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금융사업자(IB)는 기업과 투자자 사이의 여러 자산 흐름을 중개하는 금융회사, 즉 투자은행을 말한다.
투자은행은 상장과 유가증권 인수, 인수합병(M&A)은 물론 자기자본투자와 자산관리 등의 업무를 수행한다.
투자은행이 발달한 미국에서는 대형 IB로 분류할 수 있는 금융회사만 20곳이 넘는다.
특히 시장에서 가장 위상이 높은 벌지브래킷(bulge bracket) IB인 골드만삭스, 모건 스탠리 등은 전 세계를 대상으로 기업금융 활동을 벌이고 있다.
이번 금융위가 밝힌 IB 강화 방안은 한국 자본시장에서도 종합금융회사와 시장을 육성, 벌지브래킷 수준의 IB회사가 나타날 수 있는 토대를 만들겠다는 의지가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
금융위원회는 한국 종합금융투자사업자(IB) 육성과 이들의 기업금융 기능을 강화하는 내용이 담긴 '금융투자업 경쟁력 강화방안'을 14일 발표했다.
이에 따라 대형 IB의 기업자금 공급 기능은 강화되고, 신용공여와 건전성 관련 규제 부담은 줄어들 전망이다.
지난 2013년 10월30일 금융위원회는 신생기업을 위한 투자와 융자, 인수합병(M&A) 등 기업 금융 활성화를 위해 KDB대우증권과 NH증권(구 우리투자증권), 삼성증권, 한국투자증권, 현대증권 등 5곳을 종합금융사업자로 지정한 바 있다.
하지만 이들 IB의 기업금융 수익률은 10% 미만에 불과할 정도로 낮고, 위탁매매에 치중하고 있다는 지적이 이어져 왔다.
금융위는 다른 신용 공여와 합산해 자기자본 100% 이내였던 현행 기업 신용공여 한도 규제를 별도로 바꾸고, 보증한도에 관한 총량 규제도 폐지한다는 방침이다.
또 중소·기업 금융 업무에 특화된 증권사 육성 제도를 이르면 4분기부터 도입, 성장 사다리펀드 등에서 자금 조달을 쉽게 하고 신용보증기금의 채권담보부증권(P-CBO) 발행 인수자 선정에서 우대하겠다고 밝혔다.
증권 인수와 기업공개(IPO) 등 시장에서 국내 증권사의 입지가 커지는 가운데 기업금융 여력을 늘렸다는 측면에서 이번 방안은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다른 한편으로는 이번 방안으로 금융위는 자금공급 기능을 강화하겠다는 방향성을 제시, 앞으로 증권사들이 기업금융 업무를 확대하도록 주문한 것으로도 풀이된다.
하지만 단기에 괄목할만한 성과가 나오거나 한국형 골드만삭스급의 경쟁력을 국내 IB가 확보하기는 어렵다는 것이라는 중론이다.
특히 인수합병 시장은 외국계 투자은행이 사실상 잠식하고 있는 만큼 규모의 확대가 수반되지 않는 한 외국계 IB와 직접적인 경쟁은 어렵다는 것이다.
자본시장연구원 황세운 자본시장실장은 "산업이 성장하는 가운데 국내 증권사의 IB 여력을 확대했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이라면서도 "외국계 IB와 직접적인 경쟁을 할 정도의 성장을 유도하는 수준의 조치는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다.
다만 장기적으로 대형 IB의 역량을 키워 외국계 투자은행과 경쟁토록 하고, 중소형 IB는 이외 시장을 담당하는 형태의 기업금융 환경을 조성한다는 방향성은 의미 있다고 이들은 설명했다.
최종학 서울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수십 년에 걸쳐 글로벌 네트워크를 형성해온 외국계 대형 IB와 맞서기 위해서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면서도 "그들과 경쟁할 만큼 성장하기 위한 방향성을 제시했다는 측면에서는 긍정적인 조치라고 본다"라고 말했다.
업계 일각에서는 점차 IB가 강조되는 환경이 올 것으로 보는 시선도 있다. 저성장 국면에 접어든 한국 경제에서 늘어날 산업 재편과 구조조정 등이 IB 수요를 확대시킨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 조치를 시작으로 국내 IB들이 해외 사업에 적극 진출하려하고, 몸집을 키우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이들은 전했다.
한편 금융위는 2016년 상반기까지 이 같은 내용이 포함된 IB활성화에 관한 개정 법안 발의, 제도 변경 등을 추진할 방침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