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침체된 소비시장을 활성화하기 위해 올해 처음으로 진행된 '코리아 블랙프라이데이'가 끝났다.
올해 처음으로 진행된 '코리아 블랙프라이데이'는 제조사가 주도해 할인 폭이 큰 미국과는 달리 정부가 내수 진작을 위해 기획하고, 유통업체 등이 참여하는 형식으로 진행돼 우려의 목소리가 끊이질 않았다.
행사 첫 주에는 '코리아 블랙프라이데이'와 중국 국경절 연휴가 이어지면서 롯데·현대·신세계 백화점 등 백화점 업체들이 25% 이상의 매출을 기록하는 등 특수를 누렸다.
하지만 행사가 진행되면서 일각에서는 "아울렛 할인행사와 큰 차이를 모르겠다", "대부분이 1+1인데 뭐가 블프행사냐" 등 '무늬만 세일'이라는 지적이 나오며 위기를 맞았다.
코리아 블랙프라이데이 행사가 '졸속' 논란에 부딪히자 롯데그룹을 필두로 유통업체들의 통 큰 참여 및 활성화 방안 노력이 이어졌다.
반전카드의 시작은 롯데그룹 신동빈 회장의 말 한마디였다.
신 회장은 지난 4일 "경제 활력과 소비 진작을 위해 유통 서비스 계열사가 그 어느 때 보다 앞장서야 한다"며 "단기 성과에 얽매이지 말고 자체 유통마진을 줄여서라도 좋은 제품이 소비자들에게 전달될 수 있도록 해 달라"고 주문했다.
신 회장의 이 같은 발언에 대해 롯데 계열사들은 적극 동참했고 6일 롯데 계열사가 내놓은 블랙프라이데이 활성화 방안은 '노마진'에 초점을 맞췄다. 물량 규모도 어림잡아 1200억원이 넘었다.
전자 제품이 포함돼 있지 않다는 점도 롯데하이마트 참여로 보완됐다. 하이마트에서는 500억원에 달하는 행사 물량을 투입해 블랙프라이데이 행사를 활성화시킨다는 계획이다.
롯데의 통 큰 정책에 현대·신세계 백화점도 동참했다.
현대백화점은 ▲세일 참여율 확대 ▲세일 참여 브랜드 확대 ▲직매입 상품 추가 할인 ▲온라인 할인 혜택 강화 등을 추진했다.
무역센터점에서 크레송, 디데무, 성진모피 등 200여개의 브랜드가 참여해 준비된 물량만 900억원 규모의 '블랙 하프 위크엔드'를 진행했다. 패딩, 코트, 모피 등 겨울 대표 상품을 최대 70% 할인했다.
신세계 백화점은 신세계 자주MD 브랜드 세일 확대와 협력회사들과 협의를 거쳐 추가적인 행사를 마련했다. 신세계에서 직매입해 편집숍에서 판매하는 자주MD 브랜드의 할인율을 최대 20%까지 확대했다.
유통업체 관계자는 "코리아 블랙프라이데이 행사 성공을 위해 유통업체가 노마진 상품까지 내놓는 것은 고무적인 일"이라며 "이번 행사를 계기로 소비가 활성화될 수 있다면 국내 경기도 좋아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유통업계 관계자는 "미국에서 실시되는 블랙프라이데이에서 가장 많은 매출을 올리는 분야는 전자제품"이라며 "롯데 하이마트에서 대규모 물량을 풀 경우 소비자들의 관심을 끌 것으로 예상된다. 자연스럽게 행사도 성공을 거둘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코리아 블랙프라이데이' 행사는 끝났지만, 살아난 소비심리를 이어나가기 위해 백화점 업계만의 '블랙프라이데이'는 계속된다.
롯데백화점은 15~18일 4일간 일산 킨텍스(KINTEX)에서 '롯데판 블랙프라이데이'를 진행한다. 범국가적인 '코리아 블랙프라이데이' 행사 이후 롯데백화점과 롯데하이마트, 롯데마트(토이저러스) 등이 연합해 진행하는 대규모 할인 행사다.
이번에 롯데백화점은 1만3000㎡ 규모의 킨텍스 2전시장 10홀에 360여개 브랜드, 500억원 물량의 매머드급 행사를 준비했다. 준비 물량은 7월 행사 대비 2배 이상 많은 수준이다. 여성·남성패션, 잡화, 레저·스포츠, 해외명품(병행수입) 등을 최대 80% 할인 판매한다.
특히 패션 상품의 경우, 본격적인 겨울 시즌에 앞서 패딩, 코트, 모피, 부츠 등 겨울 상품의 비중을 60% 이상으로 높였다. 행사 마진은 기존 대비 많게는 6%P까지 낮게 책정해 협력사들의 부담을 최소화했다.
또한 지난 7월 행사에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던 롯데하이마트 가전 초특가 행사도 확대해 진행한다. TV, 냉장고, 청소기 등 인기 가전을 온라인몰 최저가 수준으로 판매한 것이 좋은 반응을 얻어 이번 행사에는 전체 물량을 40% 가량 늘리고, 10~50% 할인 판매한다.
현대백화점도 소비 훈풍을 이어가기 위해 6~18일 전국 15개 점포에서 '현대百 블랙프라이데이'를 진행한다. ▲900억 규모 의류·잡화 특별전 ▲가전제품 초특가전 ▲주요 점포 현대백화점카드 6개월 무이자 할부 서비스 등 고객 할인 혜택을 확대했다.
우선 '의류·잡화 특별전'에는 올 겨울 신상품에 대한 할인 혜택을 확대하고, 지난해 이월 상품을 50~80% 할인 판매한다.
압구정 본점은 '블랙프라이데이 모피 특별전'과 60여개 남성복 브랜드가 참여하는 '남성복 프리 원터 페어'를 진행한다.
'모피 특별전'에서는 올 겨울 신상품인 근화모피 블랙 메일 트리밍 하프코트, 성진모피 블랙그라마 휘메일 코트 등이 40~50% 할인 판매되며, '남성복 페어'에서는 폴스미스, 란스미어, 듀퐁 등 기존 세일에 참여하지 않았던 브랜드가 참여하는 행사가 열린다.
'가전제품 초특가전'에서는 삼성·LG 등 대형 가전제품을 최대 15% 할인 판매한다. 필립스, 테팔, 쿠쿠, 키친에이드 등 소형 가전제품도 30~50% 판매한다.
현대백화점 정지영 영업전략실장(상무)는 "소비 심리가 살아나고 있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 만큼 세일 마지막 주인 이번 주말에 모든 역량을 집중할 계획"이라며 "코리아 블랙프라이데이 기간 동안 신장률이 8~9월 누계 신장률 보다 9배 가량 높은 신장률을 기록, 목표를 20% 초과해 달성하다 보니 내부적으로도 상당히 고무돼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