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IRA 법안 통과로 인한 한국산 전기차 수출 피해와 대응

2022.10.19 09:14:57

[파이낸셜데일리 정길호] 대한민국의 수출 전선에 빨간불이 켜졌다.

 

지난 8월 16일 발효된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Inflation Reduction Act of 2022) 때문에 매년 10만 대 이상의 미래산업의 상징, 전기차 수출에 제동이 걸렸기 때문이다. 전기차 산업은 2차 전지와 함께 한국의 미래 첨단산업 육성과 일자리 창출에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분야이다.
 
  미국의 IRA 초안은 7월 27일 공개됐으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8월 16일 최종 서명하면서 시행됐다. IRA에 따르면 북미(미국·캐나다·멕시코)에서 조립된 전기차만 7,500달러(약 1,000만 원)의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다.

 

올해 상반기 미국 시장 점유율 2위에 오른 한국산 전기차는 세액공제 대상에서 제외돼 가격 경쟁력 부분에서 타격이 불가피하게 되어 IRA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과 세계무역기구(WTO) 규범의 원칙과 충돌할 수 있는 상황을 만들고 있는 것이다.

 

  또한 완성 전기차에 국한하지 않고 배터리 제작에 사용되는 핵심 광물의 최소 40%를 미국과 자유무역협정을 체결한 국가 내 채굴 가공 제품으로 제한하여 사실상 중국산 배터리도 강력하게 견제하고 있다.

 

한국 배터리는 주요 부품에 관하여는 탈중국화 및 자체 생산 기반 마련이 상당히 진척되었으나 핵심 광물에 관해서는 중국의 의존도가 매우 높은 상황이다. 구체적으로 양극재 제조의 기반이 되는 광물질은 중국 의존도가 94%, 음극재 제조 광물인 흑연은 100% 중국에 의존하고 있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들은 이에 관하여, 전구체와 흑연의 중국 의존도가 너무 높은 상황이기 때문에 IRA법이 정한 기한 내에 탈중국과 미국 및 FTA 체결국 것을 사용하기는 힘들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 지경에 이르도록 한국 정부와 업계는 그동안 무엇을 하고 있었을까? 큰 타격이 예상되는 것이어서 인수위 시절, 특사로 미국을 다녀온 한미정책협의단 단장인 박진 외교부 장관은 관련 내용을 보고도 받았었는데 그동안 정부 해명은 변명으로 일관하고 있다.

 

이와 관련, 박진 외교부 장관은 지난 16일 “이런 IRA 법이 나올 것은 구체적으로 예상 못 했고 갑자기 이뤄졌습니다”라고 했고 한덕수 국무총리는 대정부질문에서 “이 법은 거의 죽었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또한 법안 분량이 730페이지로 내용이 까다롭고 방대했다”라는 것이다.

 

또 다른 변명조의 발언은 미국 내에서도 법안 통과 전망이 불투명했는데, 상원 표결이 이렇게 빨리 진행될 거란 예측이 어려웠다고 말한다. 더욱 안타까웠던 것은 미국 상원 표결 전, 미국 입법부 수장이 한국을 방문하였는데 대통령실은 보고받았지만, 펠로시와 접견 계획 없다고 계속 발표하는 상황이었다. 

 

  14일 국회 국정감사에서 코트라가 여야 의원들로부터 미국 IRA 늑장 대응에 대한 질타를 받았다. 유정열 코트라 사장은 김성원 국민의힘 의원이 'IRA 법안이 미 의회를 통과할 것이라는 예상을 못 했느냐'고 묻자 "예상하지 못했다"고 답할 정도로 정부에 올바른 정보제공을 하지 못했던 것을 알 수 있다.

 

늦었지만 한국은 국익을 우선하는 다각적이고도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한 시점이다. 여야를 막론하고 본 사안에 대해서는 협력을 통해 한목소리를 내야 한다. 미국 입법부, 행정부의 주요 인사들과 접촉하여 한국의 입장을 적극 피력해야 한다.

 

민주당은 15일 이재명 대표가 지난 1일 바이든 대통령과 펠로시 의장을 비롯한 미 당국 고위 관계자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토니 블링큰 국무장관, 재닛 옐런 재무장관,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 미치 매코널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 법안을 발의한 존 야무스 하원 예산위원장 등 20명에게도 발송됐다고 보도자료를 통해 말했다.

 

한국산 전기차 차별 조항이 포함된 IRA가 발효된 데 따른 해결책 모색을 요청하는 서한을 보낸 것은 경제와 민생 개선에 노력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으로 보인다. 또한 바이든 대통령에게 직접 서한을 보내면서 IRA 문제에 대한 정부의 대응이 미온적이라는 인식을 우회적으로 비친 것으로도 풀이된다.

 

  자동차 업계에서는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우리 기업들은 전기차 분야에서의 타격을 줄이기 위해 미국 기업과의 협력을 강구하는 한편 미국 내 친환경 에너지 사업에 박차를 가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자동차산업연합회(10개 단체연합)가 지난 8월 17일(현지시간)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대해 국내 자동차산업계를 대표해 입장문을 발표했다.

 

연합회는 입장문에서 금번 IRA에 대해 WTO 보조금 규정 위반, 한미 FTA의 내국인 대우원칙 위배, 미국이 공급망 협력 등을 위해 추진 중인 IPEF 비전에 위배, 금년 바이든 대통령 방한 시 강조했던 한미 경제 안보 동맹 강화 정신에 위배 되는 등 문제점을 제기하면서, 미국 의회 및 정부에 FTA 체결국이며 경제 안보 동맹국인 한국에서 생산되는 전기차에 대해 USMCA산 전기차와 동등한 세제 혜택을 줄 것을 요청했다.

 

  민간단체(NGO) 활동도 기대한다. 미국 소비자 단체와 접촉을 시도하고 있는 사)소비자와 함께(정길호,박명희,김경한 공동대표)는 한국 소비자들은 미국산 전기차를 국내산 전기차와 차별하지 않고 동등하게 보조금을 지급하는 정책으로 “소비자들의 선택할 권리"를 누리고 있다는 점을 들어 미국 소비자들도 한국산 전기차를 선택할 권리를 박탈당하지 않아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또 그동안 한국 업체들이 미국에 130억 달러 이상을 투자해 10만 명 이상의 일자리를 창출했고, 지난 5월 바이든 대통령 방한 시 삼성 170억 불, 현대차 105억 불 상당의 전기차 혹은 배터리 공장 투자 계획을 발표하는 등 미국 경제에 도움이 되는 강력한 경제 안보 동맹국임을 강조하고 양국의 소비자들의 상호 호혜 원칙과 공통 인식을 가질 예정이다.

 

대한민국 국민들은 위기에 강한 민족이다. 1997년 IMF 구제 금융을 받았던 외환위기 때 전국민이 “금모으기 캠페인"으로 세계인들에게 감동을 주었고 외환위기 국가들 중에 가장 빠르게 회복하여 경제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했던 저력을 가지고 있다. 지금도 전국민이 지혜를 모을 때이다.

정길호 f-daily@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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