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0년대 건설업계 최초로 증시에 입성했던 경남기업이 14일 정리매매를 끝으로 15일 주식시장에서 퇴출된다. 최근 검찰의 자원외교 비리의혹 수사 대상에 올라 조사를 받던 와중에 성완종 전 회장이 스스로 숨을 끊은 데 이어 증시에서도 사라지는 비운을 겪게 됐다.
1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경남기업은 2014 사업연도 감사보고서에서 '자본금 전액 잠식'과 '감사의견 거절' 사유로 상장폐지가 결정돼 지난 6일부터 정리매매가 시작됐다.
이날 오전 11시35분 현재 유가증권시장에서 경남기업은 현재 전날보다 49.51% 떨어진 103원에 거래되고 있다. 정리매매 기간에는 가격제한폭이 적용되지 않는다.
경남기업은 1973년 2월 12일 국내 건설사 가운데 처음으로 주식시장에 입성했다.
1951년 8월 대구에서 경남토건으로 출발해 3년 뒤인 1954년 경남기업으로 사명을 바꿨고, 이후 꾸준한 성장을 토대로 시공능력 순위 20위권의 중견 건설사로 발돋움했다.
국내 건설사 최초로 해외 진출이라는 비공식 기록도 갖고 있다. 1965년 11월 태국 중앙방송국탑 건설공사에 착공, 현대건설의 '파타니-나라티와트 고속도로공사'보다 며칠 앞선 시기에 해외에 진출했다. 하지만 공사가 중간에 중단돼 공사계약서, 시공과정을 기록한 서류 등 증빙자료가 남아 있지 않아 공식적으로는 현대건설이 해외진출 1호 기업으로 이름을 올렸다.
국내에서는 1977년 반포 경남아파트를 시작으로 최근들어 ‘경남 아너스빌’이라는 아파트 브랜드를 선보였다.
2004년 대아건설을 흡수 합병하고 경남정보기술을 설립하면서 규모를 키워 나갔지만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의 여파로 건설경기 업황 악화에 휘말려 쇠락의 길을 걸었다.
2009년 1월 워크아웃 대상에 선정돼 2011년 5월 졸업했지만 국내외 사업 부진과 경기 불황 등으로 2013년 말 또다시 워크아웃을 신청했다.
경남기업은 지난해 ▲매출액 1조2041억원 ▲영업이익 1827억원 적자 ▲당기순이익 2658억원 적자를 기록, 손실이 누적되고 있다.
그 결과 경남기업은 적자 누적으로 '완전 자본잠식' 돼 15일 상장폐지를 앞두고 있다. 42년 만에 증시에서 퇴출되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