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동제약은 녹십자와의 상생과 신뢰를 위해 많은 소통과 대화를 하겠다."
윤웅섭 일동제약 대표이사는 20일 서울 양재동 본사에서 제72기 정기주주총회가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이같이 말했다.
이어 "이번 주주총회 결과는 현 경영진을 지지한다는 것으로 주주 분들과 임직원 여러분께 감사하다"며 "일동제약은 앞으로도 추진하고 있는 중장기 전략을 계속 진행하고 기업가치 올리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일동제약이 녹십자의 경영권 참여 시도를 보기 좋게 방어했다.
30여 분간 다소 차분한 분위기 속에서 이뤄진 주총에서 녹십자가 이사 선임을 원했던 사외이사와 감사 2인 모두 선임이 불발됐다.
일동제약 이사회가 추천한 이사 선임 건에 대해 과반수 이상이 찬성표를 던졌고, 녹십자가 주주제안을 통해 추천한 감사 건에 대해 절반 이상이 반대표를 던졌다.
녹십자 측은 표결 없이 안을 받아들였다.
이에 따라 총 3명의 이사가 선임됐다. 사내이사로는 이정치 일동제약 회장과 사외이사로는 서창록(고려대 교수)가 선임됐다. 신임 감사로는 이상윤(전 ㈜오리온 감사)가 선임됐다.
일각에서는 이날 주주총회에서 녹십자와 일동제약의 마찰을 예상했다.
일동제약이 보도자료를 통해 "녹십자의 주주제안 사항에 대해 동의하고 협력할만한 기본적 신뢰가 없다. 녹십자 주주제안 적극 저지하겠다"고 밝힌 바 있고 일동제약 노조는 허일섭 녹십자 회장 본가 앞에서 시위를 벌이면서 대립각을 세운 상황이었다.
이날 일동제약 측 추천이사들이 각각 참석 주주 중 과반의 찬성표를 받았다고 알려지자 녹십자 측은 이런 상황에 대한 의견을 밝히기도 했다.
녹십자 측은 현장에서 "녹십자는 일동제약의 가치가 향상되도록 노력할 것이고 일동제약에게도 적극 협조를 요청한다. 55% 이상이 참석한 이 안을 받아들이겠다"고 밝혔지만 "법적으로 부여된 주주제안을 했는데 회사 사주를 받았는지 노조 자발적인건지는 모르겠으나 '허일섭 물러나라' 등 연일 (허 회장) 집 앞에서 시위하고 있다. 개인을 공격하는 비상식적인 행태는 양사 발전위해 삼가달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날 이사와 감사 모두 일동제약 인사로 채워지며 녹십자의 '경영권 참여' 논란은 일단락됐다.
2대 주주인 녹십자가 지난 2월 "2대 주주로서 권리를 행사하겠다"며 일동제약에 주주제안을 하자 녹십자는 "적대적 인수합병 시도를 하는 것"이라고 주장하며 양측은 대립해왔다.
녹십자 측은 이날 주총 결과에 대해 "녹십자는 이번 일동제약 주총에서 상법으로 정해진 주주의 권리 행사를 했다. 이번 주주제안의 의결 결과에 대해 다수 의견이므로 겸허히 수용한다"며 "앞으로도 일동제약의 2대 주주로서 경영 건전성 극대화를 위해 권리 행사에 지속 매진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