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기업 '배당'도 우간다수준①]배당 성향 20% 넘었지만…전세계 평균의 '절반' 불과

  • 등록 2015.10.18 11:0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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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당 성향 소폭 증가…8월 유가증권 22.3%, 코스닥 22.44%

한국의 금융수준(87위)이 아프리카 우간다(81위) 수준보다 못하다는 세계경제포럼(WEF)의 지적이 있었지만, 금융만이 아니다. 기업들의 배당 수준도 이보다 나을게 없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올들어 국내 기업들의 배당성향이 20%를 넘어섰지만, 세계 전체 평균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특히 30%수준인 중국을 포함, 신흥국에 비해서도 한참 뒤지고 있다.

배당성향은 회사가 당기순이익 중 얼마를 주주에게 배당금으로 돌려주었는지를 나타내는 지표로 당기 사업연도의 총배당금을 당기순이익으로 나누어 산출한다.

NH투자증권에 따르면 지난해 MSCI 기준 전 세계 평균 배당성향은 40.1%인 것으로 나타났다. 국가별로 영국은 53.7%, 미국과 일본도 40.1%, 33.9%인 것으로 집계됐다.

신흥국의 경우에도 배당성향은 30% 수준에 이른다. 중국은 배당성향을 최소 30% 이상으로 상향하는 가이드라인을 지난 2013년 양회에서 제시, 사유 없이 배당하지 않는 경우 상장폐지까지 이르는 경우도 있다고 전문가들은 전했다.

상황이 이런데도 한국기업들만 세계적으로 유독 '짠물' 배당을 고집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 "투자를 늘려야 해서, 대외환경이 어려워서"…한국기업만 그런가?

시장에는 9월과 10월부터 배당주에 주목하라는 말이 통설처럼 퍼져있다. 연말 기업 배당을 기대하는 투자자들이 몰리면서 관련 주에 프리미엄이 붙기도 한다.

올해 기업들은 정부와 시장의 주주친화 정책 확대 요구로 배당을 일부 늘렸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여전히 세계 다른 나라들과 비교할 때 한국 기업들의 배당 수준은 낮은 편이라고 말하고 있다.

18일 통계청에 따르면 유가증권 상장 기업의 지난 8월 기준 배당 성향은 22.3%인 것으로 나타났다. 유가증권 시장에서 기업 배당 성향은 지난해 1월 14.4%에서 연초 18.3%, 4월 이후 20%를 넘어섰다.

같은 기간 코스닥 상장사 962곳의 배당 성향은 22.44%로 집계됐다. 코스닥 기업의 배당성향도 지난해 말 18.97%, 연초 20.02%에서 4월 이후 22.47%까지 늘어난 뒤 소폭 감소한 셈이다.

한국 기업들이 외국 대비 배당에 인색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반면 배당을 아끼는 기업들은 대외 환경이 어렵고, 투자를 통해 성장해야 하기 때문에 곤란하다는 입장이다.

배당의 전제조건은 기업의 수익성이다. 한국에서 산업 비중이 큰 IT업종의 경우 경기 변동이 수익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기업이 무리해서 배당을 늘리면 재원 유출이 일어나 기업 가치가 훼손, 주가 하락으로 이어져 투자자들이 더 큰 손해를 볼 우려가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국가마다 여건이 다를 수는 있겠지만, 기본적으로 기업들이 직면한 대외 환경 자체는 같다고 지적한다.

다른 나라와 비교했을 때 한국 기업 배당 성향의 '적정성' 여부는 충분히 논란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어 최근 정부 정책의 영향으로 소폭 배당이 늘어났지만, 정책 기조가 바뀌면 언제든 원점으로 돌아갈 우려도 있다고 덧붙였다.

이들은 기업이 내부에 자금을 보유할 필요성 자체는 차치하더라도 이익을 어떻게 활용했는지가 문제된다고 지적했다.

특히 기업의 의사결정에 대한 투명성 문제가 꾸준히 제기되고, 낮은 배당 성향이 코리아디스카운트의 한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상황이라고 이들은 전했다.

자본시장연구원 김준석 연구위원은 "유보 이익 자체보다도 (그 돈으로) 뭘 했느냐가 문제가 된다"며 "시황 변동이 큰 IT 같은 경우라도 왜 어떤 이유로 배당 않고, 이익이 투자로 어떤 식으로 연결됐는지 등이 명확히 공개되고 충분한 설명이 있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저성장기에는 고성장기보다 주가 상승이 어렵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투자자 입장에서 고정적인 수익에 해당하는 배당 폭을 늘릴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 배당 못하는 구조적인 이유…개인투자자 단타매매에 치중, 기관투자자도 대주주와 이해 얽혀 있어

 전문가들은 한국의 배당 수준이 전반적으로 향상되지 못하는 데는 구조적인 이유가 있다고 봤다.

단타 매매를 하는 투자자들에게는 배당이 큰 의미로 다가오지 않을 수 있기 때문에, 배당 성향을 지금보다 높이기 위해서는 장기 투자자 성격이 강한 연기금 등 기관 투자자의 적극적인 요구가 필요하다.

김 연구위원은 "배당 수익에는 소득세가 부과되는 반면 자본 이익에는 과세되지 않아 주주들이 배당 상향을 요구할 이유가 적었다"면서도 "투자기간이 길고 매년 지출할 돈이 있는 국민연금 같은 경우 입장이 다를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기관투자자 입장에서는 해당 기업이 고객이거나, 대주주와의 이해관계 문제가 얽혀있는 경우가 많아 배당을 늘리라고 요구하기 부담스러워 한다고 이들은 전했다.

한국기업지배구조원 윤진수 proxy팀장은 "일반 개인 투자자가 배당 확대를 요구하기는 쉽지 않다"며 "연기금이나 기관 같은 경우는 장기 투자자로 노력해야할 부분이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그간 유보금은 있는 데 실제 투자를 하거나 이를 활성화하려는 노력이 가시적으로 나타나지 않았다는 점에서 이 같은 문제가 제기되는 것"이라며 "처한 여건이 달라 모든 기업이 배당성향을 높일 수는 없겠지만, 상당수 기업은 확대 여력이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조종림 kimm1728@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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