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그룹이 월드타워점 면세점 수성에 실패함에 따라 호텔롯데 기업공개(IPO) 작업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관세청은 14일 서울시내 면세점 사업자로 호텔롯데, 신세계, 두산이 선정됐다고 발표했다. 기존 사업자들 중 롯데 소공점만 특허권을 지켜냈다.
호텔롯데는 면세점 사업을 통해 상당한 매출을 올리고 있다. 롯데가 서울시내 2곳(소공점, 월드타워점)의 면세점을 모두 수성을 하지 못함에 따라 호텔롯데의 기업가치는 크게 떨어질 공산이 크다.
면세점 수성에 실패한 롯데가 지주사 체제로 전환하기 위해 필요한 6조6000억원에 달하는 막대한 자금을 마련할 수 없다는 점은 뼈아프다.
롯데는 면세점 2곳을 모두 수성을 한 뒤 호텔롯데의 상장을 진행할 경우 적정 시가총액을 확보할 수 있었다.
금융업계가 호텔롯데의 적정 시가총액을 12조7700억원으로 추산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면세점 영업가치 7조4150억원과 투자자산가치 5조4280억원을 합산한 수치다.
면세점 한 곳을 잃은 롯데는 사실상 지주회사 전환 등의 계획이 차질을 빚게 됐다.
여기에 호텔롯데 상장 작업 과정에서 신동주 SDJ 코퍼레이션 회장도 변수로 작용할 공산이 크다.
현행 상장규정 시행세칙에는 지분 5% 이상을 소유한 주주가 보호 예수에 응하지 않을 경우 기업이 상장을 추진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신동주 회장은 현재 광윤사 지분 51%를 확보함에 따라 광윤사를 통해 호텔롯데 지분 5.45%를 보유하고 있는 주주다.
만약 신동주 회장이 광윤사 지분 보호예수에 반대하면 상장 심사를 받지 못할 수도 있다. 신동주 회장의 의지가 중요하다는 뜻이다.
신동주 회장은 호텔롯데 상장 작업 추진에 대해 어떤 견해를 갖고 있을까.
신동주 회장은 최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호텔롯데 기업공개는 필요하지만 지금은 때가 아니다"며 "롯데그룹 계열사간 순환출자고리를 100% 해소해야 한다"고 밝혔다.
사실상 호텔롯데의 상장은 반대하지 않지만 경영권 분쟁 과정이 끝난 뒤에 상장 작업을 추진해야 한다는 입장을 피력한 것이나 다름없다.
롯데그룹 측에서는 신동주 회장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호텔롯데의 상장 작업을 추진한다는 입장이지만 상장 심사를 통과할 지 여부는 불투명하다.
상장 심사에서는 매출액, 영업이익과 함께 기업의 투명성과 안정성 등을 평가하기 때문이다. 월드타워점의 특허권을 상실한 점은 상장에 있어서 큰 걸림돌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결국 호텔롯데가 원만하게 상장작업을 끝내기 위해서는 광윤사의 지분율을 낮추거나 해외 상장 추진을 해야 한다는 결론이다. 다만 해외 상장은 또 다시 국적 논란을 불러일으킬 공산이 커 현재로서는 추진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호텔롯데의 해외상장과 관련, "현재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선을 그었다. 다만 "호텔롯데의 상장을 위한 다양한 가능성은 열려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그는 "공모구조와 공모규모 등에 대해 현재 정해진 바는 전혀 없다"며 "구체적인 사항은 향후 주관사단의 기업실사 완료 이후 협의를 통해 확정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