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안 싸움으로 인해 면세점 사업권을 잃었다. 롯데그룹의 얘기다.
관세청은 14일 서울시내 면세점 특허 사업자로 롯데면세점 소공점만 인정했다. 월드타워점 특허 재승인은 실패했다.
매출 규모로 살펴보면 롯데면세점 소공점은 지난해 1조9763억원으로 점유율 45.4%를 기록하며 1위 자리를 고수하고 있다. 2위는 1조1521억원인 신라면세점, 3위는 4820억원인 롯데 월드타워점이다.
3위를 기록하고 있지만 발전 가능성 측면에서는 소공점과 신라면세점을 능가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월드타워점이었다.
롯데그룹도 이를 알고 있었기 때문에 제2롯데월드몰 앞에 대형 분수대를 조성하는 등 롯데 월드타워점 수성에 총력을 기울였다. 롯데가 내놓은 대부분의 공약은 롯데 월드타워점 수성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특히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서울시내 면세점 특허권 2곳을 지켜내기 위해 총력을 기울여왔다.
신 회장과 롯데 임원진은 지난달 29일 청년 일자리 창출을 지원하기 위한 청년 희망펀드에 100억원을 기부했다. 신 회장은 사재 70억원을, 롯데그룹 임원진이 30억원을 각각 기부했다.
또 롯데그룹은 롯데문화재단을 출범하고 본격적인 문화예술 지원활동에 나서기도 했다.
롯데문화재단 설립은 장학, 복지 분야 뿐 만 아니라 문화예술에까지 적극 지원함으로써 사회기여의 범위를 확대해 나간다는 취지에서 추진됐다. 이를 위해 롯데는 재단 출연금으로 총 200억원을 조성했다.
신 회장이 사재 100억원을 출연했으며 롯데물산, 롯데호텔, 롯데쇼핑 등 3사가 나머지 100억원을 조성했다. 이 때문에 그동안 롯데 면세점 측에서는 이번 하반기 면세점 특허권 수성과 관련해 '무난하게 지켜낼 수 있다'는 자신감을 보여왔다.
이 같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롯데면세점에 특허권 2장을 모두 주지 않는 단호한 결단을 내렸다. 1곳의 면세점 특허권은 두산에게 넘겨줬다.
정부의 이 같은 결정은 롯데가에서 발생한 경영권 분쟁으로 인한 반(反) 롯데 정서 확산에 따른 부담감 때문으로 풀이된다.
신동주, 신동빈 형제의 경영권 분쟁이 터지면서 롯데가 일본 기업이라는 인식이 국민들에게 확산됐으며 롯데 면세점의 독과점 문제도 불거졌다.
면세점 특허권 심사를 맡은 인사들도 일반 국민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평가에 이 같은 정서가 작용했을 것이라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롯데그룹 측은 서울시내 면세점 사업자 선정 결과와 관련, "이번 결과를 겸허하게 수용한다"며 "어려운 상황속에서도 끊임없는 관심과 격려를 보내주신 국민 여러분께 머리숙여 감사드린다"고 전했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특히 지난 35년간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세계적인 면세기업의 반열에 오르기까지 모든 수고와 노력을 아끼지 않은 전 임직원들에게 감사와 함께 송구하다"며 "더불어 심사를 위해 오랜 기간 수고해주신 심사위원들께도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결과에 나타난 부족한 부분을 잘 파악하고 보완해 소공동 본점을 비롯한 나머지 면세점을 더욱 더 잘 운영해 세계 1위의 면세기업이 될 수 있도록 절차탁마의 계기로 삼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지금의 롯데면세점이 있기까지 동고동락해온 월드타워점 직원 및 협력업체 직원들의 고용 안정은 물론 롯데면세점과 오랜 시간 신뢰 관계를 맺어온 파트너사가 이번 일로 피해를 당하는 일이 없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함께 "외국인 관광객 유치와 중소기업과의 상생, 사회공헌 등 관광산업 발전과 경제 활성화를 위해 국민 여러분께 약속한 내용을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며 "호텔롯데 상장도 차질 없이 진행되도록 노력해 국민의 기업으로 거듭나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