과 입사동기 등 인맥을 이용해 회계사들을 포섭하고 취득한 정보를 활용, 3억~5억원대의 부당이득을 올린 주범 이모(29)씨 등 2명은 구속기소했다.
대형 회계법인 소속인 이들은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2월까지 자신이 직접 감사하거나 자신과 인맥이 있는 공인회계사가 감사한 기업의 미공개 실적정보를 이용, 주식투자나 선물투자에 나서 부당이득을 취득한 혐의(자본시장법 위반)를 받고 있다.
이씨 등은 자신이 졸업한 대학 동문이나 입사동기를 동원해 총 31개 기업의 실적정보를 추렸으며, 이중 14개 종목에 주식투자가 이뤄졌다. 이들은 특히 자신뿐만 아니라 부친 등에게도 자신이 취득한 정보를 전달해 500만~5500만원대의 부당이득을 올릴 수 있도록 했다.
검찰 조사 결과 이들은 각각 입사 4~5년차의 사회 초년생으로, 감사를 하며 대기업의 미공개정보를 접하게 되자 돈을 쉽게 벌겠다는 생각에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이씨처럼 직접 주식투자에 나섰지만 1억원 미만의 부당이득을 올린 장모(29)씨 등 4명의 공인회계사는 불구속 기소했다.
아울러 미공개 실적정보 입수에는 가담했지만 자신이 직접 주식투자를 하지 않고 타인의 주식투자를 돕기만 한 김모(30)씨 등 7명의 공인회계사는 벌금 400만~1000만원에 약식기소됐다.
이씨 등 13명의 공인회계사가 집단적으로 정보를 주고받으면서 취득한 부당이득은 총 6억6000만원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해당 부당이득 전액을 추징보전 조치했다.
검찰은 또 미공개 실적정보를 누설했지만 정보가 주식투자로까지 이어지지 않은 단순누설 회계사 19명은 금융위원회에 징계를 통보했다.
그간 공인회계사들이 미공개 감사정보를 이용해 불공정거래행위를 하는 행태는 간간이 단발적으로 적발돼 왔지만, 대규모 수사를 통해 회계사들이 무더기 기소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검찰은 지난 9월 금융위원회의 고발장을 접수한 후 금융위 자본시장조사단과 수사 초기부터 공조해 압수수색과 계좌추적, 모바일 분석 등 강도 높은 수사를 진행해 왔다.
서울남부지검 문찬석 2차장검사는 "법무부와 대검찰청이 전문직역 종사자들의 구조적 비리를 집중 단속토록 함에 따라 엄정한 수사를 펼쳤다"고 말했다.
아울러 "이번 사안은 다른 사람이 접할 수 없는 정보에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전문직역의 도덕적 해이에서 비롯된 범죄"라며 "회계사들이 연루된 대규모 비리 적발이 자본시장의 건전성을 제고하는 데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