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룡 금융위원장이 16일 공식 취임과 함께 강력한 '금융개혁 드라이브'에 착수한다.
임 위원장은 이날 오후 금융위원회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지금이야말로 우리가 금융개혁을 추진할 마지막 기회이자 개혁을 성공시킬 적기(適期)"라고 강조했다.
임 위원장은 취임 전부터 '금융개혁'을 핵심 과제로 꼽았다. 취임사에서만 '개혁'이라는 단어가 10번 넘게 언급됐다. 임 위원장은 "제게 주어진 소명은 금융개혁"이라며 금융개혁 추진 과정을 아프리카 들소 '누우'의 이동에 비유했다.
그는 "누우는 건기(乾期)가 되면 새로운 초원을 찾아 수만 마리가 떼를 지어 수백 킬로미터 이상의 대이동을 감행한다"며 "길목에서 사자와 악어들로 인해 많은 희생을 치르지만, 반드시 가야 하는 길을 떠나는 것처럼 금융개혁도 국민들이 주신 소명이기 때문에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설명했다.
◇첫 일정 금감원 방문…당국 역할변화 주문
임 위원장은 금융개혁을 차질 없이 완수하기 위해 ▲자율책임 문화 정착 ▲금융의 실물지원 기능 강화 ▲금융산업 경쟁력 강화 ▲금융시장 안정성 확보 등의 핵심 정책방향을 제시했다.
우선 자율책임 문화 정착을 위해서는 금융당국의 역할 변화를 주문했다. 금융당국이 금융회사에 대해 '코치'처럼 일일이 간섭하고 지시하기 보다는 '심판'처럼 시장을 관리하도록 감독의 틀을 바꾸겠다는 것이다.
임 위원장은 "현장에서 피부로 느낄 수 있도록 검사·제재 관행을 선진국 수준으로 쇄신해 나가겠다"며 "개인 제재를 기관·금전 제재 중심으로 전환하는 한편 비공식적 구두지시는 공식화·명문화하겠다"고 말했다.
임 위원장이 취임 이후 공식 일정을 금융감독원 방문으로 시작하는 것도 자율과 창의를 존중하는 방향으로 감독 관행을 바꾸겠다는 뜻을 반영한 것으로 해석된다. 또 금융위는 금감원과 함께 '금융개혁 현장점검단'을 구성할 계획이다.
그는 "금감원은 우리의 유능한 파트너이고, 금융회사는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알려줄 소재의 공급자이며, 관계부처는 우리를 도와줄 원군"이라며 "모두와 함께 할 때만 금융개혁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다만 자율과 경쟁의 확대로 인한 부작용에 대해서는 엄정 대응할 방침이다. 그는 "금융당국은 특히 시장질서를 교란하는 행위, 금융소비자 보호에 소홀한 행위는 결코 좌시하지 않을 것이며, 모든 감독 역량을 투입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기술금융·핀테크 정책 일부 보완
아울러 신제윤 전(前) 금융위원장이 강력하게 추진했던 '기술금융' 활성화 기조는 유지하되, 은행들이 자체적으로 중소기업의 기술력을 평가할 수 있도록 제도를 보완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는 은행들이 기술금융을 취급하면서 기술신용평가기관(TCB) 평가서에 의존하다보니, 부실 대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임 위원장은 "기술금융이 지속적인 지원 제도가 되도록 하겠다"며 "이를 위해 은행이 기술력이 우수한 기업을 스스로 식별할 수 있는 자체 역량을 배양하도록 유도하겠다"고 말했다.
기술금융과 함께 신 전 위원장이 핵심 과제로 추진한 핀테크의 경우 '금융 편리성'와 '보안'이라는 상충되는 요소를 모두 갖추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핀테크업계, 금융회사, 정부 간 협력 체계를 통해 '핀테크 생태계'가 구축되도록 하겠다"면서 "보안은 핀테크 산업의 전제이자 기초로 빈틈없는 금융보안 체계를 갖추는 데에도 소홀함이 없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취임사에는 핀테크산업의 핵심인 인터넷전문은행 설립 문제에 대해 구체적으로 언급하진 않았지만, 앞서 청문회를 통해 "'은산(銀産)분리'를 허용하는 최소한의 보안 방안은 있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인터넷은행 설립을 위해서는 산업자본이 은행을 소유할 수 없도록 하는 은산분리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
◇가계부채, 미시적·부문별 관리에 초점
최근 급증하고 있는 가계부채에 대해서는 총량을 규제하기보다는 미시적·부문별 관리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금융회사들의 차입자에 대한 여신 심사 강화 등이 주요 대책으로 예상된다.
임 위원장은 "가계부채 문제는 우리 경제의 가장 큰 위험요인으로 긴장을 늦추지 않고 철저히 관리돼야 한다"며 "가계부채 전반에 대한 지속적인 점검과 함께 미시적·부문별 관리 노력도 강화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모험자본 활성화에 대한 의지도 표명했다. 임 위원장은 취임 이후 두 번째 공식 일정으로 모험자본 투자활성화를 위해 한국거래소를 방문할 예정이다.
그는 "자본시장의 낡고 불합리한 규제들을 걷어내고 사모펀드와 모험자본을 활성화하는데 정책 역량을 쏟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